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플러스] '로미오와 줄리엣'을 뒤집다...연극 '스타크로스드'가 그린 또 다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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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플러스] '로미오와 줄리엣'을 뒤집다...연극 '스타크로스드'가 그린 또 다른 사랑

뉴스컬처 2026-09-23 09:33:15 신고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모습. 사진=달컴퍼니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모습. 사진=달컴퍼니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억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서로 다른 가문에서 태어난 두 연인이 사랑에 빠지고, 집안의 반목과 오해가 겹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하지만 익숙한 이야기에 다른 인물의 시선을 포개면 전혀 다른 관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새로운 발상에서 시작한다.

작가 레이첼 가넷(Rachel Garnet)은 원작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티볼트와 머큐쇼를 새로운 사랑의 주인공으로 세운다. 캐퓰렛 가문의 충실한 인물인 티볼트와 자유로운 성격의 머큐쇼가 사실 서로에게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가정이다. 원작에서는 두 사람의 충돌이 비극을 앞당기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스타크로스드'에서는 그 관계를 다른 방향으로 확장한다.

이 같은 설정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전혀 다른 작품으로 바꾸기보다 관객에게 익숙한 세계 안에 새로운 이야기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원작의 인물과 사건을 알고 있을수록 달라진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인물에게 새로운 감정과 사연을 부여하면서 고전의 익숙함과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끌어낸다.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모습. 사진=달컴퍼니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모습. 사진=달컴퍼니

작품 제목인 'STAR-CROSSED'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과 맞닿아 있다. 셰익스피어가 작품 서문에서 사용한 표현으로, 별의 운명에 가로막힌 연인을 뜻한다. '스타크로스드'는 표현을 가져와 원작에서 비극을 맞는 연인에 대한 기억을 다른 인물에게 옮겨 놓는다. 운명에 가로막힌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틀은 그대로 남지만, 그 사랑을 바라보는 인물은 달라진다.

특히 티볼트와 머큐쇼의 선택은 작품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장치다. 두 사람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변부에 머무는 인물이 아니다.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는 두 인물이 충돌하면서 원작의 비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스타크로스드'는 바로 그 관계를 거꾸로 들여다보며 원작에서 짧게 스쳐 지나간 감정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티볼트는 캐퓰렛 가문의 명예와 질서를 지키려는 인물인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가문에 대한 충성과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원작에서 보였던 거친 이미지와 다른 면을 드러낸다. 배우 정동화, 양지원, 이서준은 각자의 해석으로 티볼트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정동화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다양한 인물을 구축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티볼트를 표현한다. 양지원은 섬세한 감정 표현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며, 이서준 역시 무대와 드라마에서 쌓아온 연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티볼트를 만들어간다. 같은 인물을 세 명의 배우가 나눠 맡는 만큼 서로 다른 해석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기대할 만하다.

머큐쇼는 또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를 이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 그는 티볼트와 대비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린다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자유와 규율이라는 성격적 대비는 사랑을 둘러싼 갈등으로 확장된다. 김경수, 김찬호, 이선우, 신주협이 각기 다른 색깔로 머큐쇼를 표현한다.

김경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머큐쇼의 매력을 살리고, 김찬호는 강한 존재감으로 인물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이선우는 생동감 있는 연기를 통해 극에 활력을 더하며, 신주협은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쌓아온 경험으로 자신만의 머큐쇼를 완성한다. 네 배우가 만들어낼 서로 다른 머큐쇼는 같은 인물 안에서도 해석의 폭이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타크로스드'는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원작의 비극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그 안에 존재했던 인물들의 관계를 다시 배열한다. 관객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티볼트와 머큐쇼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고, 익숙한 사건을 다른 감정의 맥락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셰익스피어의 문체와 원작의 주요 설정도 작품 안에 살아 있다. 고전의 언어와 현대적인 창작이 충돌하기보다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원작의 대사를 연상시키는 표현과 익숙한 인물들이 새로운 관계 속에 놓이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알고 있는 관객에게는 또 다른 독법을 제시한다.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모습. 사진=달컴퍼니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모습. 사진=달컴퍼니

2024년 12월 한국 초연을 거친 '스타크로스드'는 당시 원작을 대담하게 변주했다는 평가와 함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들여다본 작품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이번 재연은 초연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새로운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한다.

초연을 함께했던 7명의 배우에 새로운 캐스트 2명이 합류하면서 총 9명의 배우가 베로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한다. 기존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깊어진 인물 해석을 보여주고,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은 다른 시선과 에너지로 익숙한 역할에 변화를 더한다.

특히 플레이어 역의 정상윤과 조성윤은 로미오와 줄리엣, 캐퓰렛, 파리스 등 여러 인물을 맡아 극의 전개를 이끈다.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캐릭터를 오가는 만큼 배우의 표현력과 전환 능력이 작품의 리듬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윤은 '엘리펀트 송', '보이즈 인 더 밴드', '웨스턴 스토리', '빈센트 반 고흐' 등에서 보여준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바탕으로 무대를 채운다.

조성윤 역시 '아트', '킹스 스피치', '죽음에 관하여', '피리부는 사나이' 등을 통해 다양한 인물을 구축해 온 배우다. 두 배우가 여러 역할을 오가며 티볼트와 머큐쇼의 이야기를 둘러싼 세계를 구성하면서 주요 인물들의 관계를 연결한다.

'스타크로스드'가 겨냥하는 것은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의 탄생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고전을 다른 시선으로 다시 읽는 경험에 가깝다. 원작에서 갈등을 만들어냈던 인물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여하고, 그들의 관계를 비극의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앞자리로 끌어낸다.

고전은 익숙하기 때문에 오래 살아남지만, 동시에 익숙함 때문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어려운 작품이 되기도 한다. '스타크로스드'는 그 익숙함을 깨뜨리는 대신 원작 안에 있던 인물을 다시 꺼내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그래서 관객은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다시 보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감정선을 따라가게 된다.

2026년 재연 무대에서는 초연 배우들의 축적된 호흡과 새로운 배우들의 해석이 맞물린다. 티볼트와 머큐쇼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출발한 이야기는 9명의 배우를 통해 여러 관계와 감정으로 넓어진다. 익숙한 고전의 세계를 빌리면서도 그 안에 새로운 사랑의 이야기를 심어 놓은 '스타크로스드'가 이번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관심이 모인다.

9월 22일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개막하는 '스타크로스드'는 그렇게 익숙한 비극의 문을 다른 방향으로 연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다시 보여주는 대신 그 사랑의 주변에 있었던 두 사람에게 새로운 서사를 건넨다. 관객에게 필요한 것은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잊는 일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는 일이다. '스타크로스드'는 그 시선을 티볼트와 머큐쇼에게 돌려놓는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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