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감독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가능한 사랑' [봤어영]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그래서 감독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가능한 사랑' [봤어영]

이데일리 2026-09-21 23:25:24 신고

3줄요약
‘봤어영’은 화제의 영화를 직접 보고, 솔직한 감상과 관람 포인트를 전하는 리뷰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노동, 계급, 자본, 사회, 욕망, 관계, 과거, 피해자. 영화를 이루는 키워드는 하나같이 가볍지 않고, 트렌드와도 거리가 멀다. 어려운 소재에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설정을 빌려 정면돌파했다. 그런데 제목은 ‘사랑’이다. 왜일까?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사진=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사진=넷플릭스)


좋거나 별로거나, 재미가 있고 없고에 대한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거다.

이창동 감독은 그 지점에 렌즈를 들이대고 초점을 맞춘 듯하다. 심지어 그게 노동과 사람일지라도. 귀담아 듣지 않고 들여다 보지 않는 시대, 심지어 그게 노동과 사람일지라도 무엇이든 쉽게 휘발되는 시대. ‘가능한 사랑’은 지루하도록 묻고 들어주고 보여주고, 물음표를 남기는 영화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와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과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분) 등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은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이야기의 시작은 10여년 전 한국에서 일어났던 대기업의 정리해고 사태였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사진=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사진=넷플릭스)


창작자의 윤리와 책임감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한 차례 작품을 포기할 만큼, 거장에게도 무거운 소재였다. 그러나 고상하게도 거창하게도 그리지 않는다. 카메라는 인물들을 따라가며 이들이 서 있는 위치, 술잔을 잡는 모양,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람마다 서 있는 자리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겐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 수년 뒤에야 찾아보는 영상이 누군가에겐 삶과 동료를 잃는 고통이라는 것. 누군가에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누군가에겐 먹고 사는 걱정이고, 누군가가 값을 지불하고 경험하는 가난이 누군가에겐 삶이라는 것. 그 과정에서 외국인노동자와 가사노동자처럼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하고 비껴가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하나의 답을 내놓지 않는다. 개별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고, 하나의 사건으로 명명되지만 단순하지 않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주 우울하거나 아주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깔깔대고 웃을 만한 장면도 나온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무거운 이야기를 적절하게 받쳐준다.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사진=넷플릭스)


대사의 절반 이상은 전도연이 소화한다. 전도연은 관객을 이 사건에 끌어들이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극의 말미에는 관객들과 (관념적) 소주를 마셔주는 연기를 한다. 일상의 권태로움과 어쩔 수 없는 위태로움 사이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 인물을 연기했다. 전도연을 따라가보면 그 끝에 제목이 있다.

설경구의 연기는 그의 초기작을 보는 듯하다. 어정쩡하고 꼰꼰하지만 슬픈 눈으로, 어딘가에 있을 인물을 연기한다.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보는 이의 숨마저 가빠지게 만든다. 스크린으로 봤던 그의 형형한 눈빛이 생생하다.

조여정은 이창동 감독을 투영한 예지를 연기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사이에서 죄책감과 자괴감도 느낀다. 티 없는 웃음에 슬픔과 언짢음과 부끄러움과 자만과 굴복이 담겨있다.

조인성은 긴장감을 준다. 이야기의 흐름에서 가장 튀는 인물이지만, 뻔하지 않게 인물을 만들어냈다. 억지로 구분지으려 하지 않지만, 다름과 틀림을 아는 사람이기에 오히려 그 선은 명확하다. 매력적이면서 기만적인 인물을 조인성의 톤으로 완성했다. 왜 이창동 감독이 그를 탐냈는지 알 수 있다.

음악은 한정적으로 쓰임을 다한다. 하나의 테마가 극의 시작, 중간, 말미 정도에 임팩트를 준다. 인물들의 말, 한숨, 파도, 바람 소리가 음악 역할을 한다.

이쯤에서 포스터 속 인물들의 왼손 약지에 주목하게 된다. 헐거워져도 제자리를 찾아 다시 끼워넣는 사랑. 불편하고 막막한 순간순간을 끝이 아닌 추억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사랑. ‘가능한 한’ 사랑. 이창동 감독 연출. 러닝타임 164분. 9월 23일 극장 개봉. 11월 넷플릭스 공개.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