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이 꺼낸 ‘김옥숙 메모’…30년 만에 수면 위 오른 노태우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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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이 꺼낸 ‘김옥숙 메모’…30년 만에 수면 위 오른 노태우 비자금

투데이신문 2026-09-20 13:34: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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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 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 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SK그룹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꺼내든 ‘김옥숙 메모’가 30여 년 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검찰이 노 관장의 참고인 조사를 추진하는 등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면서 과거 규명되지 않았던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최근 노 관장 측에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관장을 상대로 이른바 ‘김옥숙 메모’의 작성 시기와 진위, 재산은닉·역외탈세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의 단초는 노 관장과 최 회장의 이혼소송에서 나왔다. 노 관장은 2024년 항소심에서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그룹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노 관장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가 모친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메모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 등을 포함해 모두 904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담겼다. 노 관장은 1991년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약속어음도 증거로 제시했다.

이혼소송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이 최 회장 측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가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다시 수사선상에 올린 셈이다.

메모 공개 이후 5·18기념재단 등은 2024년 10월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주중한국대사 등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재단 측은 김 여사의 차명 보험과 공익법인 출연금 등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1266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고발 이후 이어져 온 수사는 지난 8월 강제수사로 확대됐다. 검찰은 김 여사의 서울 연희동 자택과 노 대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 노태우센터, 과거 차명계좌 제공 의혹을 받는 전직 비서관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현재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대상 가운데 하나는 김 여사 측에서 노 대사와 관련된 공익법인으로 흘러간 것으로 지목된 152억원이다. 김 여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현 동아시아문화재단)에 147억원, 2022년 노태우센터에 5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동아시아문화재단 관계자와 과거 비자금 차명계좌 제공 의혹을 받는 전직 비서관 등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여사가 공익법인에 자금을 출연한 시점부터 자금 흐름을 역추적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주목받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가 이미 30여 년 전 사법적으로 한 차례 정리됐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은 1995년 검찰 수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1997년 대법원에서 2628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됐고 장기간 미납됐던 추징금은 2013년 모두 납부됐다. 그러나 당시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자금을 김 여사와 친인척 등이 별도로 관리했다는 이른바 ‘안방 비자금’ 의혹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실제 비자금 수사 이후에도 김 여사와 관련된 거액의 자금이 잇따라 확인됐다. 200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김 여사 명의의 은행 계좌 두 곳에서 총 11억9900만원을 발견했다. 2002년과 2004년 현금으로 입금된 뒤 별다른 거래 없이 보관돼 있던 돈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은 가족들이 모은 돈을 김 여사 명의로 맡긴 것이라고 소명했고 해당 자금은 미납 추징금 납부에 사용됐다.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는 김 여사가 2000~2001년 다른 사람 명의로 농협중앙회 보험상품에 210억원을 납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자금 출처에 대해 기업들이 보관하다 넘겨준 자금 122억원, 보좌진·친인척 명의 자금 43억원, 본인 계좌 자금 33억원, 현금 11억원 등이라고 소명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김 여사의 장외주식 거래와 관련된 진술서도 검찰에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과거 자금이 현재 검찰이 추적하는 재단 출연금과 직접 연결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5·18기념재단 등은 210억원 규모의 차명 보험과 152억원의 공익법인 출연금 등을 근거로 추가 비자금 은닉 의혹을 제기해왔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김 여사가 공익법인에 출연한 자금의 원천과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있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메모에는 총 904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담겼고 이후에도 김 여사를 둘러싸고 210억원 규모의 차명 보험 등 거액의 자금이 확인된 바 있다.

이혼소송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의 재산 형성 기여를 주장하기 위해 노 관장이 꺼내든 메모가 30여 년 전 비자금 문제를 다시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가운데, 검찰의 노 관장 참고인 조사가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자금 흐름을 규명할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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