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서투른 만큼 승차감과 안전 사양에 더 민감한 동아일보 자동차팀 최원영 기자가 출입 브랜드들 차를 가감 없이 리뷰합니다. 핸들링이 늘어가는 모습도 지켜봐 주세요.
카리나는 아니지만 동아일보 ‘Car리나’입니다. 죄송합니다. 이 차 보여드리고 싶어서 코너명으로 ‘어그로(관심과 분란을 조장한다는 뜻의 신조어)’ 좀 끌어봤습니다.
최원영 기자의 ‘드라이버 프로필’
• 2종 보통 운전면허 취득 만 1년 차
• 평행주차 가능 만 2개월 차
• 스피드웨이 등 국내외 서킷 경험 3회
• 해외 도로 운전 경험 1회(독일)
렉서스 RX 500h의 외관. 렉서스코리아 제공
RX를 모는 최원영 동아일보 자동차팀 기자가 차선 변경 기회를 노리며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모습
Car리나가 세 번째로 파헤칠 시승차는
렉서스의 준대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X입니다. 초보운전자분들에게 친숙하지는 않을 렉서스는 현대차의 제네시스처럼 일본 도요타 산하 고급 브랜드인데요.
RX의 운전석 앞쪽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왠지 “일본차가 진짜 명차”라는 신조가 확고한 50대 사업가가 택할 브랜드 같달까요. 한국 시장에서 일본차가 1위를 점하던 전성기가 2000년대 중후반~2010년 초반대인 걸 반영한 나름의 가정입니다. 판매가 8000만 원 이상의 법인차에 붙는 연두색 번호판이 이 상상을 더욱 완성해줍니다.
● 아빠가 좋아할 듯한 ‘럭셔리 차쟁이’ 감성
‘히트 블루 콘트라스트 레이어링’ 외장 색상이 적용된 RX 500h의 전면부 측면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시승차로 제공된 건 RX의 최상위 모델인 500h F 스포츠 퍼포먼스입니다. 색상은 ‘히트 블루 콘트라스트 레이어링’. 왠지 ‘차쟁이’ 아빠들이 반할 만한 강렬한 색상입니다.
RX 500h에 외장 색상 ‘히트 블루 콘트라스트 레이어링’이 적용된 연출 이미지. 렉서스코리아 제공
이처럼 렉서스 홈페이지 속 연출 이미지는 약간의 보랏빛이 감돌지만 실물은 그렇지 않고요. 소위 ‘용달 블루’에 우유를 조금 타서 밝기를 높이고, 진주 한 움큼을 갈아 얇게 코팅한 듯한 군청색입니다. 반짝이는 입자가 있는 건 아닌데도 은은한 광이 돌아 실물이 더 근사한 편입니다.
기자가 주차 상태에서 RX의 기어를 조작하는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RX의 1열 한가운데 있는 수납함이 열리는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기어 작동 방식은 요즘 유행하는 다이얼이나 버튼식이 아니라, 약간의 지그재그 조작이 필요한 정통 레버 스타일입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대 최첨단 시스템 속에서도 ‘순정 감성’을 지키겠다는 렉서스의 의도로 느껴졌습니다.
● ‘한미일’ 차 중 중도 성향 주행감
서울 도심에서 RX를 모는 최원영 동아일보 자동차팀 기자가 계기판을 확인한 뒤 전방을 주시하며 주행하는 모습
승차감은 국산차와 미국차 사이입니다. 가볍게 굴러가는 요즘 스타일 국산 전기차, 뻑뻑하고 거칠게 굴러가는 미국차의 딱 중간 수준. RX 500h는 노면의 울퉁불퉁함은 거의 전달하지 않아 운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스포츠 트림답게 경쾌하게 나아갔습니다. 핸들의 억센 정도도 한미 완성차 사이 ‘중도’를 지킵니다.
RX 500h의 후면부. 렉서스코리아 제공
제동에선 특히나 ‘디크레센도’(점점 여리게)가 잘 발휘됩니다. 유독 알아서 스르르 감속하면서 멈춰서는 편이라, 운전자가 발끝으로 브레이크 페달 밟는 세기를 그닥 세밀하게 조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초보운전자도 RX와 함께라면 상사를 태운 출장길 베테랑 영업사원만큼의 감속 능력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급제동 시 안정성은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몸이 아주 쏠리는 편은 아니지만, 시트 위 자잘한 짐은 쏟아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 “맞다, 준대형이었지”
RX 500h F 스포츠 퍼포먼스 1열에 이를 상징하는 마크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모습. 시트는 미세한 매쉬 무늬로 이뤄져 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RX 500h의 1, 2열 시트 모습. 렉서스코리아 제공
아쉽게도 RX는 준대형인 게 무색하게도 실내가 넓게 빠진 편은 아닙니다. 체감상 현대차 투싼 등 국산 준중형 SUV들과 비슷한 공간 크기였습니다. 스포츠 트림 특성상, 시트가 레이싱 카처럼 모서리 각이 두드러지다 보니 여유 공간이 덜해 보이는 면도 있죠.
최원영 동아일보 자동차팀 기자가 서울 도심의 한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는 모습
RX 500h의 차량 폭과 높이 등이 나온 전면부 연출 이미지. 렉서스코리아 제공
이같이 다소 콤팩트한 실내 공간에 방심한 나머지 제겐 위기가 한 번 찾아왔습니다. 이 차가 준대형이란 걸 망각하고 ‘통곡의 계곡’ 같은 좁은 출입구의 6면짜리 주차장에 들어가는 우를 범하면서요.
“음… 큰일 났구만.” 초연함과 자책감, 공포 따위가 차량용 디퓨저 향마냥 RX 내부를 감쌌습니다. 출입구 바로 앞쪽까지 만차였던 곳에서 차를 꾸역꾸역 빼는 8분은 식은땀만 가득한 고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주차를 막 마친 상태의 RX의 파노라믹 뷰 모니터 화면. 최원영 기자 o0@donga.com
RX의 순정 내비게이션이 띄워진 일체형 디스플레이 화면과 빨간 간접 조명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때 의지할 수 있던 건 오직 파노라믹 뷰 모니터 기능. 주차장 천장에서 차량을 보여주는 듯한 구도의 화면에 의존해 좁쌀만큼씩 전진, 정지, 후진을 반복했습니다.
이 친절한 화면 덕에 저는 렉서스의 보험 자기부담금 상한이 얼마인지를 계속 모르게 됐습니다. 다만 주차, 출차 시 과정에서 사이드미러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되지는 않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 트럭·버스 지나가도 모르는 ‘슈퍼 안정형’
RX 500h의 우측 옆 모습. 렉서스코리아 제공
최원영 동아일보 자동차팀 기자가 RX로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는 모습
이처럼 좁은 주차장에선 부담스럽던 육중한 RX 몸집의 진가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드러났습니다. 대형 트럭, 버스가 옆으로 쌩 지나갈 때 전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옆을 일부러 보지 않고선 스쳐가는 차종을 모를 정도. 비슷한 크기의 현대차, 기아 등 국산 SUV는 물론 모기업인 도요타 SUV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차체 안정성입니다. RX로는 주변 트럭과 버스들 사이에 갇힌 ‘버뮤다 삼각지대’ 구도에서도 ‘안정형’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최원영 동아일보 자동차팀 기자가 RX로 차선 변경을 하는 모습
차선 변경은 거친 운전자만 살아남는 평일 서울 종로 일대 도심에서도 의아할 만큼 수월했습니다. 처음엔 ‘노 썬팅’ 시승차 안의 제 불안한 눈빛이 동정표를 샀나 싶었는데요.
RX 500h의 판매가가 1억 원이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저는 편견 없는 평가를 위해 차량의 정확한 판매가는 시승 이후 확인하는 편입니다.
RX 500h의 좌측 옆 모습. 렉서스코리아 제공
고가와 준대형의 ‘순수 체급’, 다소 튀는 파란색 외관 색상까지 삼위일체를 이루며 도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듯합니다. 다만 몸집이 크다 보니 연비는 하이브리드차답진 않습니다. 복합 연비는 L당 10km로, 수입차 준중형 SUV 가솔린 모델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 화면으로 보여주는 최첨단 백미러
주차된 상태인 RX 500h의 백미러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시승 동안 가장 똘똘했던 조력자는 거울 대신 촬영 화면이 나오는 백미러입니다. 운전자의 시트 높이 및 기울기와 관계없이 후면 상황이 일정하고 선명하게 나오죠.
이 같은 백미러 방식을 스웨덴 기반 전기차 업체인 폴스타의 폴스타4도 취하고 있는데요. 뒷유리까지 아예 없앤 폴스타4와 달리, RX는 뒷유리는 있으면서도 백미러는 최첨단이라 두 배로 편했습니다.
RX 500h의 1열 모습. 렉서스코리아 제공
운전자가 어떻게 앉든지 뒤쪽 시야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이 백미러 때문일까요? 차체 자체는 낮지 않지만, 시트 높이의 상한은 유독 타 브랜드 SUV들 대비 낮다고 느꼈습니다. 시트를 최고로 높이고 탔는데도 키 164cm의 기자는 때때로 턱을 조금은 치켜들고 시야를 확보해야 했습니다.
스피커(왼쪽 상단)가 탑재된 RX 500h의 운전석 앞쪽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음향은 다소 위쪽에서 나오는 편. ‘서라운드 사운드’ 설정 시에도 차량 전체를 고루 감싸며 나오지는 않습니다. 운전석 기준으론 차량 전면 창문에서 음악이 쏟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잔잔한 선율 위주 노래를 들을 때 궁합이 그닥이지만, 타악기 위주의 음악을 들을 땐 최적의 음향입니다. 마치 앰프 앞에 앉아 운전하는 느낌이랍니다.
RX 500h의 핸들 한가운데 렉서스 마크가 박혀 있는 모습. 은색 무광으로 마감돼 군더더기 없는 인상을 준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 같은 RX 500h의 판매가는 1억2110만 원입니다. 이 차,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한 줄 Car리나’ 曰 “옆으로 3t 트럭이 지나가도 모르는 ‘슈퍼 안정형’ RX, 아무래도 1억2000만 원짜리니까…”
궁금한 차가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신차도 베스트셀러도 좋습니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와 부품업계를 출입하는 최원영 기자가 구석구석 ‘Car리나’ 해드립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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