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AI데이터센터(AIDC)가 국내 부동산금융의 새로운 ‘조 단위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저장공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해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AI라는 구조적 성장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잇달아 AIDC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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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 PF 5~6%대…‘돈 되는 인프라’ 부상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AI 데이터센터 PF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전북 군산에 개발하는 60MW 규모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선순위 PF금리로 5% 초반대에 은행 대출이 실행됐다. 한 IT 대기업이 100% 임차한 우량 자산이라서 '5% 초반'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도 대주 모집에 성공했다.
이 사업은 군산 국가2산업단지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연내 60MW급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300MW까지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직접 자금을 넣는 동시에 PF를 주선하는 것은 금융사들이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대출상품이 아니라 새로운 인프라 투자영역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데이터센터 선순위 PF 대출은 연 5% 초반~6% 초반, 중·후순위는 연 7~8% 정도에 형성돼 있어 오피스와 비교하면 높은 편은 아니다. 예컨데 오피스 지구로 개발중인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8·9·10구역의 선순위 금리 6.12%와 비교하면 소폭 낮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이 데이터센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준공 후 자산가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오피스와 임차수요의 성격이 다르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나 IT기업 등이 장기간 데이터센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개발 단계에서 선임대가 이뤄지면 준공 이후 현금흐름을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실제 경북 포항에서 추진되는 총사업비 6000억원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경우 NHN클라우드가 20MW 규모를 장기 임차하기로 했다. 개발 초기부터 임차수요를 확보하는 선임대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오피스보다 높은 개발수익률…대형 PF 수요도 매력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투자 매력은 개발사업 자체의 수익성이다.
운용업계에서는 40MW급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의 기대수익률을 내부수익률(IRR) 기준 20% 안팎으로 추산한다. 총 투자비를 약 6000억원으로 가정하고 준공 후 매각가치를 터미널 캡레이트 5.25% 수준으로 산정한 경우다.
터미널 캡레이트는 부동산 투자기간이 끝난 뒤 자산을 매각할 때 예상되는 순영업이익(NOI) 대비 매각가격의 비율이다. 같은 조건에서 오피스 개발사업의 기대수익률이 IRR 기준 10% 중반 수준으로 거론되는 것과 비교하면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데이터센터가 무조건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사들이 주목하는 핵심은 AI 수요에 따른 임차수요, 제한된 공급, 그리고 개발 단계에서 확보한 전력과 인허가 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오피스와 달리 건물만 짓는다고 운영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대규모 전력 공급망과 냉각설비, 통신망을 확보해야 하며 AI용 시설일수록 전력 사용량과 발열을 감당할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개발비 규모도 일반 상업용 부동산보다 크다. 200MW급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사업비가 5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의 역할도 확대된다. 수조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사업자가 자체 자본만으로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순위 PF 대출을 비롯해 중·후순위 대출, 메자닌, 지분투자 등 다양한 자금이 필요하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PF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건물’에서 ‘전력·운영사’로…투자 대상도 넓어져
데이터센터가 기존 부동산 PF와 다른 점은 투자 대상이 건물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냉각 시스템, 서버 운영 역량을 종합적으로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이에 따라 전력망이나 발전설비,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에너지 인프라까지 투자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
포항 AI 전용 데이터센터가 정부의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프로젝트로 선정된 것도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넘어 지역의 디지털·전력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펀드는 지방정부와 민간이 발굴한 대형 프로젝트에 정부 재정 등이 조성한 모펀드가 마중물로 참여하는 구조다.
개발 이후의 투자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건물 자체뿐 아니라 서버·전력·냉각설비와 운영 역량이 결합된 자산이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직접 매입하는 것 외에도 운영사나 플랫폼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국내에서도 리츠를 통한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데이터센터를 보유·운영하는 회사의 지분을 리츠의 투자자산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사 지분을 통한 간접투자 가능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국내 첫 데이터센터 상장리츠 설립을 계획하는 등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부동산 투자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부동산금융의 투자 공식도 달라질 것"이라며 "오피스와 물류센터처럼 완성된 건물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개발 PF부터 운영사 지분, 전력·에너지 인프라까지 자금이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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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https://images-cdn.newspic.kr/detail_image/179/2026/9/20/7618eee2-b679-4cc4-b869-d37bc84e8687.jpg?area=B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