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밥’의 변신…MZ·외국인에 미식 여행지 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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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밥’의 변신…MZ·외국인에 미식 여행지 된 ‘이곳’

이데일리 2026-09-20 12:50: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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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글·사진 이데일리 김은아 기자] 지난 15일 대구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 점심상을 받아든 사람들 사이에서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대추와 은행을 섞어 지은 밥, 우엉조림을 올린 두부, 대추와 밤을 졸여 넣은 감자말이, 연근·완두콩전, 단호박·은행전, 버섯들깨된장국…. 제철 채소로 만든 10여 가지 메뉴가 검은색 발우 안에서 가을 단풍처럼 화려한 비주얼을 뽐내고 있었다. 사찰 음식은 수수할 것이라는 편견을 단숨에 깨뜨리는 상차림이었다.
동화사의 사찰음식 한상
동화사의 사찰음식 한상


이날 메뉴를 준비한 김정희 동화사 사찰음식팀장은 “나물만 수북하게 담긴 밥상이 사찰음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양한 스타일의 사찰음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상 안에 최대한 여러 메뉴를 넣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근 사찰음식이 미식관광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공양간의 셰프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등을 통해 사찰음식이 소개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불자와 고령층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찰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절을 찾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사찰이 대구 팔공산 자락의 동화사다. 동화사는 2015년부터 사찰음식을 배우고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사찰음식으로 이름난 사찰은 전국에 여럿 있지만, 동화사는 스님이 아니라 일반인 전문가가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계절 채소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요리해 차린 동화사의 사찰음식 한상
계절 채소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요리해 차린 동화사의 사찰음식 한상


사찰 음식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식과 구분된다. 오신채는 파·마늘·양파·달래·부추로, 불교에서는 자극적인 성질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 요리에 사용을 금한다. 그 빈자리는 식재료 본연의 맛과 다양한 조리법으로 채운다. 이날 한 상에 차려진 음식만 하더라도 튀김, 조림, 찜, 무침, 지짐까지 다양한 조리법을 거쳤다.

김정희 팀장은 동화사에서 내는 음식을 ‘심심(心心)한 사찰음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찰음식을 향한 ‘심심하다’는 평가를 ‘마음을 담은 음식’으로 새롭게 풀이한 것이다. 김 팀장은 “음식을 만든 사람과 식재료를 길러낸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담는 것이 사찰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희 동화사 사찰음식팀장
김정희 동화사 사찰음식팀장


동화사의 사찰음식체험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사찰음식을 맛보며 ‘K불교’를 더욱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어서다. 사찰음식체험관에서는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손님들의 식성을 고려해 전통적인 조리법에 변주를 주기도 한다. 된장으로만 무쳤던 풋고추무침의 양념에 계절과일을 더해 샐러드처럼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찰 음식은 채식, 할랄식 등 식사에 제약이 있는 외국인도 즐길 수 있어 다양한 문화권에서 찾아온다.

최근에는 국내 젊은 여행자들의 체험 문의도 부쩍 늘었다. 저속 노화, 마음 챙김 등의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며 심신의 건강을 챙기는 MZ세대 취향과도 맞아떨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동화사의 통일약사여래대불
동화사의 통일약사여래대불


여행업계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여행상품 기획에 나섰다. 국내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해밀여행사’도 그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10월부터 동화사 사찰음식 체험과 간송미술관, 서문시장 방문을 코스로 묶은 대구 당일치기 여행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사찰음식 체험에 대한 높은 수요는 이미 확인했다. 사찰음식 명장 대안 스님의 사찰음식 체험을 중심으로 구성한 남원 당일치기 여행 상품이 판매 5일 만에 예약 1000건을 달성한 것이다. 오영진 해밀여행사 대표는 “사찰음식으로 이름난 절이 있지만, 일반인이 직접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절에서 제대로 된 사찰음식을 맛보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콘텐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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