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캡틴' 손흥민(LAFC)이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한국 축구의 새 출발을 알리는 축포를 쏘아 올리고 '전설'에도 한발짝 더 다가섰다.
손흥민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앞서 있던 후반 13분 추가 골을 넣어 한국의 3-0 완승에 힘을 보탰다.
4-4-2 포메이션에서 오현규(베식타시)와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9분 오현규가 선제골을 터트리고 나서 4분 뒤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에콰도르 골망을 흔들었다.
오현규가 프리킥을 얻은 곳은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 골라인 부근이라 슈팅 각도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에콰도르 골문 오른쪽 상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침묵했던 손흥민이 A매치에서 골 맛을 본 것은 지난 5월 말 트리니다드 토바고와 친선경기 이후 넉 달 및 5경기 만이다.
아울러 이날 골은 한국 선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가진 손흥민이 148번째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기록한 57번째 골이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한국 선수 A매치 최다 골 기록을 보유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58골)에 한 골 차로 다가섰다.
한국 축구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체제에서 출전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이를 계기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 등이 다시금 부각되면서 한국 축구의 이미지는 땅으로 추락했다.
이날 에콰도르전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국 축구가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임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11월까지 A매치 6경기를 이끌며 한국 축구가 새롭게 도약할 디딤돌을 놓아야 할 중책을 맡은 모레노 감독 체제에서도 손흥민은 변함없이 주장을 맡았다.
에콰도르전을 앞두고 손흥민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팬들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면서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결국 선수들 몫"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곧바로 팬들 앞에서 전날의 다짐을 멋진 골로 보여줬다.
손흥민의 골이 터지자 3만3천953명의 관중이 들어찬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손흥민이 후반 40분 이동경(울산 HD)과 교체돼 벤치로 돌아갈 때 팬들은 손흥민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어제도 얘기했듯이 월드컵을 생각하면 당연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오늘 한 경기로 모든 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무엇보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즐겁게 플레이했다. 선수들과 좋은 경기로 조금이나마 팬분들을 위로해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킥 득점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 그 위치에서는 슛할 생각을 거의 안 한다"면서 "김민재가 상대 수비수들을 가까운 쪽으로 끌고 갈 테니 슈팅하라더라"고 김민재에게 공을 돌렸다.
우리 대표팀이 전반에는 득점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복싱에 빗댔다.
손흥민은 "경기를 45분만 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복싱에서 나중에 큰 한 방을 날리기 위해 계속 잽을 던지는 것처럼 경기도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전반은 선수들이 처음 호흡을 맞추고 감독님이 지시한 것을 경기장에서 사실상 처음 시도하는 과정이어서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고 짚었다.
A매치 득점 기록에 대해서는 여전히 큰 의미를 두려 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항상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이 절대 우선이 될 수 없다"면서 "많은 골을 넣었지만 모두 내 성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동료와 함께했던 감독님과 코치님, 스태프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기록을 깬다고 해도 그것은 저 혼자 자랑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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