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 관세 낮추고 FA-50 길 넓힌다…한·멕, 20년 만에 시장개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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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 관세 낮추고 FA-50 길 넓힌다…한·멕, 20년 만에 시장개방 시동

이데일리 2026-09-25 03:58: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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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한국과 멕시코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을 목표로 20년 가까이 멈춰 있던 시장 개방 논의에 다시 시동을 걸 전망이다. 양국은 무역협정 체결을 촉진할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신설하고, 한국산 경공격기 FA-50을 비롯한 항공우주 제품의 유지·보수와 멕시코 현지 생산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멕시코 기업의 한국산 제품 구매를 지원할 1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체계도 마련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정부와 기관·기업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와 공동선언 등 17건의 문서를 교환했다. 장기간 답보 상태였던 무역협정 논의를 되살리는 동시에 금융과 방산·항공우주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의 멕시코 진출을 뒷받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국빈 방문 공식 환영식이 끝난 뒤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국빈 방문 공식 환영식이 끝난 뒤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년 가까이 멈춘 시장개방 논의…상시 협의채널 가동

이번 양자회담 성과 중 핵심은 산업통상부와 멕시코 경제부가 체결한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다. 양국은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실무그룹을 운영해 무역협정 체결을 촉진하기로 했다. 정상 차원에서 협상 재개 필요성에 공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속 논의를 이어갈 정부 간 상시채널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멕시코 현지 일간지 엘우니베르살과의 인터뷰에서 “한·멕시코 경제협정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연관된다. 이 대통령은 “경제협력의 깊이에 걸맞은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사회보장협정 체결과 투자보장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협정은 CEPA를 의미한다. 명칭은 자유무역협정(FTA)과 다르지만 상품 관세를 낮추고 서비스·투자 시장을 개방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내용은 FTA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와 철강 등 자국 제조업계의 시장 개방 반대가 강한 멕시코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2006년 FTA보다 개방 수준이 낮은 전략적경제보완협정(SECA) 협상을 시작해 세 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2007년 이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두 차례 공식 협상을 열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이 요구한 주요 공산품 관세 인하와 멕시코 정부조달시장 개방에 멕시코가 소극적이었던 반면, 멕시코는 한국의 민감 농산물에 대한 즉각적인 관세 철폐를 요구했다. 협상은 2008년 6월을 끝으로 중단됐다.

이후 2012년과 2016년 정상 차원에서 협상 재개에 공감했고 2022년에도 재개를 추진했지만 정식 협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공동위원회 설치는 과거처럼 정상 간 ‘재개 공감’에 머물지 않고 산업당국이 협상 의제와 시장 개방 범위를 계속 조율할 틀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다만 정식 협상 재개일이나 체결 시한, 상품 양허 범위까지 확정한 것은 아닌 상황이다.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관세 충격 제한적…그래도 CEPA 필요한 이유

CEPA 논의를 서두르는 직접적인 배경에는 멕시코의 관세정책 변화가 있다. 멕시코는 올해부터 한국과 중국 등 무역협정 미체결국에서 수입하는 1400여개 품목에 5∼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와 부품, 철강, 가전, 섬유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도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당장 한국 기업에 미칠 충격은 애초 우려보다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한국 정부가 통상·외교장관 회의 등을 통해 멕시코 측에 우려를 전달하면서 의회를 통과한 최종안에는 한국 측 의견이 일부 반영됐다.

자동차 부품은 차체 외장부품과 구동부품 등 38개 품목이 관세 인상 대상에서 빠졌고 일부 관세율도 당초 35%에서 25%로 낮아졌다. 철강 슬라브는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탁기 관세율은 당초 35%에서 25∼30%, 냉장고는 25%, 전자레인지는 30%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한국 기업들이 이용해 온 멕시코의 중간재 관세 감면제도도 유지됐다. PROSEC은 전자·자동차 등 24개 산업의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수입 장비와 부품에 0∼10%의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다. IMMEX는 수출용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설비의 관세 납부를 유예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면 관세를 면제한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른 대미 무관세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자동차와 가전 등을 중심으로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현지 생산에 필요한 한국산 부품과 소재는 PROSEC과 IMMEX를 통해 낮은 관세로 들여왔다. 이들 제도가 유지되는 만큼 현지 생산기업의 원가가 당장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CEPA가 필요한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의 국내 감면제도와 품목별 예외에 의존하는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관세 감면 대상이나 적용 요건이 바뀌면 기업의 비용과 공급망도 영향을 받는다. 멕시코에 완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기업은 감면 혜택을 받기 어려워 일본이나 유럽연합(EU) 기업보다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미국이 USMCA 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미국은 멕시코가 중국 등 아시아산 제품의 우회 수출 통로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산지 기준 강화와 역외 부품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CEPA가 체결되면 한국산 부품과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제도적으로 낮추고, 멕시코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 현재 500여개 한국 기업이 진출한 멕시코를 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연결하는 생산·수출 거점으로 안정적으로 활용할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멕시코 역시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제조업 육성정책인 ‘플랜 멕시코’를 통해 반도체와 항공우주, 전기차 등 첨단산업 투자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국은 CEPA 논의와 함께 광물자원 관련 통계와 정보를 교환하고 지속 가능한 광업 기술과 경험도 공유하기로 했다.

◇FA-50 판매 넘어 정비·부품·현지생산까지

방산·항공우주 분야에서는 단순한 완제품 판매보다 넓은 산업협력을 추진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멕시코 항공우주산업협회는 FA-50과 무인항공기·위성 등의 운용 및 유지·보수 기술을 협력하기로 했다.

멕시코의 우수 업체를 발굴·검증해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KAI가 개발·생산한 항공우주 제품을 멕시코에서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산업협력 가능성도 검토한다. 플랜 멕시코와 연계한 협력 프로그램도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FA-50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비와 부품 조달, 인력 양성, 현지 생산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항공기는 도입 이후 장기간 정비와 부품 공급이 필요해 현지 산업의 참여 여부가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멕시코는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기술 축적 효과를 얻고, 한국은 FA-50을 발판으로 무인기와 위성, 기체 구조물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양국 국방당국도 별도 MOU를 체결하고 군사 교육·훈련과 국방 연구개발, 방위산업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멕시코군 현대화와 해양안보 등 현지 수요를 한국 방산기업의 진출 기회로 연결할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멕시코를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애국영웅탑에서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멕시코를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애국영웅탑에서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억달러 금융지원…한국 제품 살 ‘돈줄’ 제공

한국수출입은행과 멕시코 대외무역개발은행은 10억달러 규모의 신규 전대금융 한도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금융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대금융은 수출입은행이 멕시코 현지 은행에 신용한도를 제공하고, 현지 은행이 이 자금으로 한국산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멕시코 기업에 대출하는 방식이다. 한국 기업이나 멕시코 정부에 10억달러를 직접 지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지원이 중요한 것은 수출 경쟁력이 제품의 가격과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멕시코 기업이 한국산 기계·설비와 자동차·ICT 제품을 구매하려 해도 초기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조달금리가 높으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한국이 경쟁력 있는 금융조건을 함께 제공하면 멕시코 구매기업의 부담을 낮춰 한국 제품의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 수출기업도 현지 은행을 통해 대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 미수금과 거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멕시코 은행이 자국 기업을 심사하고 대출하기 때문에 수출입은행이 개별 구매기업을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 신속하게 금융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는 이를 ICT와 자동차·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의 수출을 뒷받침하는 금융 안전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양국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도 재개한다. 경제협력과 경제안보, 공급망, 과학기술 혁신 분야의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의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정상회담 합의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고 진행 상황을 관리할 후속 기구를 복원한 것이다.

AI 협력 공동선언도 채택했다. 양국은 ‘글로벌 AI 기본사회’ 구상을 반영한 협력 원칙을 마련하고, 2028년 멕시코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APEC AI 이니셔티브’ 중간 점검회의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한국이 주도해 채택된 AI 구상을 중남미로 확산하고 국내 AI 기업의 멕시코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려는 취지다.

이 밖에도 국제개발협력포럼 신설과 장학·학술교류, 세관, 농업기술, 지식재산, 우주, 치안, 반부패, 관광·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한다. 2027년 하반기에는 멕시코시티에서 첫 한·멕시코 국제개발협력포럼을 열어 중남미·카리브 지역의 공동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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