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학로, 오래된 물건이 들려주는 이야기...연극 '럭키! 전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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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학로, 오래된 물건이 들려주는 이야기...연극 '럭키! 전당포'

뉴스컬처 2026-09-22 11:35:08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대학로에 오래된 물건을 둘러싼 이야기가 찾아온다. 연극 '럭키! 전당포'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나인진홀 1관에서 공연된다. 이번 무대는 제3회 심야N연극제의 마지막 투어 공연으로, 올해 작품이 관객을 만나는 여정을 서울에서 마무리한다.

'럭키! 전당포'가 바라보는 곳은 거창한 역사적 사건 자체가 아니다. 한 사람의 손에 남은 물건, 누군가가 간직해 온 물건을 통해 그 물건을 사용했던 사람의 시간을 되짚는다. 오래된 물건에 기억이 남아 있다는 설정은 전당포라는 공간과 만나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로 불러오는 장치가 된다.

‘럭키! 전당포’ 대전 공연 모습. 사진=프로덕션 유월
‘럭키! 전당포’ 대전 공연 모습. 사진=프로덕션 유월

작품 속 전당포는 평범한 가게가 아니다. 인간의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팝업스토어'로 위장한 오래된 도깨비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증조할머니의 물건을 찾아 전당포를 방문한 '명은'을 계기로 도깨비들은 자신들이 간직해 온 기억을 꺼내놓는다. 관객은 명은이 찾아온 물건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마주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가지 버전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치쿠&체르니' 버전과 '소니&바다&치쿠' 버전은 등장하는 물건과 인물을 달리하면서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펼친다.

'치체' 버전에서는 턴테이블에 깃든 도깨비 '치쿠'와 피아노 및 악보집에 깃든 '체르니'가 등장한다. 치쿠의 이야기는 1943년 해방 전후 제주가 품었던 아픔을 향하고, 체르니의 이야기는 1986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지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변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인물을 따라간다.

반면 '소바쿠' 버전은 1980년대의 청춘을 바라본다. 두 대의 카세트라디오에 깃든 도깨비 '소니'와 '바다'를 통해 당시 청년들이 품었던 저항의식과 평범한 삶에 대한 바람을 들려준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서로 다른 선택과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두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두 버전에는 전당포 주인 '백'과 함께 가게를 꾸려가는 네 도깨비가 등장한다. 특히 체르니와 바다의 주인인 '준성'과 '경숙'은 남매로 설정됐다. 같은 1980년대를 경험한 남매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시대를 바라본다는 설정은 거대한 사회 변화가 개인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에서 물건은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매개체이면서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턴테이블과 카세트라디오, 피아노와 악보집처럼 서로 다른 물건이 등장할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를 설명하는 방식보다 물건과 인물의 관계를 따라가면서 관객이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구성한 셈이다.

‘럭키! 전당포’ 대전 공연 모습. 사진=프로덕션 유월
‘럭키! 전당포’ 대전 공연 모습. 사진=프로덕션 유월

작품의 형식 역시 공연 과정에서 변화를 거쳤다. '럭키! 전당포'는 올해 1월 서울 레온갤러리 구의 플레이스라운드에서 전시와 공연을 결합한 형태로 처음 관객을 만났다. 전시장에 놓인 물건과 공연을 연결하며 이야기를 확장했던 초연은 이후 4월 제11회 단단페스티벌에서 극장용 단막극으로 다시 선보였다.

무대에 맞게 형태를 바꿔온 과정은 이번 공연에도 이어진다. 프로덕션 유월은 초연 이후 여러 차례 관객을 만나면서 작품을 다듬었고, 제3회 심야N연극제 선정 이후에는 대전과 광주를 거쳤다. 대전 아신극장에서는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광주 기분좋은극장에서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공연했다.

이번 서울 공연은 그 여정의 마지막 무대다. 공연은 23일부터 27일까지 매일 오후 8시 10분 진행된다. 추석 연휴 기간 대학로를 찾는 관객에게는 익숙한 극장 공연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과거를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럭키! 전당포'가 주목하는 것은 지나간 시대의 재현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때 누군가에게 필요했던 물건이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기억 역시 현재의 시선에 따라 다시 읽힐 수 있다는 발상이다.

프로덕션 유월은 2023년 창단한 청년예술단체로 '올모스트 메인', '보도지침' 등의 작품과 '구원은 셀프', '창작단편선 : 방명록' 등 창작극을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에는 고해이, 김다은, 김수민, 김재아, 류지환, 백승준, 서시원, 이윤서, 주홍민서, 차경찬, 최성아가 배우로 참여한다.

추석 연휴의 대학로가 새로운 공연을 찾아 나서는 관객들로 채워지는 가운데, '럭키! 전당포'는 오래된 물건에서 출발해 사람의 기억과 시대의 시간을 꺼내 보인다. 무엇을 간직하고 무엇을 잊는가라는 질문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전당포에 모인 물건과 그 안에 깃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 스스로 기억을 돌아보게 하는 무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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