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경유·등유 등 국내 석유제품의 최고가격을 4주간 추가로 동결하기로 했다. 중동 정세 악화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선 상황이지만, 서민 가계의 기름값 부담을 우선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19일 0시부터 향후 4주간 적용되는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9차 최고가격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차 최고가격은 7∼9차와 마찬가지로 리터(L)당 휘발유 1천784원, 경유 1천773원, 등유 1천380원으로 유지된다. 지난 6월 말 7차 최고가격을 L당 150원 인하한 이후 석유제품 가격은 7∼8월, 9월에 이어 같은 수준이 이어지게 됐다.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였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9월 들어 다시 격화하고,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인근 도시들을 점거하면서 공급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16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28.0달러, 브렌트유는 105.8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02.4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 경유 가격도 배럴당 201달러에 달하는 등 석유제품 가격 전반이 동반 급등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최고가격 동결을 택한 배경에는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한 부담이 깔려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3.2%에서 7월 2.8%로 낮아졌지만, 8월 다시 3.1%로 반등하며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중동전쟁 발발 이후 3월부터 8월까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평균 0.6%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두며 ‘민생경제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급등이 모두 국내 가격에 전가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도 동결 결정의 근거가 됐다. 최고가격을 210원 인상했던 지난 3월 4주 당시 1천505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천358원으로 약 10% 하락해, 원화 기준으로는 유가 상승 충격이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제유가 상황과 최근 서민 물가부담, 지난 최고가 지정 동향과 환율 하락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석유 가격을 억누르면서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시장 신호를 왜곡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는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실제 석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런 우려를 반박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둘째 주부터 8월까지 주유소 총소매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휘발유 2.1%, 경유 8.4% 감소했다. 월별로도 7월 휘발유 판매량은 2.2%, 경유는 8.6% 줄었고, 8월에도 휘발유 1.2%, 경유 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가격 상한이 유지됐음에도 수요가 둔화된 만큼, 현재 수준의 최고가격제가 과도한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 실장은 “중동정세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한 민생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국제유가 변동과 국내 석유 소비 추이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유연하면서 신중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와 환율,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다음 차수 최고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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