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유전적 다양성, 두 갈래 ‘분자 지도’로 정리…자폐 연구 패러다임 전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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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유전적 다양성, 두 갈래 ‘분자 지도’로 정리…자폐 연구 패러다임 전환 기대

메디컬월드뉴스 2026-09-20 13:06:02 신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생쥐 모델을 분석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두 가지 상반된 전사체 상태로 수렴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배경훈)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 공동 연구팀은 시냅스 기능, 유전자 발현 조절, 세포 내 신호 전달 등 서로 다른 생물학적 기능에 관여하는 자폐 위험 유전자 17종을 선정해, 각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생쥐 모델을 수년에 걸쳐 구축했다. 


이후 총 1,008개의 뇌 전전두엽 RNA 시퀀싱(RNA-seq: 세포나 조직에서 발현되는 RNA를 대규모로 분석해 유전자의 활성 정도를 파악하는 기술) 데이터를 분석해 뇌 전체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종합적으로 비교했다.


◆시냅스 유전자 증감에 따라 ‘두 그룹’으로 수렴

분석 결과 서로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가진 생쥐들은 변이 유전자의 종류에 관계없이 두 가지 공통된 전사체 상태로 수렴했다.


▲그룹1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시냅스 유전자 발현은 감소한 반면, 유전자 발현 조절 유전자와 RNA 가공 유전자의 발현은 증가했다.


▲그룹2

그룹1과 반대로 시냅스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고, 유전자 발현 조절 및 RNA 가공 관련 유전자 발현이 감소했다.

발병 원인이 되는 유전자는 다르더라도 분자 수준에서는 유전자 발현이 두 가지 일정한 패턴으로 나타난 것이다.

RNA 가공(RNA processing)은 유전정보가 담긴 초기 RNA가 절단·접합 등의 과정을 거쳐 기능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약물 반응성도 확연한 차이

두 그룹은 약물 반응성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항우울제인 ‘플루옥세틴’과 기분안정제인 ‘리튬’을 각각 투여한 결과, 그룹1은 여러 유전자의 분자적 이상이 일관되게 회복됐다. 반면 그룹2는 유전자마다 반응이 달라 같은 약물에도 일정한 회복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환자의 유전자 분자 상태에 따라 같은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뜻하며, 향후 환자 맞춤형 정밀 치료 연구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00만 개 세포핵 분석·환자 뇌 데이터로 검증

연구진은 단일핵 RNA 시퀀싱(약 100만 개 세포핵을 개별 분석)과 유전자 상호 연관성 분석 등 다양한 정밀 분석법으로 결과를 추가 검증했다. 

동일한 분자 패턴이 일관되게 확인됐고, 추가 자폐 생쥐 모델과 실제 자폐 환자의 뇌 전사체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분자 패턴이 관찰됐다. 

이로써 두 가지 전사체 상태가 특정 유전자나 동물 모델에 국한되지 않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보편적 분자 특성임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고정된 분류 아닌 ‘동적인 분자 상태’…임상 분류 체계는 아직”

연구팀은 그룹1·2를 특정 유전자에 의해 고정되는 범주가 아니라 성별, 뇌 영역, 발달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동적인 분자 상태’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유전자 변이는 암수에 따라 다른 그룹에 속했고, 전전두엽에서 확인된 두 그룹의 구분은 해마에서는 뚜렷하게 재현되지 않았다.

인간 자폐 전전두엽(BA9) 전사체 데이터에서도 두 개의 전사체 하위 그룹이 관찰됐고, 마우스와 인간에서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14개의 핵심 시냅스 유전자가 확인됐다. 

다만 인간과 마우스의 분자 패턴이 완전히 같지는 않아,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환자 분류법의 완성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약물 반응에서 쓴 ‘rescue’도 유전자 발현이 돌연변이에서 나타난 변화와 반대 방향, 즉 정상 대조군에 가까운 방향으로 이동한 분자적 변화를 뜻한다. 

연구팀은 이를 행동 개선이나 임상적 치료 효과와 같은 것으로 해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폐 연구의 지평 넓히는 계기”

김은준 IBS 연구단장은 “자폐는 원인 유전자가 매우 다양해 개별 유전자 연구만으로는 공통의 발병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다양한 유전적 원인을 공통된 분자적 특징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연구 틀이 제시된 만큼 자폐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배미현 IBS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자폐 치료 후보 물질에 대한 비교·평가 연구가 보다 체계화될 것”이라며, “향후 인간 유래 세포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해 자폐 기전과 새로운 치료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실장은 “대규모 생명 연구 자원 축적과 첨단 데이터 분석 역량을 연계해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하며,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해 생명 현상에 대한 근본 원리 규명과 첨단 바이오 연구를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9월 1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Transcriptome-based grouping and drug-response assessment in mice with ASD-risk mutations(ASD 위험 유전자 변이 생쥐의 전사체 기반 분류 및 약물 반응 평가)’라는 내용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자폐 위험 유전자 모델에서의 재현 여부를 확인하고, 분자 상태를 행동·단백질 발현·신경회로 기능과 연결하는 연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원인 유전자 1,200개 넘는 자폐…공통 분자 특징 규명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대규모 실험 데이터 통합·분석은 KISTI가 지원하는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의 컴퓨팅 자원을 통해 이뤄졌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어려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등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신경 발달 질환이다. 

그동안 다양한 유전적 원인이 보고됐지만 연구는 특정 유전자나 소수 동물 모델의 개별 분석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연구를 비교·통합할 체계가 없었고, 자폐가 어떤 공통적인 생물학적 원리로 질환에 이르는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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