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밑동부터 썰어 벗기는 방법이 밤 손질의 정석은 아니다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가을 제철을 맞아 마트나 재래시장에 알이 굵은 생밤이 쏠쏠하게 올라온다. 문제는 사 온 밤을 손질하는 일인데, 겉의 딱딱한 겉껍질은 칼이 잘 들어가지 않고 그 안의 얇은 속껍질은 손톱으로 뜯어내다 보면 알맹이까지 뭉텅뭉텅 떨어져 나간다. 밤 몇 개만 까려 해도 손끝이 아리고 시간이 한참 걸리는 이유는 손질 순서와 도구를 잘못 골랐기 때문일 수 있다.
칼로 밑동부터 썰어 벗기는 방법이 밤 손질의 정석은 아니다
밤 껍질을 벗기는 흔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밤을 찬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가 겉껍질을 살짝 불린 뒤 밑동의 거친 부분에 칼을 찔러 넣어 벗기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밤을 통째로 삶아 익힌 뒤 껍질을 까는 방식이다. 물에 담그는 방법은 도구가 따로 필요 없고 생밤 상태로 손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힘을 꽤 줘야 하고 깨끗한 모양으로 벗기기 어려워 처음 해보는 사람은 애를 먹기 쉽다.
게다가 밤은 표면이 미끄러워 칼질 중에 손을 다치기 쉬우므로 손질할 때는 골무나 면장갑을 끼는 것이 안전하다. 삶아서 벗기는 방법은 50분 가까이 끓여야 하는 데다 식으면 다시 껍질이 딱딱하게 붙어버려 뜨거울 때 서둘러 까야 하는 부담이 있다. 두 방법 모두 겉껍질은 벗겨져도 얇은 속껍질이 알맹이에 딱 붙어 남는 경우가 많아 한 번 더 손이 가는 것도 공통된 불편이다.
얼면서 팽창한 수분이 겉껍질과 속껍질 사이를 벌려놓는다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얼면서 팽창한 수분이 겉껍질과 속껍질 사이를 벌려놓는다
밤을 얼렸다가 녹이면 겉껍질과 속껍질이 훨씬 쉽게 떨어져 나가는데, 이는 밤 속에 든 수분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나 조직 사이를 미세하게 벌려놓기 때문이다. 물은 얼음이 되면서 부피가 커지는데, 이 팽창이 알맹이와 겉껍질, 속껍질을 붙잡고 있던 섬유질 조직을 살짝 들뜨게 만든다. 냉동 전에는 단단히 밀착돼 있던 세 겹이 냉동을 거치면 헐거워지는 셈이라, 이후 뜨거운 물에 담그기만 해도 겉껍질이 쉽게 갈라지고 속껍질도 손으로 쓱 밀면 벗겨진다.
생밤을 통째로 얼렸다가 삶으면 손질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밤을 통째로 얼려서 보관하는 방법은 손질 부담을 뒤로 미루는 방식이다. 생밤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닦아낸 뒤 밀폐되는 냉동 보관용 지퍼백에 겹치지 않게 넣고 공기를 최대한 빼서 냉동실에 두면 된다. 한 번에 먹을 만큼씩 소분해두면 봉투를 여러 번 열고 닫을 일이 줄어 냉동실 안 다른 식재료의 온도 변화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얼린 생밤은 해동할 필요 없이 얼린 상태 그대로 끓는 물에 넣고 삶으면 알이 포슬포슬한 삶은 밤이 된다. 껍질을 미리 벗기지 않고 통째로 얼렸다가 삶아 먹는 방식이라 나중에 요리에 쓰고 싶을 때는 뜨거운 물에 5분 정도 담가 녹이면 겉껍질과 속껍질이 한결 수월하게 벗겨진다.
깐 밤을 오래 두려면 설탕을 더해 얼려야 마르지 않는다
이미 껍질을 벗긴 생밤을 얼릴 때는 그냥 넣지 말고 설탕을 더해야 한다. 깐 밤만 그대로 얼리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알맹이가 마르고 식감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긴 밤의 물기를 닦은 뒤 냉동 보관용 지퍼백에 담고 밤 무게의 20% 정도 되는 설탕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 다음 공기를 빼고 얼리면 마름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보관한 깐 밤은 두 달 정도까지 먹을 수 있다.
껍질을 벗기려고 얼린다면 반나절 냉동 뒤 뜨거운 물 5분이 핵심이다
밤 껍질을 손쉽게 벗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순서가 조금 다르다. 밤을 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갔다가 물기를 완전히 닦고 냉동 보관용 지퍼백에 서로 겹치지 않게 넣어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얼린다. 이때 밤이 속까지 완전히 얼어야 다음 단계에서 껍질이 잘 떨어지므로 어중간하게 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얼린 밤은 두 가지 방식으로 데워 벗길 수 있다. 그릇에 얼린 밤을 담고 잠길 만큼 뜨거운 물을 부어 5분 정도 둔 뒤 칼로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이 남은 상태로 다시 뜨거운 물에 담가 불린 다음 벗기는 방법이 첫 번째다. 냄비에 얼린 밤과 뜨거운 물을 넣고 약한 불로 10분 정도 끓인 뒤 건져 겉껍질을 칼로 벗기고 속껍질은 손으로 밀어내는 방법이 두 번째인데, 포도 껍질을 벗기듯 스르륵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밤이 식으면 순식간에 껍질이 다시 뻑뻑해져 벗기기 힘들어지므로, 뜨거운 물에서 건진 밤은 식기 전에 서둘러 작업해야 한다. 한꺼번에 여러 개를 꺼내놓고 천천히 까기보다 몇 개씩 꺼내 바로 벗기는 편이 수월하다.
칼을 쓰느냐 손으로 미느냐에 따라 밤 모양이 달라진다
속껍질을 벗길 때 칼을 쓸지 손으로 밀지는 용도에 따라 정하면 된다. 칼로 다듬으면 표면을 매끄럽게 깎아낼 수 있어 윗면이 반짝하게 예쁘게 마무리되지만, 속껍질과 함께 알맹이 겉면도 살짝 깎여 나가 크기가 조금 작아진다. 반대로 칼을 쓰지 않고 손으로만 밀어 벗기면 알맹이를 깎아내지 않아 크기는 그대로 유지되는 대신 표면에 자잘한 굴곡이 남아 매끈한 모양은 덜하다. 밤조림처럼 모양이 중요한 요리에는 칼로 다듬는 편이, 밤밥이나 으깨서 쓰는 요리에는 손으로 미는 편이 더 어울린다.
상온에 며칠 두지 말고 보관 방식을 상황에 맞게 고른다
밤은 실온에 며칠씩 방치하면 수분이 마르면서 맛이 떨어지고 벌레가 생기기도 쉬워 되도록 빨리 냉장고나 냉동실로 옮겨야 한다. 당장 며칠 안에 먹을 생밤이라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로 종이에 감싸 밀폐 봉투에 넣어 냉장 보관하고, 종이가 젖으면 며칠에 한 번씩 새 종이로 갈아주는 것이 좋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식중독 예방 수칙에 따르면 냉동 보관은 영하 18도 이하를 유지해야 세균 증식을 확실히 멈출 수 있으므로, 오래 두고 먹을 밤은 냉장이 아니라 냉동으로 넘기는 것이 안전하다.
보관 기간은 밤의 신선도나 온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얼린 날짜를 봉투에 적어두고 가능한 짧은 기간 안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곰팡이가 피었거나 발효 냄새가 나거나 색이 크게 변한 밤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겉껍질이 딱딱하고 속껍질이 알맹이에 밀착된 다른 식재료라면 비슷한 냉동 원리를 참고해볼 수 있지만, 겉모습만 괜찮아 보여도 냄새나 단면 색이 이상한 밤은 과감히 버리는 편이 탈이 나는 것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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