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들 명절 1∼2주전부터 소화불량, 두통, 불면증에 시달린다"
"사위들도 처가에서 은근히 학력, 직업, 돈 문제로 자존심 상한다"
"가족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 필요"…김도연 관계심리연구소장 인터뷰
[※ 편집자 주= 김도연 한국관계심리연구소와 마인드플니스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네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로 명절에 일어나는 가족간 갈등을 주로 다뤘습니다. 올해 5월 3일 송고한 첫 번째 기사는 직장의 상사-부하 관계 등을 다뤘습니다. 인터뷰는 김 소장의 개인 사정으로 중단됐다가 최근에 재개됐습니다. 2주 후에 나가는 3∼4번째 기사는 직장 내 따돌림, 성희롱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의 스토리와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애인한테 수시로 사랑한다고 하고 고맙다고 하면서 부모한테는 평생에 걸쳐 그런 말 한마디도 안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자녀에게 너무 서운해서 우울증을 겪는 부모도 있습니다."
"어떤 성인 자녀들은 한 번도 부모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합니다. 그 부모님은 이미 하늘나라로 떠났기에 이제는 그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이는 한국관계심리연구소와 마인드플니스 심리상담연구소의 김도연 소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지난 3월 3일을 시작으로 세 차례 진행됐다.
김 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에서는 부모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어색한 측면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에둘러서라도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면 부모한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어른들이 자녀와 며느리, 사위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면서 "취업, 결혼, 출산 등과 관련된 말이 이에 해당된다"고 했다.
김 소장은 "명절 2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도 안 되고, 잠도 안 온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면서 "상대방이 아무리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소장은 대학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련 감독자, 심리치료 실무 일을 하며 임상 경험을 쌓았다.
그는 심리상담연구소 뿐 아니라 강연과 저서를 통해서도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지 않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적극 알리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2차 기사 질문-답변
-- 명절 때 부모님을 만나면 사랑한다고 말해보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내가 상담해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애인이나 다른 사람들한테는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하는데 왜 부모한테는 그 말을 못 했을까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
-- 한국 문화에서는 자식이 부모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 우리 문화는 서양과 다른 점이 있다. 서양은 자기감정을 즉각 언어화하는데, 한국은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억누르는 편이다. 그래서 가족 간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쑥스럽고 어색한 행동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한국인들도 갈수록 이런 식의 소통에 한계를 느낀다.
-- 어떻게 해야 하나.
▲ 부모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어려우면 이런 말로 시작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항상 곁에 계셔서 든든합니다." 이런 말을 들은 부모는 키운 보람도 느끼고 뿌듯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이런 말은 자연스럽게 "사랑합니다"는 말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자식이 이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아서 우울증이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 그런 사례가 있나.
▲ 70대 중반의 한 여성분이 우리 상담실을 찾아왔다. 남편한테는 평생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남편으로부터는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고, 듣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외국에 거주하는 딸이 오랜만에 한국의 부모 집에 왔다고 한다. 이 내담자(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는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딸이 잘살고 있으니 고마워서 그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딸아 고맙고 감사해, 이렇게 잘 살아줘서".
-- 이에 대해 그 딸은 뭐라고 했나.
▲ "엄마 그동안 고생했어. 엄마가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잘 컸어." 그분은 이런 말을 기대했다고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어도 에둘러서라도 이런 말이 나왔으면 했는데, 딸은 그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외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 그래서 그 엄마는 어떻게 했나.
▲ 엄마는 딸의 이런 태도를 견디다 못해 결국 카톡을 보냈다고 한다. "너는 어떻게 엄마한테 고생했다, 애썼다 이런 말 한마디도 안 하냐?. 엄마가 너무 서운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딸은 "엄마는 그걸 꼭 말로 해야 돼?. 나 그런 말 못 하잖아"라고 답신했다고 한다. 그 엄마는 우울증에 걸려서 우리 상담실에 왔다.
-- 자녀들도 명절에 고향에 가면 부모한테 잔소리 들을까 봐 미리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 현실에서는 부모들이 잔소리를 쏟아내기도 한다. 취업, 결혼, 출산과 관련한 내용들이 많다. 왜 이렇게 살이 쪘니?. 좀 가꾸고 다녀라. 그래서 언제 연애하겠니?. 그래서 누가 널 좋아하겠냐?. 결혼 언제 할 거야?. 늦게 결혼하면 임신이 잘 안된다고 하더라. 취업은 도대체 언제 할 거니?. 그 회사 계속 다닐 거냐?. 좀 더 연봉이 높은 데로 이직해야 하는 거 아냐?. 그 일을 해서 벌이가 되냐?. 남들은 집 사고 애 낳고 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애는 언제 가질 건데?. 이런 말들 모두가 상처를 준다.
-- 왜 이런 말을 할까.
▲ "다 널 위해서야,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부모들은 말한다. 그렇지만 듣는 자녀는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이성 교제를 통제하려는 부모들도 있는데.
▲ 부모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네가 만나는 사람 직업이 뭐냐?. 그 사람은 어느 학교 나왔냐?. 돈은 버냐?. 길게 만나서 결혼까지 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라.
-- 이런 잔소리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그런데 이런 잔소리는 "너는 틀렸고, 내 방식이 맞다"고 하면서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행위다. 게다가 상대방의 유능감에 상처를 낸다. 즉 "너는 스스로 판단해서 일을 잘 해낼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야"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무능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 자녀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 "이번엔 안 갑니다." 이렇게 선언하는 자녀들도 있다. 고향에 가기 전에 미리 부모님께 넌지시 그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부모의 그런 말은 한두 번이 아니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도 한다. 그런데 잔소리의 수위가 너무 높고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즉 "오랜만에 좀 쉬려고 왔는데,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시니 불편하고 힘드네요. 제 방식과 선택을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부모 또는 친척에게 대놓고 이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
▲ 정색하고 이야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톤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 감정을 자제하면서 매너 있게 말하는 게 좋다. 다만 본인의 메시지는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 며느리는 명절 때 출산과 관련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 명절을 맞아 찾아온 아들 부부한테 이런 말을 하는 부모들이 있다. 애는 언제 가질 거냐?. 늦게 결혼하면 임신이 잘 안된다고 하더라. 00집에는 벌써 손주가 태어났다고 하던데 너희들은 아직 소식이 없냐?. 어떤 시부모는 며느리한테 출산 후 직장을 아예 관두라고 하기도 한다.
-- 직장을 포기하라는 사례가 있나.
▲ 30대 중반의 어떤 여성은 디자이너다. 임신 초기 상태인데, 집중력도 떨어지고 몸의 컨디션도 안 좋다고 했다. 시댁 식구들에게 요즘 임신으로 힘들다고 하면 "밥도 잘 챙겨 먹고 잘 쉬라"는 격려의 말이 나올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기 낳고는 직장 다니지 말라"는 압박이 왔다고 했다. "그런 몸으로 직장에 계속 다니면 어떻게 아이를 돌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 그분은 서운함을 느꼈을 듯하다.
▲ 이 여성은 꿈이 있고 성취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디자이너로서 한창 활약하고 있고, 경력도 더 쌓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출산 후에 그냥 애나 보라는 식이니 시댁 식구를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고 했다.
-- 남편은 어떤 입장인가.
▲ 남편은 시어머니의 이런 말에 제동을 걸지 않고 방관한다고 했다. 말로만 육아를 도와주겠다고 하고, 신경 써주겠다고 하는데 그건 말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여성은 "임신 10개월 동안 힘든 것도 나고, 애를 실제로 낳는 것도 나고, 낳아서 키우는 것도 결국 내 몫"이라고 했다. 그리고 본인은 휴직계를 내야 해서 경력 단절도 생긴다고 했다. 이러니 원망까지 생기면서 차라리 남편이 애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 명절 때 시댁에서 시누이들은 놀고 며느리만 일한다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 결혼하지 않는 시누이들이 명절 때 일찌감치 본가에 오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집안일을 거들려고 하면 시어머니가 이런 말을 한다. "너는 그냥 앉아 있어. 시집 가면 고생 많이 할 텐데 뭐 벌써부터 하려고 하니?. 우리 둘(자신과 며느리)이 할 거야." 결혼한 시누이가 다음날 오면 시어머니는 또 이런 말을 한다. "아유 너희 집에서도 맨날 손에 물 묻히고 고생하는데 뭐 친정까지 와서 일을 해?."
-- 시누이들의 말로 상처받는 일도 있다고 하던데.
▲ 우울한 올케에게 시누이들은 또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아니 올케는 직장생활이 힘들어?. 그래도 오랜만인데 표정을 좀 펴라. 우리가 눈치 보인다." 그러면 며느리는 속으로 이런 말을 한다.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빵긋빵긋 웃음이 나오는 게 가능한가?."
-- 시댁과 친정 방문 일정 때문에 부부 싸움도 많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 추석 전날 시댁에 와서는 그다음 날 오후에 친정에 가기로 남편과 합의했는데, 이게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 남편은 술 마시고 이야기하느라 일어서려 하지 않는다. 시어머니도 하룻밤 더 자고 내일 일찍 출발하라고 자꾸 종용한다. 며느리는 빨리 친정에 가고 싶지만 결국 하룻밤을 더 자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도 아침에 상 차리고 다른 일 좀 하다 보니 점심때가 된다. 결국 설거지까지 하고 나서 저녁 무렵에서야 친정에 가게 된다. 친정 식구들은 이미 전날부터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 며느리는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그래서 부부가 각각 자기 본가로 바로 가는 일이 있다고 하던데.
▲ 그건 부부 갈등이 매우 심각한 경우다. 시댁 식구나 처가 식구를 안 보고 살겠다는 것인데, 이런 사례는 드물다. 그보다는 며느리가 남편과 아이들만 보내는 경우는 있다.
-- 장인과 장모가 사위를 홀대하는 경우도 있나.
▲ 상담을 해보면 사위가 처가에 가서 자존심을 긁히는 일이 있다. 자기 딸이 사위보다 돈을 잘 벌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우 사위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 장모가 이런 말을 한다. "자네가 00대를 나와서 그런가. 왜 이렇게 진급이 안 돼?. 전공을 그런 걸 해서 그런가?. 그 전공이 뭐 비전이나 있나?." 장모가 은근히 사위의 집안 전체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아버님이 아직도 그 일을 하셔?. 아니 근데 언제까지 그 일을 하셔야 된대?". "(사위의) 동생이 이번에 결혼했는데 결혼식을 왜 그런 시골에서 해?. 우리 딸도 그렇고 나도 갔을 때 좀 그렇더구먼. 좀 좋은 데서 하지."
-- 돈 문제를 언급하기도 한다는데.
▲ 처가에 가면 장인 또는 장모가 이런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딸 부부의) 집 평수를 늘리는데, 집(사위 본가)에서 돈 좀 보태야 하지 않겠어?. 한 2억∼3억 정도 더 보태면 좀 넓힐 수 있을 거 같은데. 우리도 지금 이 정도 주는데 그 집에서는 하나도 안 보태시나?" 이런 말을 들으면 사위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 명절을 맞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즐거운 추석이 명절 지옥이 돼서는 안 된다. 모처럼 만나서 상대방을 판단하고, 빈정거리고, 지나치게 잔소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어떻게 해야 하나.
▲ 나는 25년간 2만여명 이상을 상담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은 상황보다 그때 들었던 말 한마디로 삶이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는 점이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말보다는 존재를 인정하는 말을 해야 한다.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쏟아내야 속이 시원하다면 그건 성숙한 소통이 아니다. 배려 없는 미성숙한 태도일 뿐이다. 상대의 감정이나 욕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말은 결국 관계를 해치는 원인이 된다. 솔직한 말을 해야 할 때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대방의 심정을 먼저 짚어줘야 한다.
(인터뷰 2차 기사 질문-답변 끝)
<인터뷰 1차 기사 요약>
[삶] "뛰어난 성과 냈더니…동료들 살피며 일 하라네요 과장님이"(5월 4일)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질책할 때는 비난하는 말과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해결 중심의 제안을 해야 한다. "정신상태가 문제다", "초등학생도 너보다는 잘하겠다"는 식의 발언은 모욕이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가족을 모욕해서도 안 된다. 실제로 어떤 회사원은 상사로부터 "자네는 말수도 없고 이해력도 부족한데, 식구들이 다 그러냐?"는 말을 듣고 회의감을 느낀 나머지 퇴사했다.
부하직원도 상사한테 조심할 게 있다. 여러 부하직원이 보는 앞에서 상사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상사의 감정을 자극하고 갈등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의 중에 상사의 통계수치가 틀렸다고 해서 "팀장님, 그 숫자는 사실과 다른데요?"라고 즉각 지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보다는 회의 후에 따로 찾아가서 "팀장님, 제가 확인한 자료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다시 검토해보시기 권해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게 현명하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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