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로 개종한 이란 정치범…미국은 그를 파나마로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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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로 개종한 이란 정치범…미국은 그를 파나마로 쫓아냈다"

연합뉴스 2026-09-22 01:34: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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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통하는 감옥서 갇혀 살텐가, 고문·사형 기다리는 본국 갈텐가"

美서 체포 후 추방된 파르드씨…이란 전쟁에 가족과 연락 끊기자 극단선택 시도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정책, 이면엔 제3세계와 '돈거래'…15개국 언론 탐사보도

파나마로 '제3국 추방'된 사람들 파나마로 '제3국 추방'된 사람들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아르살란 살레 파르드(25)는 이란인이다. 그는 이란 북서부 카즈빈주의 작은 도시에서 자랐다.

파르드의 운명은 2022년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이란에선 구금된 여성의 사망에 반발하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그는 시위에 동참했고, 소셜미디어(SNS)로 이를 알렸다.

그는 이란 정권의 폭압성 이면에 이슬람교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지하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어느날부터 발신번호가 표시되지 않거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게 됐다. 당국의 정치범 감시망에 걸려든 것이었다. 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파르드는 당시 이란과 우호적이던 베네수엘라로 도망쳤다. 이후 멕시코로 가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다. 그는 지난해 2월 2일 당국에 자진 출두해 망명을 신청했다.

파르드가 망명을 신청했을 때 미국은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였다.

그가 미국에 도착한 날, 미 국무부는 파나마와 모종의 협정을 맺었다. 1천400만달러(약 192억원)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허가 없이 미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을 수용·송환하는 내용이었다.

모국으로 직접 돌려보내는 대신 제3국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하는 이른바 '제3국 추방' 정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난민 협약이나 국제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국 땅에서 불법 이민자를 쫓아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파르드는 미 당국에 체포·구금된 뒤 수송기에 실렸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298명과 함께였다. 착륙한 곳은 파나마였다. 파나마가 미국에서 받은 재정 지원은 이들을 잠시 가둔 뒤 본국이나 다른 나라로 보내는 데 드는 '처리 수고비'였다.

파나마로 옮겨진 299명 중 187명은 본국 송환에 동의했다. 파르드를 포함한 나머지 112명은 송환을 거부했다. 이들은 탈레반을 피해 달아난 아프가니스탄인, 러시아를 탈출한 정치범, 민병대의 폭력을 피해 도망친 에티오피아인 등이었다.

제3국 추방은 "말도 안 통하는 감옥에 계속 갇혀서 살 것인지, 아니면 고문과 사형이 기다리는 본국으로 송환될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강요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송환을 거부한 이들은 '임시 체류허가'를 받은 채 한밤중 어느 버스정류장 옆에 내려졌다. 임시 허가증으로는 합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파르드는 스페인어도 한마디 할 줄 몰랐다. 어렵사리 한 이발소에 임시직으로 취직해 밥을 굶는 신세는 면했다. 불법 취업이다 보니 정부 조사관들이 가게에 들어왔을 때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손님 행세를 해야 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동물이 할 법한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일어나고, 먹고, 자고, 또 먹는다"며 "왜 아무도 우리를 도우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나마에 체류한 지 약 1년째,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했다. 이란에선 인터넷과 SNS가 차단됐다. 고국에 있던 아내 및 가족과의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다. 삶의 의욕이 사라진 그는 진통제 한 통을 통째로 삼켰다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

파나마에서 언제까지 임시 체류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자 파르드는 다시 미국이나 유럽으로 밀입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지난 6월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로 다시 떠났다.

파르드의 사례는 WP를 비롯한 15개국 언론사 24곳이 함께 탐사 보도한 '추방 프로젝트' 기사에 실렸다. 이 기사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비영리 언론단체 포비든 스토리즈가 주관했다.

그는 아프리카 및 남미의 제3세계 국가들이 미 국무부와 맺은 비밀 협약에 따라 총 4억1천만달러의 재정 지원을 대가로 미국의 추방자를 수용한 2만5천명 중 1명이다.

인권 단체들은 제3국 추방으로 쫓겨난 이들이 불법 구금, 구타, 음식과 의료서비스 부족 등에 시달린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주민 대우가 "전 세계 난민제도 전체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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