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미·이란 전쟁이 7개월째 접어들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과 이란 양국 대표단이 제81차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3시간에 걸친 전격 회담을 가졌다. 양측이 직접 대화 테이블에 앉은 것은 지난 6월 중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접촉을 두고 “매우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란을 향해 “재건을 통한 위대함”과 “완전한 전멸”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 선택지를 제시하며 압박의 고삐를 죄었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담보로 해상 봉쇄 해제와 자산 동결 풀기를 조건으로 내걸며 맞섰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란 간 접촉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한 시간 전에 3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이 끝났다”며 “아주 잘 진행된 매우 좋은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참석했다. 이란 측에서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대표로 나섰다.
이번 회담은 윗코프 특사의 요청으로 성사됐으며,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측면 중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현장에 동석했던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총리 겸 외교장관 등을 거치며 종전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이 집중 논의됐다.
회담 소식이 전해진 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윗코프 특사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할 수 있어 축복”이라며 대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이란을 향한 강온 양면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유엔총회 연설과 이후 일련의 회담에서 “이란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한쪽은 완전히 파괴(annihilate)되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재건을 통해 중동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로 거듭나는 잠재력”이라고 위협과 달래기를 병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 직후 평화 합의가 성사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점도 제시했다. 그는 “이란이 합의를 미루는 이유는 미 중간선거 결과를 보기 위함이지만, 나는 출마하지도 않으며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아있다”면서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란의 핵 무장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미주 안보 협력체 ‘미주의 방패’ 행사 및 중동 정상들과의 다자 회담에서도 “합의를 이루려는 동력이 상당히 크다”며 “우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사태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끝날(전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역시 국영 방송(IRIB)과 언론을 통해 뉴욕에서의 대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이란 측은 이번 회담이 미국의 요청으로 열렸음을 강조하며, 전쟁 종식을 위한 강경한 선결 조건을 재확인했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윗코프 특사와의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3대 핵심 조건을 제시했다. 이란이 제시한 요구안은 ▲미국 주도의 해상 봉쇄 즉각 해제 ▲동결된 이란 해외 자산 전액의 즉각적인 석방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즉각적인 전쟁 종식 등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측은 외교적 대화와 별개로 군사적 대립 구도를 고수했다. 호세인 모헤비 혁명수비대 대변인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또다시 무모하게 군사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즉시 공세적 태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직접적인 소통 시도는 거부하며 오직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이란 내부 강온파 간의 온도 차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7개월째 이어지는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양국이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해상 봉쇄 해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해 당장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실제 주요 외신은 미국이 이란의 봉쇄 해제 요구를 일단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주요 난제가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유엔총회 기간 뉴욕에서 미·이란 간 2차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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