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 없앤 北, 병원 신축하며 의료개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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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 없앤 北, 병원 신축하며 의료개혁 본격화

연합뉴스 2026-09-24 07:0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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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경제난·제재로 무상의료는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

병원 신축·현대화에 속도내지만 주민건강권은 악화 우려

의료장비 살펴보는 김정은 의료장비 살펴보는 김정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준공을 앞둔 평양종합병원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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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북한이 올해 초 헌법 개정을 통해 사회주의에서 체제 우월성의 상징으로 내세워온 '무상치료제'를 폐지했다.

장기간 경제난과 대북제재,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등으로 의약품 조달과 의료시설 확충 여건이 녹록지 않자, 1950년대부터 고집해왔던 '무상 의료'를 원칙을 포기하고 현실을 반영한 의료체계를 새로 수립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2월 당대회 이후 공개된 북한 새 헌법 전문에 따르면, 기존 사회주의 헌법 제56조에 규정됐던 보건의료 조항은 제49조로 수정·이동하면서 '전반적 무상치료제'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지역 단위로 주민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담당구역제'와 질병이 생기기 전에 국가가 예방 중심의 보건 관리를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예방의학제도'라는 제도명도 빠졌다.

개정된 제49조는 "국가는 사회주의보건제도를 공고발전시키며 의료봉사의 질을 개선하고 보건부문의 물질기술적토대를 강화하여…"로 바뀌었다.

국가가 무상으로 주민의 보건과 의료를 책임진다는 구체적 약속 대신 '의료봉사의 질 개선', '물질기술적 토대 강화'와 같은 포괄적인 표현으로 국가의 부담을 조정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개헌은 재정 부담을 더는 견디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는데, 북한의 보건의료 현실을 뒤늦게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완공 앞둔 강동군병원 시찰 김정은, 완공 앞둔 강동군병원 시찰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0일 완공 단계에 이른 강동군병원을 돌아봤다고 조선중앙TV가 3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하주차장, 입원실, 수술실, 의사실 등을 둘러본 뒤 11월중 의료설비들을 조립·전개하기 위한 사업을 책임적으로 집행할 것을 지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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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명무실해진 '무상 의료'의 실상은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으로부터 전해져왔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북한인권백서'에는 북한에서 무상치료제가 형식적으로만 유지되고 있으며, 실제로는 환자 개인의 비용 부담과 의료 접근성 격차가 지속·확대되고 있다는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이 담겼다.

병원에는 의약품과 의료 장비가 부족했고, 주민들은 치료에 필요한 약품을 장마당이나 개인 약국에서 직접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진료 자체는 무료라고 하더라도 치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사례비를 주거나, 약값과 주사기·수액·의료 소모품 비용을 환자와 가족이 부담하는 일이 흔했다는 증언도 있다.

북한은 헌법 개정과 맞물려 병원 신축·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를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 지방시설을 짓는 '지방발전 20×10 정책'과 연계해 대대적인 지방병원 현대화 및 건설 사업에 착수했다.

실제로 강동군병원·구성시병원·룡강군병원 등 세 곳의 병원이 지난해 말 잇따라 준공됐다. 강동군병원과 구성시병원은 그해 12월, 룡강군병원은 올해 2월 개원했다.

다만, 헌법에 '무상치료'가 명시돼있을 때도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던 일반 주민들은 오히려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우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발표한 '온라인 시리즈' 보고서에서 "헌법에서 구체적 제도 약속마저 사라질 경우, 주민이 국가로부터 의료보장을 기대할 수 있는 상징적·제도적 근거는 더 약해질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주민의 건강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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