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골목에 갈비가 없다?" 성수동서 갈빗집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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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골목에 갈비가 없다?" 성수동서 갈빗집 사라진 이유

이데일리 2026-09-23 17:02:02 신고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대표 먹자골목이던 ‘갈비골목’에서 갈빗집이 사라지고 있다. 성수동 일대 상권이 빠르게 커지며 임대료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이 떠나고 그 자리를 카페와 프랜차이즈 매장이 채우며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 골목 상권 깊숙이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갈비골목'에 갈빗집 3군데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갈비골목의 터줏대감인 'D 갈비'가 있던 자리에는 새 건물과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2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갈비골목'에 갈빗집 3군데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갈비골목의 터줏대감인 'D 갈비'가 있던 자리에는 새 건물과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2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갈비골목이 있는 성수1가 2동에 남은 갈빗집은 현재 3곳에 불과하다. 1970년대 골목이 점차 형성돼 가던 때만 해도 열댓 곳의 갈빗집이 모여 ‘갈비골목’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이제는 80%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이날 찾은 갈비골목에는 갈빗집보다 카페와 각종 음식점, 프랜차이즈 매장이 눈에 띄었다. 과거 갈빗집이 있던 자리에는 편의점과 중식집,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남아 있는 갈빗집 3곳만 저녁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중 한 가게 직원 A씨는 “갈비골목이 이름이긴 한데 다들 나가고 이제 골목에 남은 곳은 우리랑 옆 가게 두 군데뿐”이라며 “건물 새로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들 사라졌다”고 했다.

이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줄 서는 맛집이던 ‘D갈비’도 2년 전 이곳을 떠났다. 건물주가 새로 건물을 짓기로 하면서 기존 점포를 비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D갈비는 지하철 2호선 뚝섬역의 조금 더 저렴한 상가로 자리를 옮겼다.

갈비골목은 1970년대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일대에 있던 경마장을 찾은 손님들이 몰려들어 자연스레 음식점이 들어섰다. 공장과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던 성수동 특성상 인근 노동자와 주민들도 골목을 찾았다. 특히 D갈비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의 갈비를 내놓으며 입소문을 탔다고 한다.

갈비골목이 달라진 것은 성수동이 변하면서다. 성수동이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떠오르고 대형 기업과 팝업스토어가 잇따라 들어서며 상가 임대료가 줄줄이 상승한 것이다. 소상공인들이 떠난 자리는 프랜차이즈나 글로벌 기업 등 큰손이 채웠다.

임대료도 상승세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성수1가2동의 올해 2분기 기준 1층 점포 월환산임대료는 3.3㎡ 당 19만9595원이다. 5년 전인 2021년 2분기(14만1970원)와 비교해 40.6% 올랐다.

지자체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전임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재임 시절인 2015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상생협력 구역을 정하고 건물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임대료 급등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다만 성수동 일대가 더 주목받으며 임대료 상승은 피할 수 없었다. 자율 참여 정책인 만큼 한계도 분명했다. 동참하겠다는 새로운 건물주가 더 나타나지도 않았다. 성동구 관계자는 “정책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이후에 새로 가입한 분들은 없다”며 “당시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자 다같이 노력했는데 몇 년 지나다보니 임대료가 워낙 올라 신규 참여자가 없다”고 했다.

여기에 달라진 관광객의 소비 패턴도 이유로 꼽힌다. 먹자골목이 아닌 쇼핑 위주로 상권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인근에서 20년 넘게 중개업을 해 온 한 공인중개사는 “갈비골목 뒤편 주택가는 ‘서울숲 아뜰리에길’이라 소매점이나 잡화점 위주로 상권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며 “소비 방식이 바뀌면서 기존 먹자골목은 자연스럽게 쇠퇴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성수동의 변화가 단순히 기존 상권이 밀려나는 현상으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상권이 성장하고 소비층이 달라지며 기존 업종이 새 업종으로 대체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성수는 지난 10년간 자생적으로 고용이 크게 늘어난 지역으로 소득과 부가 증가하면서 기존 먹자골목의 모습과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고 변화한 상권의 수요를 수용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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