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AI 혁명 ①] 뛰는 기술, 멈춰 선 저작권…혼란에 빠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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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과 AI 혁명 ①] 뛰는 기술, 멈춰 선 저작권…혼란에 빠진 현장

일간스포츠 2026-09-24 07:00: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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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산업이 생성형 AI와 엔터테크의 거센 물결 속에서 제작 효율성의 극대화와 창작의 본질이라는 대전환점을 맞이했다. 음원 프로듀싱부터 버추얼 아이돌,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에 이르기까지 기술 도입은 제작비를 크게 낮추고 자본 장벽을 허물며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생존 무기와 IP 확장성을 제공하고 있다. 본 기획 시리즈 [K팝과 AI 혁명]은 K팝 프로덕션의 세 가지 핵심 축인 작곡가 작업실, 버추얼 아이돌·팬덤, 뮤직비디오 제작 현장을 들여다보고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기술이 허무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여전히 빛나는 인간 창작자의 가치와 K팝의 미래를 짚어본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사진=IS포토 

매달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 지침은 현장의 행정 규범과 다름없다. 그러나 AI와 관련, 음저협의 가이드라인이 구체적 기준 없이 갈팡질팡하면서 현장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단체인 음저협이 AI 음악 등록 가이드라인을 전격 발표했다가 불과 20여 일 만에 철회하면서, 창작 보조 도구로 AI를 적극 활용하던 작곡가들은 기준을 잃은 채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22일 만의 뒤집기’…안전지대 사라진 현장

음저협은 지난 8월 3일, 인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AI 활용 음악저작물의 등록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프롬프트만 입력한 ‘100% AI 생성물’은 배제하되, DAW(음악제작프로그램) 프로젝트 파일이나 프롬프트 이력 등 증빙을 갖추면 작사·작곡·편곡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취지였다. 허위 신고 시 부당 수령액의 3배에 달하는 위약벌까지 규정하며 정밀 심사를 예고했다.

이 기조는 한 달도 채 가지 못했다. 음저협은 같은 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해당 규정 개정을 전격 철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론화 권고와 국회의 의견을 수용해 국가적 법·제도적 기준을 먼저 마련하겠다는 이유였다.

정부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 음저협의 가이드라인 철회는 결국 창작자들에게 ‘어디까지 써도 안전한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마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소명 요구에 주객전도…“어디서부터가 AI인가”

이처럼 제도 정립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도 음저협은 “이번 철회가 AI 활용 음악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거나 100% AI 생성물의 신탁 등록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인간의 실질적 창작 기여가 없는 100% AI 생성물을 저작물로 등록하지 않는 원칙은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허위·부정 신고와 분배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심사와 모니터링, 조사 및 사후조치도 현행 법령과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지속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상위 법률이나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100% AI 곡의 무단 등록을 막고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음저협이 제시했던 증빙 요구나 모니터링 방식이 현실적인 최선의 방책일 수밖에 없다”며 “과도기적 혼란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바라봤다.

사진제공=음저협 



그러나 음악 제작 현장에서 바라보는 협회의 소명 방식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현장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B씨는 “등록 시 당장 파일을 내는 것은 아니고 분쟁 시 증명하는 개념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AI로 만든 곡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DAW 프로젝트 파일이나 기초 데모쯤은 얼마든지 사후에 만들어낼 수 있다”며 “결국 클릭 몇 번으로 만든 결과물을 자기 것인 양 속이는 비양심적 행위를 서류 소명만으로 가려내기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B씨는 이어 AI를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멜로디를 짠 작곡가가 연주 실력이 부족해 세션 연주자나 편곡자에게 작업을 맡겼다고 해서, 그 세션에게 작곡 지분을 주지는 않는다”며 “이제는 AI 역시 편곡이나 세션의 영역으로 바라봐야 하며, 중요한 것은 그 음악 안에 작곡가 본인의 의도와 창작 철학이 담겨 있느냐의 문제”라고 짚었다.

◆제도적 공백 속 ‘유령 어시스턴트’만 양산

AI를 아이디어 스케치나 트랙 메이킹에 적극 쓰면서도, 후폭풍을 피해 크레딧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는 이른바 ‘AI 유령 어시스턴트’가 현장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모양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 C씨는 “어차피 어떤 프로그램으로 작업했는지 일일이 뜯어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지 않나”라며 “명확한 제도가 없다 보니 결국은 창작자의 양심에 맡기는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K팝 현장은 이미 AI를 창작 파트너로 받아들이며 다음 단계로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다.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저작권 제도와 가이드라인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면서, 창작자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마음 놓고 기술을 시도하기 어렵게 만들고, 산업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마저 저해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현상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인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 변호사는 “AI 기술 도입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적·제도적 기준의 부재는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 보호를 어렵게 하고 산업 전체의 법적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글로벌 K팝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도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세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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