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2만건 아래로 줄면서 세입자들이 옮겨갈 집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평균 전세가격은 7억원을 넘어섰고 전세 거래에서 갱신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했다. 새 전셋집은 귀해지고 보증금 부담은 커지면서 세입자의 ‘주거 퇴로’가 좁아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공임대 확대 등 주거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민간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등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904건으로 한 달 전 2만1146건보다 5.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966건과 비교하면 13.3% 줄었다.
반면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1178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억5179만원보다 5999만원(9.2%) 올랐다. 2023년 7월 5억6981만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3년여 만에 1억4000만원 이상 뛰었다.
전세 거래도 줄었다. 서울시가 지난 15일까지 신고된 거래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263건으로 전월 8855건보다 18.0%,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2% 감소했다. 신고기한이 남아 거래량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지만 서울시는 이를 감안해도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줄어든 거래에서 갱신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58.9%가 갱신계약으로 집계됐다. 7월 53.0%보다 5.9%포인트, 지난해 같은 달 43.7%보다 15.2%포인트 상승했다. 전세계약 10건 중 6건 가까이가 기존 집에서 다시 맺은 계약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입주물량 감소와 실거주 강화 정책 등이 전세 매물 감소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입자를 낀 주택 매입이 제한되고 임대하던 집에 소유자가 직접 들어가면 전세 공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현장에서는 전세 물건이 나오자마자 계약하거나 집을 충분히 살펴보지 못한 채 계약을 결정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전세 물건이 없는 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본다”며 “기존에 임대를 놓고 있던 집들 정도만 전세 물건으로 나올 수 있는데 기존 임대주택도 매매가 이뤄지면서 전세로 나오는 물건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매수할 때 적용하는 실거주 유예 범위를 넓힌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임대차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신규 전세 매물을 늘리는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발표한 주거안정플랜에서는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가구를 공급하고 장기민간임대 유형을 신설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임차가구의 주거 안정을 높이는 방안이지만 당장 서울 민간 전세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을 늘리는 데는 시차가 불가피하다.
정책의 틈새에는 공공임대 입주를 기다리기 어렵고 치솟은 서울 집값도 감당하기 힘든 무주택 임차가구가 놓여 있다. 새 전셋집을 구하려 해도 매물은 줄고 보증금은 올라 기존 집에서 계약을 갱신하거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를 포기하면 매달 월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월세화와 계약갱신청구권 활용 증가로 신규 전세 매물도 감소하고 있다”며 “민간 임대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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