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용 글라스 캐리어 외주 세정 물량을 내년 월 5만장까지 늘리면서다. 지난해 월 1만장, 올해 2만장에서 내년 2.5배로 확대된다. HBM4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생산 규모를 키우면서 SK하이닉스가 앞서온 HBM 시장에서도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도 HBM 글라스 캐리어 외주 세정 물량을 월 5만장까지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라스 캐리어는 HBM용 D램 웨이퍼를 얇게 가공하는 과정에서 웨이퍼의 휨이나 파손을 막는 임시 지지체다. HBM은 제한된 두께 안에 D램을 여러 장 적층하는 구조여서 고단 제품으로 갈수록 웨이퍼 박막화와 공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사진=뉴스웨이DB
글라스 캐리어는 세정 후 반복 사용할 수 있어 세정 물량이 HBM 생산량과 일대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주 세정 물량이 지난해 월 1만장에서 올해 2만장, 내년 5만장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HBM4와 HBM4E 생산에 투입되는 공정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 개발과 수율 확보를 넘어 대량 생산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이어 5월에는 HBM4E 12단 샘플을 출하하며 차세대 제품 대응에도 나섰다. 최근에는 HBM4 양산 수율을 80% 안팎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HBM3E보다 가격이 높은 HBM4의 수율이 안정되면서 생산량 확대에 필요한 기반도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의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33%, SK하이닉스 50%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1분기 21%에서 12%포인트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58%에서 8%포인트 하락했다. 두 회사의 격차는 37%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줄었다.
삼성전자의 추격이 HBM4에서 본격화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기존 우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를 거치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해 온 경험과 고객 기반을 갖고 있다. HBM4 역시 양산에 들어간 만큼 차세대 제품에서도 기존 공급망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생산능력만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AI 가속기에 맞춰 제품을 설계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며 고객사가 요구하는 시점에 일정한 품질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HBM4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수율과 생산능력뿐 아니라 고객 인증과 공급 안정성까지 경쟁 범위가 넓어진 이유다.
삼성전자가 생산 확대에 나서는 것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HBM4의 기술 사양을 맞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출하량을 늘려 고객 기반을 확대해야 HBM3E에서 벌어진 시장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HBM3·3E를 통해 축적한 양산 경험과 고객 기반을 갖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4 등 차세대 제품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양사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엔비디아나 AMD 등 주요 고객사를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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