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혼자 밥을 먹거나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하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렇다면 '혼자 보내는 추석'은 어떨까. 어느덧 '혼추족'이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이다.
가족 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명절 디톡스'를 하거나, 짧은 연휴 동안 호캉스를 떠나는 등 '마이크로 휴식'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 '2026 설 연휴 인식 조사'에 따르면, 명절 계획으로 '집에서 휴식(44.7%)'이 '고향(본가) 방문(33.6%)'을 앞질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 이들은 편의점에서 프리미엄 명절 도시락을 먹으며 추석 분위기를 만끽하거나, 보드게임이나 방탈출 카페 등에서 짧고 굵은 도파민을 소비하며 명절을 보낸다. 게임 회사들 역시 PC방 이용 시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추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한복을 입힌 사진을 SNS에 자랑하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무조건 가족과 함께여야 한다는 오랜 명절 공식에도 유쾌한 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혼밥이 익숙해진 것처럼, 혼추족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온 가족이 모여야만 따뜻한 명절인 것은 아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MZ세대들이 이번 추석을 맞아 가고 싶은 곳과 핫 한 먹거리들을 테마별로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사진왼쪽: 반려견도 함께 명절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펫 전용 송편과 한가위 간식(출처: 담무네 수제간식). 사진오른쪽: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반려견,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며 함께 명절을 보내는 문화 확산(출처: 연합뉴스)
▲강아지도 송편 먹을 수 있다고? '펫과 함께 힐링'
명절 연휴를 나와 내 존재에 집중하는 '힐링'으로 정의하는 MZ세대들에게 있어 반려동물은 최고의 연휴 동반자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더이상 집을 지키는 동물이 아닌, 나의 일상과 정서를 깊이 채워주는 대체 불가능한 가족 구성원이다.
쌀가루와 자색고구마, 단호박으로 예쁘게 모양을 낸 펫 전용 송편을 올리고, 반려동물에게는 알록달록한 한복을 정갈하게 입혀 연휴 첫날의 인사를 건넨다. 수제 꼬치부터 펫 전용 한가위 듬뿍 한 상까지 선보이는 프리미엄 펫 푸드 시장의 성장은 취향을 존중하는 청년층의 가치관이 만들어낸 새로운 미식 풍경이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개인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SNS 콘텐츠 생산으로 연결된다. 검증된 수제 간식 공방의 한가위 듬뿍 한 상 세트, 착용감이 편안한 개량한복 케이프 등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선택하여 자신만의 감성을 표현한다.
1. 대전 남씨네떡집 찹쌀떡(출처: 남씨네떡집), 2. 세종 떡단우의 백설기(출처: 떡단우), 3. 당진 민속떡집의 쑥왕송편(출처: 민속떡집) 4. 충북 보은떡사랑 피자설기(출처: 보은떡사랑)
▲더 이상 할매 입맛이 아니다! '충청 떡지순례'
두쫀쿠, 버터떡에 이어 떡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MZ세대를 매료시키며 하나의 확고한 취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떡지순례(떡+성지순례)'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대전·세종·충청권에서도 줄 서서 먹는 떡집들이 SNS를 점령하고 있다.
충남 당진의 '민속떡집'은 전국 떡 명장대회 대상에 빛나는 4대 오명숙 명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당진에서 생산된 콩과 해나루쌀만을 고집하며 방부제 없이 떡을 빚어낸다. 일반 송편의 2~3배 크기를 자랑하는 대표 메뉴 '쑥왕송편'은 든든한 한 끼 대용으로 제격이다.
세종의 '떡단우'는 청와대 납품 이력으로 유명세를 타며, 지역 주민들의 일상 간식과 답례품 단골로 사랑받고 있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착한가게'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이곳의 대표 메뉴인 백설기는 오후면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 오픈런이 필수다.
충북 청주의 '보은떡사랑'은 직접 농사지은 쌀로 떡을 찧어내는 로컬 방앗간 맛집이다. 2016년부터 공식 블로그에 하루도 빠짐없이 떡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떠오르는 대표 메뉴는 백설기에 토마토소스, 치즈, 페퍼로니 등을 올린 퓨전 떡 '피자설기'다.
'빵지순례'의 출발점인 대전에는 70년간 3대째 전통을 이어온 '남씨네떡집'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찹쌀떡은 기본 찹쌀떡, 쑥 찹쌀떡, 호박 찹쌀떡 등 총 3종류로 구성돼 있다.
1. 성심당 옛맛솜씨 대전부르스 약과(출처: 성심당 옛맛솜씨), 2. 대전 꾸드뱅 에그타르트 (출처: 꾸드뱅), 3. 세종도화 빵숭아(출처: 세종도화), 4. 공주 부자떡집 알밤모찌(출처: 부자떡집), 5. 공주 베이커리 밤마을 밤 디저트(출처: 베이커리 밤마을), 6. 단양 단빵제빵소 마늘빵(출처: 단빵제빵소), 7. 충주 옥수수에 반하다 옥수수빵(출처: 충주 옥수수에 반하다)
▲흔하지 않은 추석 선물 없을까? '가심비 선물'
명절마다 양손을 무겁게 하던 '고기·과일·홍삼' 선물 세트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보이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 아기자기한 감성은 무시할 수 없는 판매 효과를 낸다. 이제 추석 선물은 단순한 격식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스토리'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소성 높은 선물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 된다.
대전 로컬 베이커리 '꾸드뱅'은 새로운 추석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에그타르트, 마롱밤파이, 찹쌀곶감파이를 비롯해 플레인, 피스타치오, 솔티초코 등 다양한 휘낭시에로 세트를 구성했다. 특히 추석 한정 메뉴로 내놓은 약과 휘낭시에와 고구마 휘낭시에가 단연 눈길을 끈다.
세종 지역 대표 과일인 조치원 복숭아는 주로 원물 그대로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젊은 감성을 더한 복숭아 디저트나 수제 맥주 등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세종의 '세종도화'는 대표 메뉴인 '빵숭아'와 '세종한글양갱'을 추석 선물로 내놓았다. 100% 세종산 복숭아와 세종 쌀을 사용한 글루텐 프리 빵으로, 젊은 세대의 '헬시플레저'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알밤'의 고장 공주는 베이커리 역시 밤을 활용한 디저트가 풍성하다. 공주의 '베이커리 밤마을'은 밤마을 파이, 밤 크림치즈타르트, 밤 마들렌 등 밤을 테마로 한 다채로운 디저트를 선보였다.
충북 충주의 '옥수수에 반하다'는 초당옥수수, 단호박 등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동시에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 실제 작물의 형태를 직관적으로 빚어낸 빵 디자인으로 SNS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명절 잔소리 대신 "야호~" 등산 즐기기
'갓생 라이프'의 연장선인 '운동 트렌드'는 명절이라고 쉬지 않는다. 고프코어 룩이 유행하면서 등산화 끈을 바짝 조이는 MZ세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등산은 더이상 중·장년층만의 문화가 아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짜릿한 성취감은 일상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멀리 떠나는 부담은 확 낮추고, 가을 산이 주는 절경을 느낄 수 있는 지역별 대표 등산로가 청년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대청호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대전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영화촬영지 명상정원 (출처: 대전관광공사 )
대전의 대청호는 단순한 인공호수를 넘어 '호수멍(물멍)', '감성 인증샷'을 건지는 대표적 로컬 힐링 스폿이다. 대청호에 여럿 산책 구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오백리길 4구간을 추천한다. 마산동 윗말뫼 주차장에서 출발해 수변을 따라 걷다 보면 포도밭 하우스를 지나 그림 같은 'S자 갈대밭'과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가 눈 앞에 펼쳐진다. 가파른 암릉을 오르지 않고도 고효율의 시각적 만족과 가심비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포인트다.
금강과 세종시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세종 전월산 상여바위 전망대(출처: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에 있는 전월산은 해발 260m의 부담 없는 세종 대표 트레킹 코스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무궁화테마공원에서 출발해 광제사와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샘'을 지나면 단숨에 정상 부근인 상여바위 전망대에 도달한다. 야자매트와 나무계단이 정비되어 있어 왕복 1시간 30분 내외로 완주가 가능하다.
'내포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충남 홍성 용봉산의 기암절벽(출처: 충남관광)
충남 홍성에 있는 용봉산은, 해발 381m로 높지 않지만, 뒤로는 수려한 기암절벽을 숨겨둔 곳이다. 용봉산의 백미는 단연 바위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웅장한 암릉지대다. 특히 노적봉 바위 전망대는 용봉산의 대표 포토존이다.
청풍호와 비봉산을 잇는 충북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출처: 제천시 문화관광)
케이블카를 이용해 힘들이지 않고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충북 제천의 비봉산은, 에메랄드 빛 호수와 주변 산줄기 풍경이 압도적이다. 초급부터 중급까지 정비된 2개의 탐방 코스가 있어 각자의 체력에 맞게 등산이 가능하다. 케이블카 창밖으로 펼쳐지는 청풍호의 물결과 더불어 데크 전망대에서 보이는 산줄기의 가을 단풍이 힐링 포인트다. 우창희 기자·이서영·차재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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