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를 가로막던 실거주 규제를 풀었다.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내년 말까지 1년 미루고,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도 유예 사유로 인정한다. 세입자를 강제로 내보내야 하는 부담을 덜어 꽁꽁 묶인 거래를 살린다.
그러나 시장은 냉랭하다. 유예 기간이 끝나면 매수자가 반드시 들어가 살아야 하고, 매도자 역시 먼 훗날 입주할 극소수 실수요자만 찾아야 한다. 거래 절벽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강북 중저가 전셋값 급등…임대차시장 불안 지속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9월 14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강북권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노원구(0.45%), 중랑구(0.40%), 동대문구(0.34%) 등 역세권 대단지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실거주 의무와 보유세 중과가 겹치며 시장 내 전세 매물은 빠르게 마르고 있다. 강북권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전세 매물이 1년 만에 절반으로 꺾였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로 1년 늦춘다고 발표했다. 세입자의 최초 계약뿐 아니라 갱신계약까지 유예 대상에 넣었다. 주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불거진 실거주 의무와 임대차계약 사이의 충돌을 없애는 조치다.
◇퇴거 마찰 줄여 거래 유도…임차인 거주 안정도 확보
이번 조치로 매수자는 세입자가 사는 집을 사도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다. 매도자 역시 집을 팔려고 세입자를 억지로 내보내는 마찰을 피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기적으로는 전세 매물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방어하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매수자가 임차인을 내보내야 한다는 부담이 줄면서 임대 중인 주택도 매매시장에 나올 수 있고, 매매와 임대차계약이 충돌하는 사례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를 푸는 정책이라기보다 실거주 원칙을 유지하면서 임차인이 있는 주택의 거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이라며 “매매시장에서는 거래 가능한 매물과 수요층을 확대하고 임대차시장에서는 기존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들어가 살아야…전세 품귀 못 푸는 ‘미봉책’
입주 시점만 늦추는 방식으로는 구조적인 전세 품귀를 해결하기 어렵다. 유예가 끝나면 매수자가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므로, 해당 주택은 결국 전세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자금 마련과 일정 조율도 걸림돌이다. 매수자는 임대차 만료일에 맞춰 거액의 잔금을 치러야 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제때 팔거나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아야 한다. 거래 가능 시점만 늘었을 뿐, 돈을 융통하고 이사 일정을 맞추는 현실적 제약은 여전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실거주 유예 연장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한다는 기존 정책 기조 안에서 일부 제도를 보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실수요자가 1년 이상 뒤의 입주와 잔금 지급 시점을 미리 정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큰 만큼 유예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당장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임차인이 현재 계약기간까지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매도 이후 매수자의 실거주가 이뤄지면 결국 임대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은 줄어들 수 있어 임차시장 안정 효과도 제한적”이라며 “규제 중심의 정책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이후 수정과 보완이 반복된다는 점에서는 당초 정책 설계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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