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에 ‘배우 보는 맛’이 제대로인 영화가 상륙했다. 한 작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배우들이 짧고 굵게 제 몫을 해내며 ‘암살자(들)’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23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도중 영부인이 저격당한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그날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주연을 맡았다.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공식 초청됐으며 국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주연 배우 세 사람 못지않게 화제를 모으는 건 그야말로 ‘짱짱한’ 특별출연 라인업이다. 각자 한 작품의 주연을 거뜬히 책임질 배우들이 ‘암살자(들)’ 곳곳에 포진했다. 이들이 긴 분량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순간 등장해 각자의 장기를 가장 잘 살린 연기로 캐릭터를 완성하고 장면의 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낸다. “같은 가격으로 영화 보면 짱짱한 배우들 나오는 영화를 봐야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박정민은 영화의 중심 사건을 쥐고 있는 인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영부인을 저격한 범인으로 지목되는 문태광 역을 맡아 사건의 시작점에 선다. 주인공들이 문태광의 과거와 행적을 파헤치몀 그날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서사를 이루는 만큼, 특별출연 이상의 무게감을 담당한다.
정우성은 극중 영일(이민호)의 형이자 지하철 사업에 참여한 극동상사 회장인 한상일 역으로 등장한다. 출연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등장과 동시에 영화의 공기를 바꾼다. 특히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와 존재감으로 순식간에 화면을 느와르 장르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낸다.
최근 영화 ‘와일드씽’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긴 오정세는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적극 활용한다. 영부인 저격 사건 현장의 녹음을 소유한 인물로 등장해 취재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건을 풀어가는데 기능하는 캐릭터지만 오정세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면서, 무거운 이야기가 이어지는 사이 관객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웃음을 준다.
심은경은 일본에서 영일의 취재를 돕는 조력자인 이강자 역을 맡았다. 영일과 함께 일본에서 문태광의 가족을 만나 그의 과거와 범행의 계기를 추적하며 발로 함께 뛰는 인물이다. 일본어 연기는 물론 현지 인물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이질감 없이 소화하며 극의 현실감을 높인다.
신현빈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철구(유해진)에게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아 역을 맡았다. 술집에서 일하며 사건의 주요 증거를 갖고 있는 인물로,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단정한 이미지와는 또 다른 얼굴을 꺼내보인다.
이들뿐 아니라 수많은 특별출연 배우들이 ‘암살자(들)’의 곳곳을 채운다. 저마다 자신의 장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 다음에는 어떤 반가운 얼굴이 등장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세대별로 친숙한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추석 연휴 가족 관객들에게도 쏠쏠한 ‘보는 맛’을 선사할 전망이다.
화려한 특별출연 군단까지 든든하게 등에 업은 ‘암살자(들)’이 뜨거운 한국 영화들의 경쟁이 펼쳐지는 추석 극장가에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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