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탈북보다 어려운 게 공감"…첫 추석 맞은 '북남남녀' 신혼부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OK제보] "탈북보다 어려운 게 공감"…첫 추석 맞은 '북남남녀' 신혼부부

연합뉴스 2026-09-25 06:00:01 신고

3줄요약

주권능·이하진씨 "남북 차이보다 사람의 문제…통일은 불가피한 미래"

"목숨 걸고 공감"·"'사랑의 불시착' 안 해"…남다른 혼인 서약

'북남남녀' 주권능·이하진 씨 부부 '북남남녀' 주권능·이하진 씨 부부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탈북민 주권능(30) 씨(사진 오른쪽)와 남한 출신 아내 이하진 씨 모습. [촬영 서효주]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서효주 인턴기자 = "추석만 되면 서울이 텅텅 비는데 제 가족은 갈 데가 없었어요. 이제는 가야 할 곳이 생겨서 너무 기대됩니다."

탈북민 주권능(30) 씨에게 이번 추석은 유달리 특별하다. 지난 6월 남한 출신 이하진 씨와 결혼한 뒤 처음 맞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주씨는 2009년 어머니, 둘째 누나와 함께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먼저 탈북한 아버지에 이어 큰누나까지 가족 다섯 명이 세 차례에 걸쳐 남한에 모였지만, 친척은 모두 북에 남아 있다.

지난 17일 연합뉴스와 만난 주씨는 "결혼하고 아내의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이제 나에게도 한국에 가족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했다"며 "한국 사회에 좀 더 깊이 뿌리내린 일원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주씨가 기억하는 북한의 추석은 흩어져 살던 가족이 1년에 한 번 모이는 날이다.

그는 "사과 한 알 살 돈이면 쌀 몇 ㎏을 살 만큼 귀했지만, 제사상엔 꼭 올려야 해서 한 알을 쪼개고 쪼개 가족끼리 한 조각씩 나눠 먹었다"며 "그 달콤함은 말로 다 못 한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한 북한 선교 단체의 훈련 프로그램에서 팀장과 훈련생으로 처음 만나 2년간 교제한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차이는 적지 않았다. MBTI는 ENTP(주씨)와 ISFJ(이씨)로 정반대였고, 사회 이슈를 보는 정치적 시각도 달랐다. 주씨는 "아내는 속상함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해결하려고만 들어서 많이 싸웠다"며 "그래도 신앙이라는 상위의 공통점이 있어 등을 돌리는 게 아니라 서로 맞춰가는 방향으로 조율이 된다"고 말했다.

남북한 사람의 교제라고 하면 흔히 '남남북녀'를 떠올린다. 이들 같은 '북남남녀'는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느껴지는 조합이다. 교제 초반 주변에서는 "(남자 친구가) 북한 사람이라 괜찮겠느냐"는 걱정도 나왔다고 한다.

주씨는 "남과 북의 차이는 해결이 되더라. 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을 내 편으로 여기겠다는 결단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혼인 서약도 남달랐다. 주씨는 "탈북보다 어려운 게 공감이더라. 목숨 걸고 공감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씨는 남북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빗대 "사랑의 불시착을 하지 않도록 오빠가 (남한에) 와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북남남녀' 주권능·이하진 씨 부부 '북남남녀' 주권능·이하진 씨 부부

탈북민 주권능(30) 씨와 남한 출신 아내 이하진 씨의 웨딩 사진 [주권능 씨 제공]

북한에 가족을 두고 떠나온 탈북민들에게 추석과 같은 명절은 한국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기이면서, 한편으로는 분단의 질곡을 더 깊게 체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가족을 두고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던 주씨의 고모는 북한에서 손자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죽어도 가족 옆에서 죽겠다"며 북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주씨는 "대학 공강 시간에 그 소식을 듣고 학교 계단에 혼자 앉아 있었다"며 "분단이 이렇게 체감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런 슬픔을 어서 끊고 통일로 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꼽았다. 민간 청년 통일·선교 단체인 '통일마중'을 이끄는 주씨는 탈북민을 통한 남북 주민 간 교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씨는 "국내 탈북민 3만5천명 가운데 최소 절반은 북한 가족과 연락하는 만큼, 이들을 통해 주민과 직접 닿는 교류가 진짜 통일 준비"라고 주장했다.

다만 국회에서 남북 주민 간 민간 접촉 신고 거부 규정을 없애 민간 교류를 대폭 허용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어차피 김정은 정권에서 한국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은 북한 정권 관계자들뿐"이라며 "정말로 민간 교류의 확대를 이끌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있다"고 말했다.

주씨는 "통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이라며 "분단은 하나였던 역사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고, 통일됐을 때가 진짜 우리나라 전성기의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boba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