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는데, 음악 만드는 사람들은 웃지 못합니다.’
AI가 만든 음악의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지만, 정작 노래를 만드는 진짜 ‘창작자’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최근 열린 토론회들 역시 현장과는 거리가 먼 법학자들 중심의 법리적 논의에 머물렀습니다.
진짜 현장 창작자들의 목소리는 어떨까요? 30년간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음악가를 만났습니다.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작곡가이자 가수 리아(현 김재원 국회의원)의 프로듀서,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 등의 음악감독을 거쳐 현재 한양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손무현 교수입니다.
◇ ‘창작’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임원선 초빙교수(성균관대 법학)와 박유선 교수(강원대 법학)는 생성형 AI 시대의 창작성을 ‘인간이 최종 표현을 직접 구현했는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공통된 견해를 보였습니다. 두 교수는 인간의 구상과 기획, 방향 설정이 AI를 통해 구체화된 이후, 이를 선택·수정·배열·구조화 하는 과정 또한 중요한 창작적 기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박 교수는 ‘아이디어는 자유영역, 표현은 보호영역’이라는 기존 틀에서는 핵심적인 기획적 결정을 내리고도 직접 표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기여가 저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손무현 교수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인간의 역할이 기획이나 선택으로 이동했더라도, 음악적 표현의 형성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를 창작 행위인 ‘작곡’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AI가 트랙과 멜로디를 만들고 인간이 이를 선택·차용하는 구조라면, 음악의 핵심 표현을 담당한 건 결국 AI라는 명확한 기준을 내놓았습니다.
한편 김경숙 교수(상명대 지적재산권학)는 AI의 기술적 기여와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구분해야 하며, 최종 결과물에 인간의 의도와 선택, 통제와 수정 등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었다면 해당 기여 부분은 보호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교수 역시 음악 작품에 대한 창작적 기여와 음향(sound production)에 대한 기술적 기여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창작 과정의 역할 분담이 달라질 수는 있더라도 ‘작곡’을 비롯한 음악 창작의 본질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는 음향 작업을 ‘메이크업’에 빗대 음색과 공간감, 이펙팅 등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음악의 핵심 표현 자체를 창작했다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I 산출물에 단지 일부 음향 효과를 얹어두고 스스로를 저작자라 칭하는 일부의 태도를 향해 “염치없다”며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 음악 표현의 원천 : 무엇을 ‘창작적 기여’라고 보는가
저작권 대토론회에서 법학자들은 대체로 ‘최종 결과물에서 인간에게 귀속될 수 있는 창작적 기여가 어디까지 존재하는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면 손무현 교수는 ‘그 기여가 음악의 핵심 표현을 창작한 기여인가’를 구체적으로 짚어내며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습니다.
최승재 교수(세종대 법학)와 박성호 명예교수(한양대 법학), 김경숙 교수는 AI 사용 여부 자체보다 최종 산출물에서 확인되는 인간의 구체적 기여를 특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특히 최승재 교수는 여러 차례의 수정과 편집을 통해 인간의 창작적 의도가 최종 결과물에 반영되었다면 그 범위 내에서 기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창작 과정 및 작업 기록 확인의 필요성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인간이 AI 산출물을 선택·수정·편집하며 창작적 기여가 존재하는 것’과 ‘그 인간을 작곡가로 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AI가 멜로디와 화성, 리듬 등 핵심 요소를 만들고 인간이 이를 전제로 선택·가공·수정했다면, 그러한 후속 기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창작 행위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인간의 기여가 ‘존재하는가’를 넘어, 그 기여가 음악의 본질적 표현을 ‘직접 형성했는가’를 따져야 한다는 명확한 음악적 기준을 제시한 셈입니다.
◇ ‘선택’은 창작인가?
AI가 출력해 낸 100곡 중 인간이 음악적 감각을 발휘해 “17번째 곡이 가장 좋다”며 골라냈다면, 그 ‘선택’ 과정에 들어간 감각을 근거로 이를 ‘창작’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임원선 교수와 박유선 교수는 표현의 직접 생성뿐 아니라, AI가 제시한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을 취하고 버릴지 판단하고 이를 수정·배열·구조화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도 창작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박 교수는 AI 시대에는 선택과 큐레이션, 기획 및 워크플로 설계 자체가 인간 창작성의 중요한 발현 지점이 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문제는 ‘선택’의 수준입니다. AI가 만든 100곡 중 17번째를 단순히 고르는 것과, 여러 결과를 소재 삼아 인간이 다시 배열·수정·구조화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을 같은 수준의 ‘선택’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이와 관련한 여러 견해에 대해 손무현 교수는 “극단적인 이야기”라며 “선별은 선별사들이 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화가가 직접 그림을 그려야 화가이듯, 음악에서도 좋은 결과를 알아채는 판단력이나 음악적 ‘감’과 멜로디, 화성, 리듬 등 음악적 표현을 직접 만들어내는 행위는 전혀 별개의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선택 대상이 된 음악의 핵심적 표현을 실질적으로 누가 형성했느냐는 점입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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