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독립 자산화'…구매비·금융·에너지 재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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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독립 자산화'…구매비·금융·에너지 재설계

프라임경제 2026-09-22 13:28: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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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기차 한 대를 산다는 것은 지금까지 차체와 배터리를 함께 소유한다는 의미였다. 배터리는 차량 가격에 포함된 핵심 부품으로 취급됐고, 성능 저하와 교체비용,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에 따른 부담도 차량 소유자가 함께 떠안았다.

이 구조에서 배터리를 떼어내 별도의 자산으로 관리하자는 논의가 국내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차체를 구매하고 배터리는 구독이나 리스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초기 구매비를 낮추는 효과에 더해 배터리의 소유·운영 주체가 성능과 교체비용, 잔존가치를 관리하는 새로운 거래구조까지 가능해진다.

국회의원 손명수 의원실이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을 열다' 세미나에서 논의의 범위는 차량 구매 방식에 한정되지 않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주관한 이날 자리에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소유권 분리에 필요한 법적 기반과 배터리 활용 사업모델을 함께 짚었다.

국내에서 첫 번째로 풀어야 할 문제는 등록이다. 현행 자동차관리 제도는 자동차 소유권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만큼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자를 나눠 표시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해외에 별도 배터리 소유권 등록제도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국내에서도 같은 제도가 불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EU·중국의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손명수 의원실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을 열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현재 논의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이 지점을 건드린다. '대여구동축전지' 개념을 만들고 자동차등록원부에 배터리 대여자를 표시하는 동시에, 배터리 소유자 변경이나 계약 해지 때 변경 등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차체와 배터리를 각각 다른 주체가 소유하는 상황을 제도 안으로 넣겠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등록 방식과는 별개로 배터리를 하나의 독립된 관리 대상으로 다루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EU는 배터리 여권을 통해 개별 배터리의 성능과 구성, 상태 정보를 관리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배터리 분리판매와 임대, 교환 서비스가 사업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소유권이 나뉘면 배터리의 쓰임도 차량 안에 머물 필요가 없어진다. 이종욱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가 제시한 사업모델은 △배터리 구독(BaaS) △배터리 뱅크 △배터리 교체·용량 유연화 △이동형 에너지 △V2G·VPP △진단·가치평가 △생애주기 순환 총 7개다. 자동차에 장착된 동안뿐 아니라 차량에서 내려온 이후까지 배터리의 가치를 활용하는 구조다.

구독과 리스는 소비자에게 직접 닿는 영역이다. 차량 구입 시 배터리 가격을 한꺼번에 부담하지 않고, 사용 기간에 따라 비용을 나눠 지불할 수 있다. 배터리 상태와 교체 시점, 잔존가치에 대한 위험 역시 별도의 소유·운영 주체가 맡을 수 있어 전기차 구매 장벽을 낮추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배터리의 역할은 차량 운행이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상태가 양호한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이나 다른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고, 성능이 더 떨어지면 재활용 단계로 넘어간다. 제조→차량 탑재→폐기로 이어지던 흐름을 진단과 가치평가를 거쳐 재사용·재활용으로 연결하는 순환형 구조로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는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제조사만 참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배터리를 소유하고 금융을 제공해야 하며, 누군가는 상태를 진단하고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전력망과 연결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면 에너지기업이 필요하고, 사용이 끝난 뒤에는 재사용·재활용 기업이 들어온다. 금융사와 시험·인증기관, 에너지사, 재활용사까지 배터리의 생애주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책임 관계는 복잡해진다. 차체 소유자와 배터리 소유자가 다른 상태에서 사고나 결함이 발생할 경우 책임 주체를 어떻게 나눌지, 보험 가입 범위와 유형·요율·약관은 어떤 기준으로 설계할지 정해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을 차체와 배터리 가운데 어디에 지급할지,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나눠 부과할지도 제도 설계에 포함된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배터리를 임대한 차량이 매물로 나오면 기존 대여계약을 누가 넘겨받을지부터 정해야 한다. 차량 가격과 배터리 가치가 따로 움직이는 만큼 배터리 성능평가와 계약 현황 고지, 비용 정보 제공 같은 장치도 필요해진다.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곧바로 사업성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운행 과정에서 총소유비용(TCO)이 얼마나 낮아지는지, 배터리가 얼마나 빠르게 열화되는지, 잔존가치를 어떻게 산정할지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중고차 거래 때 계약을 승계하는 방식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데이터 관리 역시 실증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항목으로 꼽힌다.

결국 배터리 소유권 분리 논의는 '차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출발해 '배터리를 어떤 자산으로 볼 것인가'까지 이어진다. 배터리 가격을 차량에서 떼어낼 수 있다면 구매 부담을 낮추는 금융상품이 생기고, 차량에 탑재된 동안에는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 이후에는 재사용·재활용 자산으로 활용할 여지가 커진다.

그만큼 법과 제도도 차량 중심의 기존 틀에서 달라져야 한다. 등록과 보험, 세제, 안전관리, 데이터, 중고차 거래까지 배터리가 독립된 자산이라는 전제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실제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 이번 자동차관리법 개정 논의가 단순한 등록제도 변경보다 더 큰 산업적 의미를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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