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 품목 생산량 93% 차지…산지유통인 의존·높은 물류비 한계
생산자 중심 판매창구 일원화·도매시장·농산물유통공사 설립 제시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감귤과 월동채소의 주요 산지인 제주가 정작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타지역 도매시장에 의존하는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률 한국농산업미래연구원장은 21일 제주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제주 농산물 유통체계 개선과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제주 농산물의 생산·유통 구조를 이같이 진단하고 생산자 조직을 중심으로 판매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원장의 '제주농산물 유통 구조문제 및 비용절감 방안' 주제발표에 따르면 2019∼2021년 감귤과 무·당근·양배추·감자·양파·마늘 등 제주 주요 7개 품목의 연평균 생산량은 132만4천t으로 제주 전체 농산물 생산량 142만3천t의 93.1%를 차지했다.
이들 품목의 연평균 생산액도 1조4천31억원으로 전체 농산물 생산액 1조7천540억원의 80.1%에 달했다.
김 원장은 감귤과 주요 월동채소를 제주가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국내에 집중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계절적 독점 공급 농산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계절적 독점 공급 농산물임에도 산지에서 가격 형성을 주도하지 못하고 육지부 소비지 도매시장의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소비지 시장 의존적인'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감귤의 약 50%, 무·양배추·당근·브로콜리 등 월동채소의 80% 이상이 산지유통인에 의해 밭떼기 거래(포전매매) 또는 수확 후 매입돼 전국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제주 농민과 생산자 조직이 출하량을 조절하거나 가격 협상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생산자조직화와 생산자조직 중심의 산지유통과 출하구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에 따른 높은 물류비도 제주 농산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제주 농산물은 육지로 나가려면 '도내 운송→해상운송→육지 운송'의 3단계 운송을 거쳐야 한다.
김 원장은 이 때문에 제주 농가가 "육지부의 원스톱 운송에 비해 최소 2배의 추가 운송비 부담"을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운송시간도 문제다.
오후 5시나 7시께 제주에서 출항한 배가 8∼9시간 뒤 육지에 도착하고,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다시 그날 밤 10시 이후에야 경매가 가능해 산지에서 작업한 농산물이 하루 이상 차량에 실려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재배기술 발달로 감귤과 월동채소 재배지역이 육지로 확대되면서 제주 농산물의 기존 공급 우위도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자 조직을 중심으로 판매창구를 집중 또는 일원화하고 저장 기능을 갖춘 출하조절센터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수확 후 밀어내기식의 홍수 출하 관행을 벗어나" 생산자 조직이 운영하는 저장 중심의 출하조절센터를 확충해 공급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주에 소비지 도매시장을 만들어 육지에서 들어오는 농산물의 유통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제주산 감귤과 월동채소의 가격 형성을 위한 산지공판 기능을 갖추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비슷하게 제주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수출, 물류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가칭 '제주도 농산물유통공사' 설립도 제안했다.
농산물유통공사가 생산자 조직의 생산·유통을 지원하고 저장·가공·선별포장시설과 육지 물류센터를 연계하는 한편 농산물 해상물류의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맡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앞서 길청순 지역농업네트워크 이사장은 '제주농산물 유통 이슈와 유통통합관리 전담기구 설립 논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생산·유통 정보를 연계하고 유통체계 전반을 조정하는 전담기구 설치 방향을 제시했다.
길 이사장은 생산과 출하가 조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물량 규모화와 가격 주도권 확보가 어렵다며 생산자가 주도하는 자율적 수급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제주도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올해 하반기 '유통 통합관리 전담기구 설치 타당성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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