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PBA 하나카드의 주장 김병호(53)는 경기 대신 벤치를 택했다. 자신이 나설 자리를 후배에게 양보했다. 대신 동료들이 최고의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왔다. 하나카드가 프로당구 PBA 팀리그 3라운드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는 ‘출전하지 않은 선수’ 김병호의 헌신이 있었다.
|
하나카드는 18일 경북 포항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포항시 투어 2026~27’ 최종전에서 하림을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우승했다. 시즌 첫 라운드 우승과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도 확정했다.
김병호는 이번 3라운드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몸이 아프거나 경기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 팀리그 경기 네 차례 출전해 모두 이겼다. 그런데도 그는 다른 후배 선수들을 더 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 기회를 양보했다.
김병호는 “다른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내가 출전할 필요가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한지승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회를 더 주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신의 팀리그 4전 전승 기록을 두고도 “운이 좋았다”며 “40경기에 나갔다면 4승36패를 했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공은 동료에게 돌리고 자신은 낮췄다. ‘선수’가 아닌 ‘사람’ 김병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보여주는 말이다.
김병호는 사실상 감독이자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대회 시작 나흘 전부터 선수들과 포항에서 합숙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연습을 지켜보고, 후배가 팀에 적응하도록 도왔다. 승부가 걸린 순간에는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팀을 하나로 묶었다.
물론 김병호도 선수다. 큐를 들고 직접 승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을 리 없다. 그는 “나도 경기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옆에서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병호가 자리를 내준 이유는 하나카드의 내일을 생각해서다. 김병호는 국내 선수 신정주와 한지승이 외국인선수 응우옌꾸옥응우옌, 무라트 나지 초클루만큼 성장할 때까지 돕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이 강해져야 팀도 오래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동료들도 김병호의 뜻에 답했다. 김가영은 통산 다섯 번째 라운드 MVP에 뽑혔지만 “팀원 모두가 MVP”라며 공을 나눴다. 초클루는 하나카드를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돕는 최고의 원팀”이라고 표현했다. 김진아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격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사진 한가운데는 가장 많이 이기고, 좋은 기록을 낸 선수가 선다. 하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힘이 기록에만 남는 것은 아니다. 후배에게 자기 자리를 내주고, 박수와 조언으로 동료를 움직인 주장도 있다.
김병호는 이번 라운드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크게 뛰었다. 잠시 큐를 놓은 그의 두 손이 하나카드를 더 단단하게 묶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