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배에서 작은 몽우리가 만져질 때 보호자는 흔히 ‘나이가 들어 생긴 단순한 혹이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양이 유선에 발생하는 종양은 강아지와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양이 유선종양은 악성인 경우가 많고 크기가 작더라도 이미 주변 림프절이나 폐로 전이돼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진료 사례를 통해 고양이 유선종양이 어떻게 발견되고 어떤 방식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환자는 11살의 중성화한 암컷 터키시앙고라였다. 7~8개월령의 어린 나이에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였지만 유두 주변에서 2~3개의 작은 종괴가 만져져 정밀검사를 위해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우선 흉부방사선검사를 통해 폐를 포함한 흉강 내 전이 여부를 확인했다. 당시 방사선검사에서는 뚜렷하게 의심되는 폐 전이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선종양은 눈에 보이는 종괴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종양의 범위나 전이 여부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워 추가적인 CT검사를 진행했다.
CT검사에서는 왼쪽 네 번째 유선 부위의 피하에 여러 개의 결절이 확인돼 유선종양이 의심됐다. 또 같은 쪽 서혜부림프절이 경미하게 커져 있었다. 림프절은 종양세포가 주변으로 퍼질 때 거쳐 가는 중요한 경로이기 때문에 세포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서혜부림프절에서 유선종양의 전이가 의심되는 세포가 확인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선 주변에 작은 종괴 몇 개가 있는 정도였지만 이미 주변 림프절까지 종양세포가 퍼졌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고양이 유선종양은 종괴의 크기만으로 병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두 번째 환자는 14살의 중성화한 암컷 코리안숏헤어였다. 기력이 떨어지고 호흡이 빨라져 방문했으며 흉부방사선검사에서 다량의 흉수가 확인돼 먼저 흉강천자를 시행했다. 흉수를 제거한 뒤 다시 시행한 방사선검사에서는 폐에 여러 개의 결절이 관찰됐다.
보호자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과거력이 확인됐다. 약 2년 전 유선에 종괴가 발생해 절제수술을 받았으며 당시 조직검사에서 악성종양으로 진단받았던 것이다. 이번에 채취한 흉수에서는 악성상피세포가 확인됐다. 과거 유선악성종양의 병력과 현재 확인되는 폐 결절, 또 흉수에서 확인된 악성세포를 종합하면 유선종양이 폐를 비롯한 흉강 내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문제는 흉수가 빠른 속도로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흉수가 증가하면 폐가 충분히 팽창하지 못해 고양이는 심한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이 환자는 반복적으로 흉수를 제거해야 할 정도로 호흡이 어려운 상태였고 보호자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안락사를 진행했다.
두 사례는 서로 다른 시점에서 유선종양을 보여준다. 첫 번째 고양이는 비교적 작은 유선종괴가 발견된 단계에서 림프절 전이가 확인됐고 두 번째 고양이는 과거 유선악성종양을 제거한 뒤 약 2년이 지나 폐와 흉강으로 전이된 상태로 발견됐다.
그렇다면 고양이 유선종양은 왜 이렇게 주의해야 할까? 고양이의 유선종양은 악성종양의 비율이 높으며 악성유선종양은 주변 림프절이나 폐 등으로 전이할 수 있다. 따라서 유선에서 작은 덩어리가 만져진다고 해서 ‘작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종괴의 크기와 개수뿐 아니라 어느 유선에서 발생했는지, 주변 림프절에 이상이 있는지, 폐를 비롯한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특히 고양이는 유선이 한쪽 가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배까지 길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유선에서 종괴가 동시에 발견될 수도 있다. 종괴가 여러 개라면 각각의 종괴가 독립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하나의 종양이 다른 유선으로 퍼진 것인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진단 과정에서는 촉진과 세침흡인검사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흉부방사선검사, CT검사 등의 영상검사를 시행해 종양의 범위와 전이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림프절이 커져 있다면 림프절세침흡인검사를 통해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유선종양을 수술로 제거했다고 해서 이후의 추적관찰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악성종양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수술 후에도 재발이나 전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신체검사와 영상검사를 통한 추적관찰이 중요하다.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양이 유선종양은 ‘얼마나 큰가’는 물론 ‘어디까지 퍼졌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보호자가 집에서 반려묘의 유선 주변에 작은 결절이라도 발견했다면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지켜보기보다는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나이가 많은 중성화 암컷 고양이라면 평소 쓰다듬어주면서 배와 유선 주변에 새로운 몽우리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작은 변화를 일찍 발견하는 것이 이후의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영상의학센터 원장ㅣ정리 헬스경향 조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