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자 뒷날 대통령까지 지낸 율리시스 그랜트는 암으로 사망하기 전 의사에게 글을 남겼다.
"가끔 졸기는 하지만 잠을 자진 않습니다. 일어나 있을 때 누가 말을 걸어 대답하려고 애쓰다 보면 통증이 밀려옵니다. 사실 나는 내가 인칭대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생각합니다. 동사란 존재하고 행동하고 영향을 받는 것(to suffer) 모두를 의미하지요. 나는 그 세 가지 모두를 의미합니다."
그런가. 인간은 동사인가.
<동사의 힘> 저자인 저널리스트 사라 카우프먼은 30년의 기자 생활 대부분을 <워싱턴 포스트>의 무용 비평 기자로 보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춤은 동사다. 움직임으로만 존재하며 눈 깜짝할 새에 어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춤은 변화 그 자체다. 무용수가 날 듯이 무대를 가로질러 뛰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심장은 흥분으로 두근댄다. 왜 나는 가만히 있는데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까? 이 기분을 어떻게 끄집어내 종이 위로 옮길 수 있을까? 그때 나는 동사가 내가 원하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진하다', '솟구치다', '거꾸러지다', '튕기다' 같은 동사를 신중히 고르면서 내가 본 장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별하고 그때의 감정을 되살릴 수 있었다."
인간은 대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인간의 춤사위는 동사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저자만이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은 동사로 가득 차 있고, 동사는 책장을 뛰어다닌다. 번역서의 한계라곤 느낄 틈이 없다. 아름답고 예술적이다. 특별히 문학적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으로 넘쳐난다. "동사는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다. 동사라는 이름도 그래서 얻은 것이다. 동사verb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단어를 뜻하는 verbum에서 왔다." "명사는 우리의 현실이요, 동사는 우리의 꿈이다." 시인 엘리자베스 조안 제닝스는 <동사Verb> 라는 제목의 시에서 동사의 본질적 기능을 부착한다. 바로 문장의 의미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고리가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단단한 자물쇠가 찰깍거리는 소리를"
저자가 설명한다. "동사에는 한계가 없다. 새로운 동사는 변화하는 세계를 붙잡거나 세계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수단을 제공한다. 이것이 내가 알려주고 싶은 핵심이다." 거기에 덧붙인다. 인간은 동사이기에 (인간에게는) 한계가 없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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