은행 적금이 이른바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전 연령대에서 외면받는 가운데 20·30대에서만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매일경제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연령대별 적금 잔액을 집계한 결과, 40대 이상 고객의 적금 잔액은 2021년 말 31조5700억원에서 올해 7월 말 25조2500억원으로 줄었다. 5년여 사이 약 20% 감소한 규모다.
40대와 50대, 60대 이상 고객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30대 이하 고객의 적금 잔액은 같은 기간 20조3400억원에서 35조8600억원으로 76% 이상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고객의 적금 잔액이 10조원에서 19조7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대 이하 고객도 10조3000억원에서 16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5대 은행의 전체 적금 잔액에서 30대 이하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60%에 가까워졌다.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수신에서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18%에도 미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적금에서 젊은 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젊은 층의 적금 잔액이 다른 연령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배경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성 금융상품이 있다. 정부는 2022년 2월 청년희망적금을 시작으로 2023년 6월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했다. 청년도약계좌에는 누적 가입자 255만명이 몰렸다.
정책성 적금은 일반적인 은행 적금과 구조가 다르다. 가입자가 돈을 납입하면 정부가 일정 비율의 기여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상품에 따라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도 적용된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금리에 정부 지원이 더해지는 구조다.
올해 6월 출시된 청년미래적금도 같은 방식이다. 만 19~34세 청년이 3년 동안 매월 1000원부터 최대 5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하면 소득과 가입 유형에 따라 정부가 기여금을 매칭한다. 이자소득에는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의 기본금리는 연 5% 수준이며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7~8%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정부 기여금은 일반형의 경우 납입액의 6%, 우대형은 12%다. 우대형에 해당하면 은행 이자에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효과가 더해져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계산상 연 18.2~19.4% 수준의 단리 적금에 가입한 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월 50만원씩 3년간 납입할 경우 우대형 목돈 예시는 2255만원이다.
기사의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청년미래적금은 다음 달 7일부터 2차 가입 신청을 받는다. 10월 7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홀수인 사람이, 8일에는 짝수인 사람이 신청하며 12일부터 16일까지는 출생연도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심사를 통과하면 11월 16일부터 27일까지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번 2차 모집에서도 가입 대상은 만 19~34세다. 병역 이행자는 최대 6년까지 해당 기간을 연령 계산에서 제외한다. 총급여 7500만원 이하 또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이면서 가구 중위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 등이 가입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 재직자와 신규 취업자, 일정 요건을 충족한 소상공인은 우대형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청년미래적금 가입 가능 안내를 받은 뒤 계좌를 개설하고 기존 청년도약계좌의 특별중도해지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청년미래적금의 정부 기여금 확대안도 추진되고 있다. 2027년 정부 예산안에는 우대형 기여금 매칭 비율을 기존 12%에서 15%로 높이는 방안이 담겼으며, 국회에서 예산안이 확정될 경우 기존 가입자에게도 상향된 기여금을 소급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금융위원회가 밝혔다. 아직 국회 심의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현재 확정된 혜택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책성 적금이 청년층의 자산 형성 수단으로 활용되는 동안 은행권에서도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에 예·적금 고객으로 유입되면 이후 급여이체,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자산관리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거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반대로 중장년층에서는 정책성 적금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청년미래적금처럼 정부 재정을 투입해 납입액에 기여금을 추가하는 상품은 가입 연령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청년미래적금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은행들은 중장년·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별도 적금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연금하나 월복리 적금’은 연금 수령 실적 등을 충족하면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4.65% 금리를 제공하며, NH농협은행의 ‘NH올원더풀행복동행적금’은 연금 수급 고객과 50세 이상 고객에게 각각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적금 잔액의 연령별 차이는 일반적인 은행 금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책금융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20·30대에서는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이 결합된 청년 대상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일반 적금과 다른 조건으로 목돈 마련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확대됐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