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높여야” vs “오남용 우려”…‘약 배송 확대’ 두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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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높여야” vs “오남용 우려”…‘약 배송 확대’ 두고 갈등

투데이신문 2026-09-21 15:52: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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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 서울 소재 한 약국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8월 4일 서울 소재 한 약국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정부가 현재 일부 환자에게만 허용된 처방약 배송을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약사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약사단체 등은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이 확대될 경우 과다처방과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환자단체에서는 비대면진료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의약품 수령까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에 따라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운영돼 온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된다.

현재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의약품은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대상에 한해 재택 수령이 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에 따른 약 배송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약사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약 배송이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확대될 경우 의약품 오남용과 과다처방 등으로 환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비대면진료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약 배송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약사회는 전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전국 약사와 약대생 등 약 1만명이 참석했다.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산업 활성화와 플랫폼의 이익을 앞세우는 보건의료정책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민간 플랫폼의 먹잇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쇼핑과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고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시키는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정책의 전면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의료쇼핑과 의약품 오·남용 유발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민간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 진료 체계를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지난 16일에는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를 잇달아 방문해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전날 총궐기대회를 시작으로 각 시·도 약사회 차원의 결의대회와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약 배송 확대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대한약사회 등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된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약사회 등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된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면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되는 만큼 의약품 배송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암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등 의약품을 직접 수령하기 어려운 환자들도 현재 재택 수령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를 받은 뒤에도 병원이나 약국과의 거리가 멀거나 인근 약국에서 처방약을 구하지 못해 의약품 수령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비대면진료 이용자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약 배송 확대를 요구하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87.5%는 ‘약 배송 허용 범위를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약 배송이 허용될 경우 이용하겠다는 응답도 88.5%에 달했다.

처방받은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여러 약국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48.8%였다.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이 소속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도 지난 9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처방약 배송을 법제화해 국민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대면진료는 진료와 처방, 복약지도, 의약품 수령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완성된다”며 “의약품 배송 문제는 산업 활성화나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아닌 환자와 소비자의 실질적인 의료 접근권 보장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약 배송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속도에 대해서 안전성과 시장질서 확보를 전제로 약 배송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선 오는 12월 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에 “비대면 환자에 대한 약 배송은 의약품 수령의 편의성을 높여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약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안전성 문제는 제도적 보완과 관리·감독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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