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 광주시 초월읍 M.I MUSEUM에서 열린 ‘Contemporary Art Salon’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작가를 만나는 일, 작품을 곁에 두는 일’을 주제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미술과 음악, 대화와 식사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화예술 살롱으로 구성돼 참석자들에게 기존 전시 관람과는 다른 예술 경험을 선사했다.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프로그램은 정재호(Jae Ho Jung)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였다. CHOI&CHOI Gallery 남달라 이사의 진행으로 열린 토크에서 정재호 작가는 오랜 시간 천착해온 건축과 도시, 그리고 그 공간에 축적된 개인과 사회의 기억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정재호의 회화에 등장하는 오래된 건물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근대화와 도시개발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공간이자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기억의 장소다.
작가는 한지와 캔버스 위에 낡은 건물의 표면을 집요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그의 사실적인 회화는 외형을 그대로 옮기는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건물의 균열과 벽면, 빛과 그림자 사이에 스며 있는 ‘삶의 체취’와 시간의 흔적을 포착하는 데 작업의 핵심이 있다.
오래된 아파트와 도시 변두리, 개발과 변화의 경계에 놓인 장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결국 ‘무엇이 사라졌는가’와 동시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를 묻는다. 최근에는 건축적 기록에서 나아가 빛과 계절, 날씨 등 자연적 요소를 작업에 끌어들이며 보다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기억의 풍경으로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6년 독일 쾰른 마이클 호르바흐 재단에서 열린 ‘Architectonics of Ghosts’를 비롯해 주요 전시를 통해 소개된 그의 작업 세계를 이날 관객들은 작가의 육성을 통해 보다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미술관에 울려 퍼진 전통과 클래식
시각예술과 음악의 결합은 이번 살롱의 또 다른 축이었다. 김주홍과 노름마치의 공연은 미술관 공간에 전통음악의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음악의 지평을 넓혀온 노름마치의 무대는 관객과 연주자의 거리를 좁히며 현장에 생생한 에너지를 더했다.
앙상블 유어(Ensemble YOUR)의 음악도 살롱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앙상블 유어는 클래식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OST와 대중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섬세한 편곡으로 선보이며 관객과 음악 사이의 거리를 좁혀왔다.
전시장을 넘어 ‘경험의 공간’으로
공연과 아티스트 토크 이후에는 야외 바비큐 파티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품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취향과 경험을 공유했다.
이는 이번 행사가 지향한 문화예술 살롱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작품을 보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경험한 뒤 함께 음식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이어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을 만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음악을 듣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만들어지는 기억 역시 예술의 중요한 경험”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문화예술 애호가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Contemporary Art Salon’은 미술관을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에서 작가와 관객,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예술의 가치는 반드시 작품의 크기나 가격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때로는 한 작품 앞에서 나눈 짧은 대화, 작가에게 직접 들은 한마디, 함께 들은 음악 한 곡, 그리고 그날의 사람들과 공유한 시간이 작품보다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작가를 만나고, 예술을 곁에 두다.’
이번 Contemporary Art Salon이 보여준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예술을 소유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만남과 경험, 기억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 M.I MUSEUM에서 열린 이날의 살롱은 작품과 음악,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풍경을 남기며 다음 만남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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