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악재 공시에 매도 버튼 누르셨나요…8시 장의 역설[onl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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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악재 공시에 매도 버튼 누르셨나요…8시 장의 역설[only 이데일리]

이데일리 2026-09-21 16:25: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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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지난 14일부터 평일(공휴일 제외)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는 애프터마켓을 개장하면서, 정규장 마감 후 나온 기업 공시도 당일 주가에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가 됐다. 이로인해 거래가 뜸한 종목의 경우 애프터마켓 운영 시간대에 악재성 공시가 나오면 소수 주문만으로도 가격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거래소는 이런 문제에 대비해 정규장과 같은 수준의 변동성완화장치(VI) 등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그러나 애프터마켓 등 저유동성 시장에서 공시 직후 투자자가 정보를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특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4~18일) KRX 애프터마켓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147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정규장 거래대금 25조5433억원의 4.5% 수준이다. 넥스트레이드(NXT)의 같은 시간대 일평균 거래대금 1조4472억원에도 못 미쳤다.

문제는 유동성 차이에 따른 변동성이다. NXT는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약 600개 종목을 중심으로 거래되는 반면, KRX 애프터마켓은 대부분의 코스닥 종목을 포함한 2472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저유동성 종목이 대거 편입되면서, 개장 첫날 KRX 애프터마켓의 VI 발동 건수는 정규장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거래 참여자가 적은 종목은 몇 건의 주문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마감 후 공시는 오래된 관행이다. 특히 긴 연휴를 앞두고 기업에 불리한 정보를 장 마감 뒤에 내놓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가 급증해 왔다. 실제로 장 마감 이후 공시를 선호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전 종목에 대한 애프터마켓 도입으로 상장사가 장중 가격 반영을 피하려고 공시를 늦추는 유인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애프터마켓 운영 이후에도 공시 시간은 기존과 같은 오후 6시 전까지로 유지되면서, 당일 오후 8시까지의 거래에서 공시가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공시 내용의 의미를 해석하고 대응하기까지의 시간이 지나치게 짧아졌다는 지적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과거 장 마감 후 공시가 나오면 투자자들은 다음 날 시초가 동시호가에서 주문을 모아 단일 가격으로 거래했다. 오후 4~6시 시간외단일가 거래도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체결했다. 반면 애프터마켓에서는 매수·매도 호가가 맞는 즉시 거래가 이뤄진다. 공시 직후부터 실시간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구조다.

투자자가 악재에 즉시 대응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그러나 거래 참여자가 적은 탓에 가격 발견 기능은 정규장에 비해 뒤떨어진다. 공시 정보에 대한 해석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정규장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애프터마켓에서 투자자들은 우왕좌왕할 수 있다. 급락 구간에서 서둘러 매도해 손실을 확정하거나, 호재 공시에 추격 매수했다가 다음 날 정규장에서 되레 주가가 밀리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거래소는 애프터마켓에서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에는 애프터마켓 전용 시장조성제도를 운영하고, 시장가와 조건부지정가 주문을 제한했다. 하지만 가격제한폭과 VI와 공매도 규제는 정규장과 동일하다. 공시 접수 시간도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로 유지했다. 공시 업무가 끝나는 공시 공백 이후에는 부도, 감사의견 비적정, 횡령·배임 등 상장폐지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 확인돼야 거래정지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정지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고 지적한다. 거래소가 제시한 정지 대상은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사유에 집중돼 있어서다.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임상 결과, 대규모 계약 해지처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상장폐지 사유는 아닌 공시는 거래정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외 주요 시장은 중요 공시와 거래정지를 보다 긴밀하게 연계한다. 미국 나스닥은 상장사가 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 사이 중요 정보를 공개할 때 최소 10분 전 시장감시 부서(MarketWatch)에 알리도록 한다. 시장감시 부서는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해 필요하면 뉴스 공개 전 임시 거래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도 적용된다. 거래정지는 정보가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고르게 전달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일본의 사설거래시스템(PTS) 운영사 재팬넥스트는 오후 5시30분 이후 도쿄증권거래소 공시시스템(TDnet)에 적시공시가 올라오는 등 회사가 중요정보로 판단한 정보가 공표되면 해당 종목 거래를 정지한다. 야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지 이후에는 거래를 재개하지 않는다. 일본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PTS 야간 거래는 사실상 현물 거래만 가능해 레버리지 투자도 제한된다.

애프터마켓이 ‘올빼미 공시’의 가격 반영 지연을 줄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저유동성 종목에서 공시 직후 가격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중요 공시 때 일시적으로 거래를 멈추거나 일정 시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등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프터마켓은 정규장보다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아 돌발 사건이나 새 뉴스가 나오면 가격 쏠림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애프터마켓의 가격 급변을 줄이고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려면 정적·동적 VI 발동 기준을 현행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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