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 심장 문제가 발견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심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장은 우리 몸의 다른 장기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특히 갑상선이나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심장박동, 혈압, 혈관의 상태와 심장근육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심장 자체의 질환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호르몬질환이 심장의 변화를 악화시키고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갑상선기능저하증(Hypothyroidism)과 부신피질기능항진증(Hyperadrenocorticism, Cushing's syndrome)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심박수와 수축력 떨어뜨릴 수 있어
갑상선호르몬은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몸 전체의 대사가 느려지면서 활동성이 떨어지고 체중이 증가하거나 피부와 털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심장에서도 나타난다. 갑상선호르몬은 심장이 정상적인 속도로 뛰고 적절한 힘으로 수축하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심하면 심박수가 느려지고 심장근육의 수축력이 감소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심장의 수축 기능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심장의 수축력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환자는 무조건 심장 자체의 문제만 생각하기보다는 갑상선호르몬의 이상이 함께 존재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갑상선호르몬 보충하면 심장 기능도 개선 가능성
심장 변화가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나타났을 때는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적절히 보충하면 심장 기능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갑상선호르몬은 심박수와 대사량을 증가시키고 심장이 필요로 하는 산소와 에너지의 양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미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갑상선호르몬 치료를 시작할 때 심장 상태와 갑상선 수치를 함께 확인하면서 적절한 용량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고령의 환자는 갑상선 수치 하나만을 보고 치료하기보다는 임상증상과 다른 검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쿠싱증후군, 코르티솔 과다로 여러 문제 일으켜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은 흔히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이라고 부르는 질환으로 몸속에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만성적으로 과하게 존재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보거나 식욕이 지나치게 증가하고 배가 볼록하게 나오거나 피부와 털이 얇아지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쿠싱증후군의 영향은 이러한 외형적인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코르티솔이 장기간 과하게 분비되면 혈압과 혈관, 혈액의 응고 상태,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혈압·혈전 위험으로 심장에 부담 커
쿠싱증후군이 있는 강아지는 고혈압이 동반될 수 있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심장은 더 높은 압력을 이겨내며 혈액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심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쿠싱증후군에서는 혈전이 쉽게 형성되는 방향으로 몸의 상태가 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때에 따라 폐혈관을 포함한 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심장근육의 두께나 심장의 기능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령견에게 쿠싱증후군까지 함께 존재한다면 두 질환을 따로 보기보다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첨판질환 있다면 동반질환 확인 더 중요해
고령의 소형견은 이첨판질환(MMVD)이 매우 흔하다. 또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쿠싱증후군 역시 중년 이후의 강아지에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 질환이 함께 존재하는 환자를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첨판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동반되면 심장 수축 기능이나 심박수에 추가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쿠싱증후군이 동반된 환자는 고혈압이나 혈전 위험과 같은 문제가 기존 심장질환의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원래 심장이 안 좋은 강아지니까’라며 모든 변화를 심장병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평소와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면 심장 이외의 질환이 새롭게 발생하지 않았는지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검사와 호르몬검사 함께 진행해야 정확도 ↑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호르몬질환이 의심된다면 심장과 내분비계에 대한 검사를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심장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심장초음파검사, 흉부방사선검사, 혈압 측정 등이 필요할 수 있으며 호르몬질환이 의심된다면 혈액검사와 함께 질환에 맞는 호르몬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만일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의심될 때는 T4, free T4, TSH 등을 종합해 평가할 수 있다. 쿠싱증후군이 의심될 때는 환자의 증상과 기본 혈액검사를 확인한 뒤 필요에 따라 ACTH자극시험이나 저용량덱사메타손억제시험(LDDST) 등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검사 결과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환자의 증상과 신체검사, 심장검사, 혈액검사 및 호르몬검사를 함께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 나타나면 심장병 진행만으로 넘기지 말아야
심장병을 치료하고 있는 반려동물에게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새롭게 나타난다면 단순히 심장병이 진행된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예전보다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짐
·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증가하거나 감소함
· 털이 빠지거나 피부 상태가 달라짐
·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증가함
· 식욕이 갑자기 지나치게 증가함
· 배가 이전보다 볼록해짐
· 평소와 다르게 심하게 헐떡임
·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게 측정됨
이러한 변화들은 반드시 호르몬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심장질환 이외에 다른 문제가 함께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심장병 관리 시 심장 밖 변화도 함께 살펴야
심장병은 심장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심장이 느리게 뛰고 수축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코르티솔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혈압과 혈관, 혈전 위험을 통해 심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호르몬질환을 적절히 진단하고 치료하면 심장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고령의 반려동물은 여러 질환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나의 검사 결과나 하나의 장기만 보는 것보다 몸 전체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병을 치료하고 있는 반려동물에게 이전에는 없었던 체중 변화, 피부와 털의 변화, 음수량 증가, 심한 헐떡임이나 활동성 저하가 나타난다면 단순히 ‘심장이 더 나빠졌나 보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다른 질환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심장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심장 밖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남효승 부산 다솜동물메디컬센터∙24시 금정다솜동물메디컬센터 원장ㅣ정리 헬스경향 조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