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뒤 전력망 용량을 확보하고도 실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발전사업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전력망 이용 기준이 바뀐 이후 이용신청 기한이 도래한 75개 사업 가운데 61개 사업이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에서 빠진 계통용량은 약 3.6GW다. 전력망을 장기간 확보해두는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회수된 용량을 실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자에게 어떻게 배분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발전사업 허가 뒤 전력망 확보…사업 지연에도 용량 남아
21일 업계에 따르면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사업자는 발전사업 허가 이후 전력망 이용을 신청하고 한전과 이용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생산한 전력을 송전·배전망에 연결하기 위한 절차다.
문제는 발전사업 허가 이후 실제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전력망을 확보한 상태가 일정 기간 유지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용신청을 하지 않거나 계약 단계로 넘어가지 않은 사업을 일찍 걸러내기 어려운 관리 공백도 있었다.
전력망 여유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다른 발전사업자의 접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발전소 건설을 준비하는 사업자가 전력망을 필요로 하더라도 기존 사업자가 확보한 용량이 남아 있으면 연결에 필요한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업은 허가를 받은 뒤에도 환경 관련 절차와 각종 인허가, 자금 조달 등을 거쳐야 한다. 사업 일정이 길어질수록 허가와 실제 발전소 건설 사이에 상당한 시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력망을 확보한 사업의 진행 여부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용신청·계약에 각각 1년 기한…사업진척도 점검 빨라져
정부와 한전은 이 같은 관리 공백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 20일부터 '송·배전용전기설비 이용규정'을 변경해 적용하고 있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뒤 1년 안에 전력망 이용신청을 하지 않으면 접속용량을 회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용신청을 한 경우에도 1년 안에 전력망 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점검 대상이 된다.
이미 이용계약을 맺은 사업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주기도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짧아졌다.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이전보다 자주 확인하는 방식이다. 해상풍력처럼 준비 기간이 긴 발전사업은 중간 단계도 확인한다. 이용개시 예정 시점에 맞춰 환경영향평가 등 주요 절차가 진행됐는지를 살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사업자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소명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됐다.
75개 중 61개 미신청…회수 용량 나누기 확인
제도 시행 이후 첫 점검에서는 상당수 사업이 전력망 이용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20일까지 이용신청 기한이 도래한 사업은 75개, 총 7.7GW 규모였다. 이 가운데 61개 사업이 이용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해당 용량은 약 3.6GW로 집계됐다. 이용신청을 마친 사업은 14개, 4.1GW였다.
한전은 앞서 2024년 4월 이후 지연된 발전사업을 점검하면서 226개 사업에서 약 9.03GW의 계통용량을 회수했다. 회수한 용량을 다른 사업자에게 배분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2024년 11월 이후 후순위 사업자에게 재배분된 계통용량은 약 3.90GW다.
앞으로는 추가 회수 물량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가 중요하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순서만으로 판단하면 실제 사업 진행이 늦은 사업이 다시 전력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업 추진 단계만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자의 전력망 이용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허가 진행 상황과 사업 일정, 실제 투자 여부 등을 함께 살펴 배분 대상을 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망 선점 문제는 지연 사업의 용량을 회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회수된 계통용량을 실제 사업에 배정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3.6GW를 포함해 향후 확보되는 계통용량은 배분 기준과 관리 방식에 따라 사업자별 활용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폴리뉴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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