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역 반발과 전력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지만 전체 투자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기존 밀집지역에 서버 시설부터 짓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력 공급 여력이 있는 곳으로 입지를 옮기고 전용 송변전·발전설비를 먼저 갖추는 흐름을 보인다. 국내 발전·전력기기 업체에도 시장이 넓어지는 가운데 계획 단계 사업을 실제 수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가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 美 데이터센터, 성장세 이어져…투자 확대·건설 차질 동시에
최근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민간 데이터센터 건설지출은 계절조정 연율 기준 751억66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7.2%, 전월보다 6.2% 늘었다. 연초 20% 안팎이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분기 이후 다시 가팔라졌다.
1~7월 누적 지출액도 37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8%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정점을 지났다는 일각 우려와 달리 실제 공사 현장에 투입된 금액은 증가세를 이어간 셈이다.
건설비 상승을 고려해도 설비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장비를 제외한 MW당 건설비가 1년 새 12%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7월 데이터센터 건설지출에 반영된 용량 증가율은 40.4%로 추산된다. 공식 설치 실적이 아닌 비용 상승분 제외 추정치지만 올해 주요 기관이 예상한 신규 설치 증가 범위(30~50%)와 부합한다.
투자 확대와 프로젝트 차질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상은 주목할 만하다.
데이터센터워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지역사회 반대로 중단되거나 지연된 데이터센터 사업은 최소 75건, 사업비 기준 약 130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전체 규모에 육박하는 수치다.
반대 사례 150건을 분석한 결과 용수 문제가 51%, 전력·계통 문제가 36%에서 제기됐다. 특히 전력 문제가 불거진 사업은 취소·중단 비율이 91%에 달한 반면 착공 전환율은 7%에 그쳤다. 요금 부담은 계약 조건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발전소와 송전선, 변전소 부족은 공사 일정 자체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규제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뉴욕주는 지난 7월 소비전력 50MW 이상 데이터센터에 대한 일부 환경 인허가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 5월 기준 뉴욕 전력망 접속 대기열에 들어온 데이터센터 부하 신청은 약 12GW로 2025년 한 해에만 8GW 이상 늘었다.
아울러 전력망 보강비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행정명령에 담겼다. 대형 수요처가 전력망 증설비를 직접 부담하거나 자체 전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축은 기존 핵심시장에서 부지와 전력을 구하기 쉬운 신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집계한 데이터센터 개발 파이프라인은 약 2조3000억달러다. 이 가운데 건설 중인 사업은 4920억달러, 계획·사전임차 단계 사업은 약 1조8000억달러다.
현재 건설 중인 투자에서 전통적인 핵심시장 비중은 46%, 신규지역인 ‘프런티어 시장’은 18%지만 계획 단계에서는 두 지역이 각각 35%로 같아진다. 프런티어 시장 투자액도 건설 중인 금액(910억달러)보다 계획 단계(6310억달러) 규모가 6.9배 커진다.
▲ 부지·전력 확보 용이 지역으로 이동…국내 업체 수혜 ‘주목’
입지가 바뀌며 투자 우선순위도 달라지고 있다. 수백MW에서 GW급 전력을 쓰는 캠퍼스는 전용 변전소와 송전선로 없이 첫 삽을 뜨기 어렵다. 전력망 접속만 기다리는 대신 가스발전 등 자체발전을 병행하는 ‘BYOG(Bring Your Own Generation)’도 늘고 있다.
GE버노바 2분기 실적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대형 가스터빈 공급 물량은 2030년까지 예약됐고 2031년 물량도 절반가량 판매됐다. 데이터센터 건물뿐 아니라 전력원까지 한꺼번에 확보하려는 수요가 설비 납기 병목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발전설비업체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380MW급 가스터빈 12기 계약을 확보했다. 명목용량을 단순 합산하면 4.56GW다. 이 중 올해 3월 추가 계약한 7기는 2029년 5월부터 매달 1기씩 공급한다. 같은 달에는 북미 데이터센터용 370MW급 증기터빈과 발전기 각 2기도 수주, 가스·증기터빈을 결합한 복합발전 시장으로 범위를 넓혔다.
변압기·배전반·전력관리시스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동반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ESS는 순간적 부하 변화와 정전 전환에 대응하는 보완설비이지 대형 데이터센터 상시 전력을 단독 공급하는 발전원은 아니다. 또한 계획 단계가 모두 발주로 연결되지 않는다. 지역 인허가와 발전·송전설비 조달, 탄소배출 비용까지 해결한 사업만 착공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시장 외형 팽창에 기대기보다 전력 인프라를 제때 공급, 원활히 가동하는 능력이 국내 업체 수혜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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