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상어가 나타나자 부산이 명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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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더봄] 상어가 나타나자 부산이 명랑해졌다

여성경제신문 2026-09-25 10:00:00 신고

요즘 부산이 이 녀석 이야기로 들썩인다. 지난 18일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몸길이 3~4m짜리 상어 한 마리가 길을 잃고 들어왔는데 닷새가 지나도록 못 나가고 맴돌고 있다. 때아닌 상어에 시민들은 놀라면서도 반가워했고 이 녀석에게 '부캉이'라는 애칭도 붙여줬다. 상어가 나타났다는 소문에 친수공원에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사실 정체는 무태상어,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위험 종으로 분류되는 녀석이다. 당국이 안전 문자까지 보냈는데도 사람들 반응은 두려움보다 애정이다. 덕분에 죠스바와 고래밥이 잘 팔리고 그곳의 이디야 커피는 대박이 났단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수로를 도는 상어와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재미있다. 상어가 우리를 명랑하게 만들었다. 

명랑(明朗)이란 밝을 명(明) + 밝을 랑(朗), 밝다는 뜻이다. 랑(朗) 자는 원래 달빛이 맑고 환하게 비치는 상태를 가리키던 글자이다. 여기에 뜻이 넓혀져 쾌활하다는 의미가 있다. 명랑함이란 성격이나 태도가 밝고 걱정이 없음을 말한다. 

예전에는 명랑만화, 명랑 소설이라는 장르가 있었다. 쾌활하고 구김이 없는 아이에게는 선생님이 생활기록부에 명랑하다고 적었다. 명랑함을 굳이 구분하자면 뽀로로처럼 모습이 명랑하거나, 둘리처럼 이유 없이 재미있거나, 달려라 하니처럼 온갖 역경에도 구김살이 없거나, 독수리 오형제처럼 모이니까 즐거운 것이 있겠다. 그리고 생태계에도 명랑함이 담겨 있다. 

철원군 대암홀스랜드의 말은 다가가면 미소를 짓는다. 냄새 맡으려는 호기심 같은데 꼭
철원군 대암홀스랜드의 말은 다가가면 미소를 짓는다. 냄새 맡으려는 호기심 같은데 꼭 "나 잘생겼지?" 묻는 표정이다.  /김성주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얼음 위에서 사진 속 여우는 먹이를 주며 다가가는 우리에게 미소를 보였다. 여우는 생각보다 친근하다. /양진철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얼음 위에서 사진 속 여우는 먹이를 주며 다가가는 우리에게 미소를 보였다. 여우는 생각보다 친근하다. /양진철

뽀로로 형 : "난 원래 이렇게 생겼어"

가장 게으른 명랑함이다. 노력 없이 얼굴값으로 획득한다. 판다를 보라. 눈가의 검은 점 두 개 덕에 세상에서 제일 사랑받는 동물이 됐다. 그러나 그 점을 지우면 그냥 멍청한 곰이다. 쿼카라는 호주의 유대류 동물은 입 근육 구조 때문에 천적한테 쫓기면서도 웃는 것처럼 보인다. 해맑음의 상징이다.

철원의 승마장에서 키우는 어느 말은 나만 보면 웃는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코부터 밀고 들어온다. 냄새 맡으려는 호기심 같은데 꼭 "나 잘생겼지?" 묻는 표정이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얼음 위에서 사진 속 여우는 먹이를 주며 다가가는 우리에게 미소를 보였다. 사실 동물은 웃지 않는다. 웃는 건 우리 뇌다. 사람 얼굴을 읽으려고 진화한 회로가 판다나 쿼카의 눈, 코, 입 배열을 보고 착각을 일으켰다고 본다. 그래도 명랑하다.

겨울 눈밭에서 만난 수달. 수달은 비탈을 슬라이드처럼 타고 놀기도 한다. 수달에게서 천진난만한 명랑함을 느낀다. /한국수달보호협회
겨울 눈밭에서 만난 수달. 수달은 비탈을 슬라이드처럼 타고 놀기도 한다. 수달에게서 천진난만한 명랑함을 느낀다. /한국수달보호협회

아기공룡 둘리 형 : "이유는 없고요, 그냥 재밌어서요"

진짜 명랑함이다. 목적 없이 그냥 논다. 동물들도 놀이를 즐기는 것을 아는가. 내가 사랑하는 수달은 슬라이드 선수다. 눈 비탈을 내려갔다 다시 기어 올라가 또 미끄러진다.

까마귀가 지붕 위에서 원반이나 뚜껑을 타고 스노보드처럼 내려오는 것이 알래스카와 캐나다에서 목격되었다. 쥐도 간지럽히면 웃는다는 사실이 실험실에서 밝혀졌다. 초음파로 진짜 웃는다. 둘리가 이유 없이 방귀 뀌고 좋아하는 것과 똑같다. 놀이엔 이유가 필요 없다.

달려라 하니 형 : "그래도 나는 웃는다"

여기부터 급이 달라진다. 힘든데도 웃는 거다. 이 유형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는 들장미 소녀 캔디형이라고도 부른다. 연어는 폭포를 거슬러 오른다. 아무것도 안 먹고 강을 거슬러 올라 알을 낳는다. 대견하다.

매미는 땅속에서 애벌레로 3년에서 7년을 산다. 나무뿌리 수액만 빨아 먹으며 캄캄한 어둠 속에서 버틴다. 그렇게 기다려서 겨우 세상에 나오면 남은 시간은 고작 2주에서 한 달. 평생의 99%를 기다리다가, 딱 1%만 노래하고 떠난다. 짧고 굵게 산다. 

쇠똥구리 수컷은 몸무게 50배가 넘는 똥 덩이를 굴린다. 사람으로 치면 3t짜리 쇠구슬을 굴리는 격이다. 암컷은 그 위에 올라타 방향을 지시한다. 똥 덩이를 굴려 굴 속으로 들어가면 암컷은 똥에 알을 낳는다. 알은 깨어나서 똥을 먹으며 자란다. 한국 쇠똥구리는 1971년 자취를 감췄다가 2019년 몽골에서 데려와 48년 만에 돌아왔다. 넘어져도 다시 구르고, 사라져도 다시 돌아온다. 

독수리오형제 형 : "나 혼자였으면 진작 얼어 죽었어"

팀플레이로 명랑한 경우다. 황제펭귄은 영하 40도 강풍 속에서 발등에 알을 얹고 두 달을 버티는데, 방법은 수백 마리가 뭉쳐 안쪽과 바깥쪽을 교대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안쪽 온도가 체온에 가까운 37도까지 오른다. 오형제가 각자 능력을 모아 지구를 지키듯, 펭귄도 자리를 바꿔가며 전체를 살린다.

부캉이도 결국 이쪽에 기대야 할 것이다. 자력으로 수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수산과학원과 해경, 시민들과 함께 살길을 찾아내야 한다. 아무튼 지금 부산 북항은 다 같이 명랑한 축제 분위기이다.  

가장 명랑하게 지내는 생물을 꼽자면 역시 인간이다. 수줍은 듯 환하게 웃는 아이의 웃음을 보라. 세상 부모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에게서 이런 표정을 발견하고 간직하고 있으리라. 비록 해상도가 작아 흐릿해도 아이의 웃음은 세상을 밝게 한다. /김성주
가장 명랑하게 지내는 생물을 꼽자면 역시 인간이다. 수줍은 듯 환하게 웃는 아이의 웃음을 보라. 세상 부모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에게서 이런 표정을 발견하고 간직하고 있으리라. 비록 해상도가 작아 흐릿해도 아이의 웃음은 세상을 밝게 한다. /김성주

명랑이라는 게 별것이 있나. 수달처럼 말처럼 판다처럼 여우처럼 미소를 머금어 보자. 동물들의 웃음이 인간의 착각일지언정 자연에서 생물들은 알아서 명랑하게 잘 지낸다. 생태계는 명랑하게 돌아간다. 

가장 명랑하게 지내는 생물을 꼽자면 역시 인간이다. 수줍은 듯 환하게 웃는 아이의 웃음을 보라. 세상 부모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에게서 이런 표정을 발견하고 간직하고 있으리라.

세상 걱정 없고 행복한 아이처럼 우리 함께 이번 추석 명절을 명랑하게 지내보자. 부캉이도 추석 잘 보내고 무사히 바다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모두 명랑한 사회를 위하여.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한양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전공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오랫동안 '환상의 나라'를 설계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슬로우빌리지 대표이자 컨설턴트로 변신해 농촌에 행복의 마법을 부리는 중이다. 한국수달보호협회 수도권서부지회장으로서 생태 보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한국사회적농업협회 부회장을 맡아 치유농업과 6차산업을 이끌고 있다. 사람과 생명이 함께 웃고, 모든 이가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쾌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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