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배달 앱을 열 때마다 우리는 늘 같은 다짐을 한다. "오늘은 딱 먹을 만큼만 시켜서 남기지 말고 깔끔하게 비우자."
남은 배달음식을 넣는 모습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이미지.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포장을 뜯고 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금세 커다란 배달 용기 몇 개가 식탁 위에 남겨진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다며 포장 용기 뚜껑을 덮은 채 냉장고에 넣는다. 하지만 이 무심한 행동이 소중한 한 끼 음식을 세균의 온상으로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다음 날 설레는 마음으로 냉장고를 열었을 때 맞닥뜨리는 눅눅한 튀김이나 퉁퉁 불어터진 면발, 불쾌한 냄새는 음식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냉장고에 넣기 전 거쳤어야 할 일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약간의 수고로움만 더하면 남은 배달 음식도 방금 막 배달된 것처럼 신선하고 바삭하게 재탄생시킬 수 있다. 남은 배달 음식 냉장 보관 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방법들을 짚어보자.
배달음식 보관 전 이렇게 해볼까?
배달음식을 보관하는 모습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이미지.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회용 배달 용기보다, 유리·투명 밀폐 용기로 옮기기
배달에 쓰이는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용기는 뚜껑을 닫아도 틈새로 공기가 새어 들어간다. 여기에 냉장고 안의 음식 냄새가 스며들기 쉽고 세균이 침투하기도 좋다. 피자나 치킨 상자 같은 종이 포장재는 냉장고 속 습기를 흡수해 눅눅해지면서 곰팡이나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배달 용기 표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홈이 많아 기름때와 미생물이 잘 들러붙는다. 남은 음식은 귀찮더라도 유리나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밀폐 용기로 옮겨 담아야 한다. 다만 국물 음식을 뜨거운 상태로 플라스틱 용기에 오래 담아두면 용기가 변형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식힌 후 옮겨야 한다.
넓은 그릇에 펼쳐 2시간 이내로 쾌속 냉각하기
조리 직후의 뜨거운 음식을 그대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뜨거운 용기에서 방출되는 열기가 냉장고 내부 온도를 순간적으로 상승시켜 주변에 보관된 신선 식품, 우유, 반찬 등의 변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용기 내부 뚜껑에 물방울(응축수)이 다량 맺히게 되는데, 이 수분이 음식 표면으로 다시 떨어지면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기 딱 좋은 고습도 환경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음식을 식힌다고 방 안이나 식탁 위에 수시간 동안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식중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섭씨 10도에서 60도 사이의 온도 구간은 식중독균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난다. 특히 찜닭, 감자탕, 족발처럼 양이 많고 고기가 두꺼운 찜·탕류 요리는 용기 중심부의 열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아,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잘 자라는 세균을 생성하며 증식하기 쉽다.
음식을 식힐 때는 넓고 얕은 그릇에 얇게 펼쳐 담아 공기와 닿는 면적을 넓혀주는 것이 핵심이다. 더 빠르게 식히려면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담은 대야에 음식 용기를 얹어 놓아 열을 식히는 방법을 활용한다. 중심부 온도가 미지근한 상태 이하로 떨어지면 2시간 이내(여름철은 1시간 이내)에 즉시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식히는 과정 동안에는 외부 공기 중의 먼지나 초파리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키친타월이나 뚜껑을 살짝 얹어놓는 조치가 필요하다.
음식을 보관하는 모습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이미지.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분과 기름기 따로 분리하기
치킨, 탕수육, 모둠 튀김 같은 튀김류 요리와 짜장면, 짬뽕, 떡볶이 같은 면·떡 요리는 수분과 유분의 관리가 보관의 성패를 좌우한다. 소스나 국물에 젖어 있는 상태로 음식을 보관하면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튀김 옷이 습기를 흡수하여 눅눅해지고, 면발이나 떡은 국물을 빨아들여 퉁퉁 불어버리며 조직감이 깨진다. 수분 함량이 높아진 식품 표면은 미생물이 이용하기 쉬운 환경이 되어 부패 속도가 수배로 빨라진다.
튀김류를 보관할 때는 밀폐 용기 바닥에 깨끗한 키친타월을 2겹 이상 깔아준 뒤 튀김을 서로 겹치지 않게 펼쳐 놓아야 한다. 키친타월이 음식에서 흘러나오는 잔여 기름과 습기를 지속적으로 흡수하여 다음 날 에어프라이어나 프라이팬에 데웠을 때 처음의 바삭한 식감을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
면 요리나 찌개류의 경우, 건더기와 국물을 반드시 따로 분리하여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물 속 건더기를 체망으로 걸러내어 건더기 전용 용기와 국물 전용 용기에 나누어 넣어야 건더기가 붋거나 터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양념치킨이나 탕수육처럼 소스가 이미 묻어 있는 음식은 가볍게 소스를 훑어내거나 키친타월로 과도한 양념을 닦아낸 뒤 보관해야 튀김 옷이 떡처럼 뭉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위생랩으로 밀착 밀봉 후 냉장고 안쪽 깊숙이 넣기
식품의 신선도 저하와 부패는 산소와 만나는 순간부터 가속화된다. 음식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면 지방 성분의 산패가 진행되어 불쾌한 냄새가 나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음식의 겉면이 딱딱하게 마른다. 또한 냉장고 문(도어) 쪽 선반은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외부의 더운 공기가 들어와 온도 변화 폭이 섭씨 5도 이상 벌어지기 때문에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어렵다.
밀폐 용기에 음식을 담을 때는 뚜껑만 닫는 것에 그치지 않고 2중 밀봉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용기 안에 음식을 넣은 뒤, 음식 표면에 위생랩을 밀착시켜 내부 공기를 밖으로 완전히 뺀 상태에서 뚜껑을 덮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음식과 용기 내부의 잔여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여 수분 증발과 균 증식을 강력하게 차단할 수 있다.
보관 위치도 매우 중요하다. 배달 음식은 온도 변화가 심한 문 쪽 선반이나 냉장고 신선실 입구가 아닌, 상시 온도가 섭씨 5도 이하(권장 2~4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냉장고 안쪽 깊은 곳이나 최하단 칸에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 전체 공간의 70% 이하만 채워 냉기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유지하는 것도 음식의 보관 기간을 늘리는 숨은 노하우다.
먹기 전에 미리 덜어두기
배달 음식이 도착하자마자 '지금 당장 먹을 양'과 '나중에 남겨서 먹을 양'을 정확히 구분하는 습관이 필수적이다. 음식을 섭취하기 전, 아무것도 닿지 않은 깨끗한 국자나 새 젓가락을 사용하여 남길 음식을 전용 밀폐 용기에 먼저 소분해 두어야 한다. 이 단순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음식의 보관 가능 기간을 최소 2일에서 3일 이상 늘릴 수 있다. 이미 입을 대고 먹다 남은 음식이라면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식중독균 증식 위험이 높으므로 다음 날 안으로 반드시 재가열하여 소비해야 한다.
보관 및 재가열 시 주의 사항
[만화]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네 컷 만화 / 위키트리
피자의 경우 한 조각씩 위생랩으로 낱개 포장한 후 지퍼백에 넣어 냉동 보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먹을 때는 분무기로 물을 살짝 뿌린 후 전자레인지에 1분간 데우면 도우의 수분이 유지된다. 족발과 보쌈 같은 육류는 수분 증발이 빠르므로 마늘, 파 등의 향신 채소와 함께 밀폐 용기에 넣고 섭씨 4도 이하에서 보관하되 2일 이내에 소비해야 한다.
해산물이 포함된 회, 초밥, 아구찜 등은 부패 속도가 매우 빠르고 식중독균인 비브리오균이나 노로바이러스 위험이 있으므로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24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냉장 보관했던 음식을 다시 먹을 때는 반드시 중심부 온도가 섭씨 75도 이상인 상태로 1분 이상 충분히 재가열해야 한다. 특히 국물 요리는 한 번 팔팔 끓여서 혹시 모를 세균과 독소를 완전히 파괴한 후 섭취해야 배탈이나 식중독 사고를 완벽히 예방할 수 있다. 한번 재가열했던 배달 음식을 다시 남겨서 재보관하는 행동은 세균 폭발의 원인이 되므로 절대로 금해야 한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