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조수빈 기자] 박상신 DL이앤씨(375500)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 2년을 넘긴 가운데 수익성 지표 회복과 수주 포트폴리오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수장에 오르기 전 2%대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9%로 올라섰고, 서울 정비사업에서는 목동6단지 시공권을 확보한 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2지구 수주전에 뛰어들며 핵심 사업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과 발전사업에서도 설계·EPC 수주가 이어지면서 박 부회장이 강조해온 ‘수익성을 지키면서 성장 시장을 선점한다’는 사업 선택 기준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분할 출범 첫해인 2021년 12.5%를 기록한 이후 2022년 6.6%, 2023년 4.1%, 2024년 3.3%로 매년 하락했다. 하지만 박상신 대표의 첫 온기 실적인 2025년 5.2%로 반등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9.0%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박 부회장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시한 경영 방향도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선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수익성을 지키면서 미래 고성장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시장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핵심권역 정비사업과 SMR, 발전사업, 데이터센터 등 유망 분야를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축적된 기술력과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함께 갖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 원가율 9.1%p 낮춘 박상신호, 첫 수주로 목동 재건축 시장 선점…성수2로 보폭 확대
수익성 지표 개선은 주택사업에서 두드러졌다. 상반기 연결 기준 주택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 감소한 1조950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855억원으로 11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도 78.8%로 9.1%포인트 낮아졌다. 외형은 소폭 줄었지만 원가율을 크게 끌어내리면서 주택사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두 배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주택 부문 이익 증가에 진행 중인 공사의 예상 채산성 개선이 반영된 점이 고무적이다. 올해 상반기 총계약수익과 총계약원가 추정 변경이 주택 부문 당기손익에 미친 영향은 1005억원이다. 공사 과정에서 공정 효율화, 자재비 안정, 실행예산 절감 등으로 예상 총원가가 낮아지면서 개별 사업의 이익 여력이 커졌고, 그 효과가 당기 이익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을 회복하는 동안 향후 매출로 이어질 일감도 늘었다. 상반기 말 연결 건설계약 수주잔고는 29조820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8% 증가한 가운데, 주택사업에서는 2월 1조7584억원 규모 한남5구역 본계약에 이어 5월 증산4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 새롭게 수주잔고에 반영됐다.
특히 서울 핵심 정비사업에서는 사업 규모와 입지를 가려 접근하는 흐름이 한층 뚜렷하다. DL이앤씨는 지난 6월 27일 목동6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총 1196표 가운데 1032표를 얻어 1조2868억원 규모 시공권을 확보했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처음으로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으로, DL이앤씨는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적용한 ‘아크로 목동리젠시’를 제안했다.
다음 공략지는 예정 공사비가 약 2조137억원에 달하는 성수2지구다. DL이앤씨는 1차 입찰에 단독 응찰한 데 이어 이달 9일 열린 재입찰 현장설명회에도 유일하게 참석했다. 성수2지구의 2차 입찰제안서 마감일은 오는 10월 26일로, 경쟁 구도는 사실상 DL이앤씨 중심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실제 조합은 재입찰이 다시 유찰되면 DL이앤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연내 시공사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 지분 투자 넘어 SMR 설계로…발전은 5500억 대형 수주
박 부회장이 성장 시장으로 지목한 사업은 서울 정비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최근 건설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이고 있는 SMR 사업에서 박 부회장 취임 전후 DL이앤씨의 사업 참여 방식 변화가 뚜렷하다. 취임 전 지분 투자와 전략적 협력으로 사업 기반을 넓혔다면, 박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기본공사와 표준화 설계 계약을 잇달아 확보하며 설계 수행으로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 2000만달러(약 3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던 엑스에너지(X-energy)와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DL이앤씨는 2025년 엑스에너지와 SMR 기본공사(CI)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1000만달러 규모의 4세대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따냈다. 국내 건설사가 SMR 개발사로부터 설계비를 받고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최초 사례로, 내년 상반기까지 완성한 설계는 엑스에너지가 추진하는 초도호기를 비롯한 후속 프로젝트에 활용될 예정이다.
즉, 지분 투자로 시작한 협력이 기본공사와 설계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EPC(설계·조달·시공) 참여를 위한 실적 확보로 연결된 것이다. 투자 성과도 뒤따랐다. 엑스에너지가 올해 4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DL이앤씨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약 1720억원으로 불어났다. 2023년 투자금과 비교하면 6배 수준이다.
발전사업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EPC 역량을 대형 수주로 연결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6월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한 5500억원 규모 동제주 복합발전소 건설공사를 단독 수주했다. 제주 구좌읍에 150MW급 가스복합발전소를 짓는 사업으로 설계·조달·시공부터 시운전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특히 국내 건설사 가운데 드물게 보유한 자체 기본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가스터빈과 스팀터빈, 배열회수보일러(HRSG)의 성능을 조합해 발전 효율을 높이는 설계까지 직접 맡았다.
또 이번 사업에서는 공정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식도 적용한다. 설계·구매부터 시공·시운전까지 작업 단위를 세분화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관리하는 AWP(Advanced Work Packaging·선진 프로젝트 관리 공법)를 도입해 필요한 자원을 사전에 준비하고 공정 간 간섭을 줄일 계획이다. 기존 EPC 수행 경험에 자체 기본설계와 공정관리 역량까지 더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구조다.
결국 동제주 프로젝트는 박상신 체제에서 기존 발전사업의 설계·시공 경험을 에너지 전환 수요에 맞는 신규 프로젝트로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DL이앤씨는 앞서 에쓰오일 열병합발전소 신규 건설과 부천 열병합발전소, 분당 복합화력발전소 현대화 사업 등을 수행하며 발전 플랜트 역량을 축적해왔다.
실제 신규 수주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DL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플랜트 신규 수주는 713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4063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 가운데 동제주 복합발전소 한 건이 상반기 플랜트 신규 수주의 약 77%를 차지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건설업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발전 에너지 분야와 핵심지역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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