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마틴스가 디젤에서 보내는 마지막 인사, 2027 S/S 컬렉션을 톺아봅니다.
6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글렌 마틴스의 마지막 쇼
지난 9월 22일(현지 시간), 밀라노에서 디젤의 2027 S/S 컬렉션이 열렸습니다. 2020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이래 데님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온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가 선보이는 마지막 디젤 쇼였는데요. 6년간 브랜드의 부흥을 이끌어온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밀라노의 비아 몬쿠코(Via Moncucco)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행사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열기에 부응하듯, 유독 더 강렬하고 관능적인 클럽 파티 형식의 쇼로 화려한 피날레를 완성했죠. 디젤의 부활을 이끌어낸 그다운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글렌 마틴스가 보여준 디젤의 마지막
글렌 마틴스가 약 6년간 펼쳐온 디젤은 쾌락주의적인 서브컬처를 전면에 내세우고, 데님의 무한한 재창조를 통해 도발적인 언어를 완성해온 브랜드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이번 쇼의 키워드는 ‘파괴적이고, 섹시하며, 유연하고, 재미있는 것(Disruptive, Sexy, Fluid, Fun)’이었죠. 런웨이는 파스텔 퍼플과 옐로우의 보색을 사용한 오버사이즈 재킷 룩이 쇼의 문을 열며 자유로운 흐름을 예고했습니다. 이 첫 룩에서부터 눈에 띈 것은 바로 아우터의 레이어드였는데요. 두 개 이상을 겹쳐 스타일링하며 아우터는 하나만 걸친다는 관습적인 편견을 깨뜨렸습니다. 길이와 소재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이 레이어링은, 디젤이 보여주고 싶은 ‘파괴적인’ 위트를 그대로 구현했어요. 이어서 이전 시즌들에서도 선보인 ‘트롱프뢰유(2차원 평면에 실물 같은 사물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해 착시를 일으키는 미술 기법)’ 기법을 활용한 코트나 데님 재킷, 레더 셋업 등이 연이어 등장했고, 뒤로 갈수록 더욱 짧아지고 과감해지는 쇼츠나 슬립 드레스는 디젤의 관능적인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S/S 시즌의 계절감을 더하는 플라워 모양 컷아웃 디테일까지. 그 어느 때보다 도발적이면서도 디젤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듯한, 강렬한 런웨이였습니다.
관객과 퍼포머가 뒤섞인 클럽의 밤
현장의 분위기에 더욱 뜨거운 불을 지핀 건 200명의 퍼포머들. 거대한 클럽으로 변신한 붉은빛의 쇼장 안에서, 관람객들 사이에 앉아있던 퍼포머들은 ‘러브 투 러브 유 베이비(Love to Love You Baby)’ 사운드 트랙에 맞춰 혼자서, 혹은 두세 명씩 관능적이고 자유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에 푹 빠진 연인처럼 키스를 하기도 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베베 꼬기도 하는 등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행동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죠. 쇼의 마지막에는 객석에서 몸부림치던 열기가 피날레와 함께 모두 헤드뱅잉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강렬한 하이라이트가 완성되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 그대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디젤의 ‘자기표현’ 정신이 뜨겁게 증명된 쇼였습니다.
디젤의 2027 S/S 쇼를 찾은 에이티즈 윤호
이날 쇼장에는 에이티즈의 윤호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지난 2월에 열린 2026 F/W 밀라노 패션위크의 디젤 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그는, 한층 더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현장의 시선을 모았죠. 그는 비비드한 블루 컬러의 폴로 니트를 빈티지한 레더 블루종에 레이어드해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룩에 에너제틱한 반전을 주었고, 자연스러운 워싱이 들어간 스트레이트 핏 진과 볼드한 메탈 버클 벨트를 매치해 디젤 특유의 거친 감성을 더한 룩을 선보였습니다. 세련된 그의 이미지와 디젤의 반항적인 무드가 결합된 개성 있는 룩이었습니다.
데님 팬츠와 티셔츠 위주였던 디젤을 거친 파티와 쾌락주의적 정신의 대명사로 바꿔놓은 6년. 글렌 마틴스가 디젤에 남긴 이 시간은 데님이라는 소재에 대한 끝없는 실험이자, 자기표현이라는 가치에 대한 오랜 믿음이었습니다. 관객들의 기립박수 속에 막을 내린 이번 컬렉션이 이어갈 다음 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