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후 행정처분 관련 소송 242건
홍콩 ELS 현장검사 착수 2년 반 지나…은행들 민사소송 승소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금융위원회가 결정한 행정처분을 둘러싼 소송금액이 최근 5년간 200억원에 달하는데 금융위가 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당국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권 제재 최종 확정이 늦어지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 최근 5년 당국-업권 소송 242건'…패소 약 80건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과징금을 포함한 금융위 행정처분 관련 소송 건수는 242건, 소송금액은 193억8천17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최종 판결이 난 소송 결과를 분석해보면 승소가 96건, 패소가 79건이다. 이 밖에 일부승소(17건), 소취하(11건), 소취하 간주(5건), 소장각하명령(1건), 신청취하(1건) 결과도 있었다.
금액 기준으로 금융위가 승소한 소송금액이 100억9천650만원, 패소한 금액은 68억8천340만원이다. 패소금액이 전체 소송금액의 약 35.5%로 적지 않았다.
올해도 소송이 종결된 13건 가운데 승소가 7건, 패소가 6건이다. 금액상으로는 패소 금액이 12억5천만원으로 승소 금액(5억3천110만원)의 두 배 이상이었다.
금융당국의 과징금 등 행정처분은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핵심 수단인데 제재 결과가 법원소송을 거치며 뒤집히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당국의 감독 신뢰도가 약화하고, 업권에서도 당국 처분에 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당국 내부에선 법률 지원 측면에서 금융회사보다 열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당국 관계자는 "상위 대형 로펌은 금융사들이 모두 꿰차고 있어서 쌍방대리 금지 원칙에 따라 당국은 해당 상위권 로펌들의 자문은 받을 수 없고 중위권을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훈 의원은 "거액의 과징금이 소송에서 패소하면 처분 취소에 따른 행정력 낭비뿐 아니라 소송 비용과 후속 행정절차 등 추가적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금융위는 패소 원인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심의 절차를 강화해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부실 제재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홍콩 ELS 과징금 수위 고심 길어져…이달도 넘긴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홍콩H지수 ELS 제재안은 이달 한 차례 남은 오는 23일 금융위 정례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1월 당국이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본격 착수한 지 2년 반이 넘도록 제재가 확정되지 않고 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리돼야 할 쟁점들이 남아 있어 금융위 위원들이 회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5월 금감원이 애초 보내온 1조4천억원 과징금이 담긴 제재안을 금감원에 반려했고, 이후 금감원이 과징금을 기존의 절반 이하인 6천억원 수준으로 감경해 금융위로 되돌려보냈다.
현재 금융위 위원들은 격주로 간담회 형식의 회의를 열어 은행권에 부과할 과징금 최종 수위를 논의 중이다. 6천억원 원안을 유지할지, 과징금 액수를 추가로 낮출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금융위원들은 그간 나온 관련 판례들도 정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이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민사상 배상 책임과 행정제재는 별개이지만 당국이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하는 데 법원 판단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걸로 보인다.
은행권은 이미 대규모 자율배상을 진행했는데도 당국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 제재라고 반발해왔다. 은행권은 과징금 6천억원이 확정될 경우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제재가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 첫 거액 과징금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향후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당국이 염두에 두고 있다.
감경 폭이 커질 경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 역시 당국에는 부담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떡볶이 가맹사업체 신전푸드시스가 가맹 점포들에 젓가락 등 품목을 강매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9억6천700만원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을 두고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치로 부과한 것이겠지요?"라며 제재 수위의 적정성을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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