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전자총회 활용률 9.5%…"인센티브 등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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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전자총회 활용률 9.5%…"인센티브 등 도입해야"

AP신문 2026-09-24 05:00:53 신고

2024년 서울 관악구 미성동 건영아파트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이 전자투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제공]
2024년 서울 관악구 미성동 건영아파트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이 전자투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제공]

[AP신문 = 조수빈 기자]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합원의 참여를 넓히고 서면의결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자적 의결 방식이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면 방식이 압도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조합은 전자투표를 하면 조합 집행부가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전자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상 집행부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해 전자투표를 꺼린 셈이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재개발·재건축 조합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적 의결 방식이 시행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열린 조합 총회 931건 가운데 전자적 방식을 활용한 총회는 88건에 그쳤다. 활용률은 9.5%로 총회 10건 가운데 1건에도 미치지 못했고 나머지 843건은 기존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도별로는 지난해 427건의 총회 가운데 36건에서 전자적 방식을 활용해 8.4%의 활용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7월까지 504건 가운데 52건이 전자방식을 이용하면서 활용률이 10.3%로 소폭 높아졌지만, 제도 시행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정비사업 현장의 의결 관행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 서면의결 비용·회유 논란에 전자방식 도입했으나…현장은 여전히 기존 방식


전자적 의결 방식이 도입된 배경에는 기존 서면의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비용과 의사결정 왜곡 문제가 있다. 정비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며 조합원이 직접 참석하기 어려울 경우 서면이나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면의결은 총회장에 나오지 않아도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당수 조합이 의결서 확보를 위해 OS(아웃소싱) 용역을 이용하면서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왔다.

특히 홍보요원 인건비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서면의결서를 받는 과정에서 OS 요원이 조합원을 회유하거나 특정 선택을 강요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이에 국회는 2024년 전자적 방식 도입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개정법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전자적 방식은 기존 서면의결을 폐지하는 대신 조합원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를 마련해 편의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과 실제 현장에서 이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전자적 방식을 활용하지 않은 조합을 대상으로 국토부가 이유를 조사한 결과, 고령층 등의 디지털 접근성 문제가 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자의결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10.8%였고 조합 정관 등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답변도 10.2%로 나타났다. 조합원의 이용 여건부터 시스템 구축, 내부 규정 정비까지 갖춰져야 실제 총회에 적용할 수 있는 만큼 현장에서는 제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조합 방향과 다른 투표결과 우려”…전자총회 활성화 대책 필요


전자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디지털 접근성이나 시스템 구축 같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울의 한 조합은 ‘조합 추진방향과 역행되는 투표결과 발생’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전자투표를 했다가 조합 집행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총회가 애초에 조합원의 뜻을 묻는 절차라는 점이다. 조합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도 조합원 다수가 반대한다면 총회 결과는 집행부의 뜻과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전자투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든 것은 집행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전자투표를 꺼렸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의원실도 이 대목에 주목했다. 전자투표를 이용하기 어려운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조합 집행부가 원하는 사업 방향과 조합원의 실제 의사가 다를 가능성을 조합 스스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자투표 활용률이 낮은 배경을 단순히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이나 시스템 구축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전자적 의결 방식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고령 조합원의 접근성이나 시스템 구축 같은 현실적인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조합이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할 유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면의결 과정의 비용 부담과 의사 왜곡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가 실제 정비사업 현장에서 구현되지 않는다면 법을 개정하고도 기존 의결 관행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태 의원은 “전자와 서면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조합이 여전히 서면방식을 택하고 있고 정비사업의 절차적 투명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며 “전자적 방식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인센티브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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