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늘고 있다. 관세와 물류비 부담을 낮추면서 해당 국가뿐 아니라 인접 시장까지 판매 지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KGM)가 에티오피아에 KD(Knock Down) 생산시설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현지 생산을 활용한 해외 판매 전략의 하나다.
동아프리카 경제성장…에티오피아를 생산지 택한 배경
24일 업계에 따르면 KGM은 에티오피아에서 연간 1000대 규모로 토레스 EVX와 무쏘 EV 등을 조립할 계획이다. 생산 차량은 현지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케냐와 우간다, 르완다, 소말리아, 지부티 등 주변 국가에도 공급한다. 생산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한 국가의 내수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접국 판매까지 염두에 둔 사업 구조다.
에티오피아를 생산지로 정한 배경에는 동아프리카의 경제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유엔의 '세계 경제 현황 및 전망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동아프리카 경제성장률은 5.8%로 예상됐다. 에티오피아는 6.3%, 케냐는 5.1%로 전망됐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2.7%와 아프리카 전체 평균 4.0%보다 높은 수준이다.
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에서는 비쇼프투 신국제공항 건설이 시작됐으며, 케냐에서는 조모케냐타국제공항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는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경제 성과가 동아프리카의 무역과 운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산업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현지 사업 환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에티오피아에서 건설기계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광 개발과 광업 부문의 성장으로 장비 수요가 증가한 것이 배경으로 제시됐다.
자동차와 건설기계의 시장 구조는 다르지만, 현지 산업과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제조업 관련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에티오피아 시장을 바라보는 배경이 될 수 있다.
KGM이 생산 차량을 주변국으로 보내려는 계획도 이런 지역적 특성과 맞물린다. 에티오피아에서 조립한 차량을 현지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소말리아와 케냐, 우간다, 르완다, 지부티 등으로 수출하면 하나의 생산시설에서 여러 시장을 상대할 수 있다.
베트남·사우디 이어 에티오피아…KGM 해외 생산 중요
KGM은 최근 에티오피아 B&C 매뉴팩처링 그룹, 영산글로넷과 KD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지 사업자인 B&C는 생산시설을 지을 부지와 기반시설을 마련한다. 영산글로넷은 공장 설계와 기술 자문, 엔지니어링, 생산설비 공급 등을 맡는다. KGM은 차량과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장은 오는 10월 착공해 2027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간 생산량은 약 1000대이며 토레스 EVX와 무쏘 EV 등이 생산 대상이다.현지에서 조립한 차량은 에티오피아 내수시장뿐 아니라 소말리아와 케냐, 우간다, 르완다, 지부티 등으로 수출한다. 따라서 공장 가동과 함께 현지 판매망을 확보하고 주변국으로 물량을 보내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다.
KGM은 에티오피아 외에도 베트남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KD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사업자가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KGM이 차량 부품과 기술을 공급하는 형태다. 앞선 해외 사업에서는 생산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경우도 있었다. 베트남 사업은 현지 협의 과정에서 양산 시점이 조정됐고, 사우디아라비아 사업도 생산 일정에 변동이 있었다. 에티오피아 역시 공장 착공 이후 실제 생산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KD 생산은 완성차를 국내에서 모두 조립한 뒤 해외로 보내는 방식과 비용 구조가 다르다. 현지 생산시설을 활용하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낮출 여지가 있고, 완성차 업체가 국내 생산라인을 추가로 가동하지 않고 해외 판매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현지 생산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현지 판매망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공장 가동에 따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KGM의 최근 실적에서도 해외 판매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올해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2만968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수출은 1만9300여 대로 13% 늘었고, 매출은 1조1823억 원으로 14.1%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9억 원으로 전년보다 50.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0.8%에 머물렀다. 해외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신차 관련 비용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생산 규모보다 주변국 판매 확인
에티오피아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1000대 수준이다. KGM 전체 판매량과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니다. 따라서 공장 자체의 생산량보다는 에티오피아에서 판매 기반을 확보한 뒤 인접국으로 얼마나 물량을 보낼 수 있는지가 사업 규모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케냐와 우간다, 르완다 등으로 수출이 계획된 만큼 국가별 판매망과 물류 여건을 갖추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생산시설이 만들어져도 주변국에서 실제 판매가 발생하지 않으면 생산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에티오피아 공장의 연간 생산량만 보면 큰 생산시설은 아니지만 주변 국가까지 판매 지역으로 설정했다는 점을 봐야 한다"며 "현지 조립을 통해 물류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실제 수출 물량을 늘릴 수 있는지가 사업 성과를 가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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