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대 리콜이 스티커 한 장?⋯LG 美 전기레인지 대응에 소비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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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대 리콜이 스티커 한 장?⋯LG 美 전기레인지 대응에 소비자 분통

M투데이 2026-09-24 11:42: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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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 오작동' 화재 28건·재산피해에 대책은 '경고 스티커'

[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LG전자가 미국에서 전기 레인지 약 50만대를 리콜한 지 1년7개월이 지났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안전성 관련 불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25년 2월 6일 전면에 조작 노브가 설치된 슬라이드인 및 프리스탠딩 전기 레인지 약 50만대를 리콜했다.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전면 노브에 접촉할 경우 의도하지 않게 가열장치가 켜질 수 있어 화재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사고 규모도 적지 않았다. CPSC에는 전면 노브가 의도치 않게 작동했다는 신고가 최소 86건 접수됐으며, 관련 제품이 연관된 화재는 28건을 넘었다. 이 가운데 최소 5건에서 총 34만달러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화상을 포함한 경미한 부상도 최소 8건 보고됐다. 반려동물이 숨진 화재도 3건 신고됐다.

주목되는 것은 리콜 방식이다. CPSC는 해당 리콜의 조치 유형을 ‘Repair(수리)’로 분류했지만 소비자에게 제공한 대책에는 노브나 스위치 등 하드웨어 부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리콜 대상 소비자가 LG에 연락하면 무료 경고 라벨과 부착 방법을 제공하고, 제품에 이미 설치된 ‘컨트롤 락’ 기능을 사용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이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노브가 돌아가더라도 가열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LG전자 미국법인 관계자는 미국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제품에 대해 “해결책은 이미 제품에 내장돼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CPSC와 합의한 조치는 기존 라벨보다 눈에 잘 띄는 경고 라벨을 노브 가까이에 배치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후 출시된 일부 신제품에서는 노브 자체의 구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LG전자의 신형 제품에는 ‘플렉스 컨트롤 노브(Flex Control Knobs)’와 ‘세이프티 노브(Safety Knobs)’가 주요 기능으로 명시돼 있다. LG전자 공식 제품 사양에서도 해당 모델에 노브가 적용된 사실이 확인된다.

신형 제품의 경우, 설정에 따라 측면 버튼을 누르고 노브를 안쪽으로 민 뒤 돌려야 작동하는 3단계 방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어린이나 반려동물, 사용자가 우연히 노브에 접촉했을 때 가열장치가 작동할 가능성을 낮추려는 물리적 안전장치다.

결과적으로 기존 리콜 제품에는 잠금기능과 경고 라벨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이후 제품에서는 노브 자체에 추가적인 안전 구조를 적용한 셈이다.

현재 공개된 CPSC와 LG 자료에서는 약 50만대의 기존 리콜 제품에 신형 안전노브를 장착하지 않은 이유를 비용이나 기술적 한계 등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리콜 이후에도 전면 노브의 우발 작동을 호소하는 소비자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리콜 대상인 제품의 구매 후기에는 2026년 들어서도 노브가 쉽게 작동한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지난 4월에는 노브가 돌출돼 있어 몸이 닿으면 의도하지 않게 작동할 수 있다는 구매 후기가 게재됐다. 또다른 모델 후기에서도 일부 소비자들이 전면 노브의 민감한 작동을 안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잠금기능 자체의 한계를 보여주는 신고 사례도 있다. CPSC가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에는 리콜 대상 제품 사용자가 ‘컨트롤 락’ 기능을 켜놓은 상태였지만 정전이 발생. 잠금이 해제됐고, 이후 반려견이 노브를 건드려 버너가 켜지면서 주변 플라스틱 용기에 불이 붙었다고 신고한 사례가 올라와 있다. 

LG전자의 리콜 대응은 결국 기존 제품과 신제품 사이에서 차이를 보인다. 2025년 리콜 대상 약 50만대에는 ‘컨트롤 락’ 기능 사용과 경고 라벨을 중심으로 대응한 반면, 이후 일부 신제품에서는 물리적으로 우발 작동 가능성을 낮추는 안전노브를 적용했다.

결국 문제는 ‘리콜을 했느냐’가 아니라 실제 화재 위험을 얼마나 줄였느냐에 있다. 28건이 넘는 화재와 34만달러 이상의 재산피해가 확인된 제품에 대해 노브 교체 없이 경고 라벨과 기존 잠금기능 사용을 권고한 조치는 위험 제거보다는 소비자의 주의와 관리에 상당 부분 의존한 대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이후 신제품에 우발 작동 가능성을 낮추는 물리적 안전노브를 적용했다는 점은 기존 제품의 안전성 취약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50만대에 취해진 조치가 불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운다. 

LG전자가 신제품에서 보완한 안전장치를 기존 리콜 제품에는 왜 제공하지 않았는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판단이 있었던 것인지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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