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이제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인공지능(AI)부터 반도체, 통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까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와 산업 곳곳에 기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새로운 용어와 개념도 쏟아지고 있지만, 막상 그것이 무엇이고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플러스는 최근 주목받는 기술과 업계 이슈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요즘 테크에 대해 하나하나씩 알아가볼까요. [편집자주]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똑똑하게 답하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스스로 끝낼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여러 도구를 연결해 업무를 단계별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가 기업 현장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다.
기존 생성형 AI가 주어진 질문에 대한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보조 도구'에 가까웠다면 에이전트는 사람이 목표를 제시하면 그 이후의 작업 절차를 일정 부분 스스로 구성한다. 필요한 파일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분석한 뒤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다른 업무 도구를 호출하는 식이다. 작업이 단일 대화에 그치지 않고 여러 단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존 챗봇과 구분된다.
최근 공개된 기업용 AI 활용 자료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23일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365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수는 1년 새 15배 증가했고 대기업에서는 18배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사 대상 AI 이용자 가운데 66%가 AI를 활용하면서 고부가가치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오픈AI 역시 기업들의 AI 활용이 '지원'에서 '위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용 데이터에서 앞선 활용 기업들은 AI 모델을 단순히 불러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사내 정보와 업무도구를 연결해 보다 복잡한 작업을 맡기는 경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최근 공개한 사례에서는 직원 온보딩과 고객관리, 개발자 지원 등의 업무에 에이전트를 적용한 기업들이 소개됐다.
에이전트가 특정 직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픈AI는 자사에서 개발용 에이전트인 코덱스가 엔지니어링뿐 아니라 법무·재무·채용 등 비개발 부서에서도 주요 AI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기준 표본 이용자의 70.2%가 사람이 한 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을 코덱스에 요청했고, 8시간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을 요청한 이용자도 25.6%에 달했다. 이는 AI가 짧은 질의응답보다 장시간 이어지는 복합 업무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작업 시간은 AI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수치라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도 활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 오픈AI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일부 기업은 개발자의 코드 수정뿐 아니라 경쟁사 조사, 영업관리, 조직 온보딩처럼 반복적이고 여러 단계를 거치는 업무에 에이전트를 연결하고 있다. 한 기업에서는 기존 코드 정비에 걸리던 시간을 크게 줄였다는 사례도 제시됐다.
결국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은 AI를 하나 더 도입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하던 업무를 어떤 단위로 나눌지, 어느 지점까지 AI에게 권한을 줄지, 결과를 누가 확인하고 책임질지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구글 클라우드도 에이전트 확산을 위해서는 분리돼 있는 업무 도구를 연결하고, 데이터 접근 권한과 보안, 비용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곧바로 사람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한다는 식의 해석은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히려 당분간은 업무의 일부를 AI에 맡기고 사람이 목표 설정과 의사결정, 예외 상황 처리, 결과 검증을 담당하는 형태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무 자체가 사라지기보다 업무를 구성하는 과정이 달라지는 셈이다.
AI 경쟁의 기준도 여기서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모델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느냐보다 실제 기업이 에이전트에게 얼마나 복잡한 일을 맡길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오류를 얼마나 줄이고 결과를 반복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챗봇이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보여줬다면 에이전트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시험받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생성형 AI의 다음 경쟁은 더 긴 답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지시를 받아 실제 업무를 어디까지 수행할 수 있느냐를 놓고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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