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박석준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거래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1년 전보다 14.56% 올랐지만, 8월 거래량은 전월보다 46.2% 급감했다. 가격 상승과 거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18일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한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93%,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56% 상승했다. 가격만 놓고 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거래량으로 시선을 돌리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8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143건으로 전월 5,838건보다 46.2% 줄었다. 6월 5,303건, 7월 5,838건 등 5천 건대를 유지하던 거래량이 8월 들어 3천 건대로 내려앉았다.
물론 8월 계약분은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9월 말까지 거래량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신고기한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상승과 거래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서울 주택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모든 주택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낮은 주택에 거래가 집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15억원 이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79.9%까지 높아졌다. 5월 72.4%였던 비중이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서울시는 4~5월 고가주택의 절세 거래가 늘면서 한때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줄었지만, 이후 중저가 실수요가 다시 유입되면서 7~8월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동북권 등 외곽지역으로 중저가 실수요가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봤다.
자치구별 거래량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8월 노원구의 거래량은 415건으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이 가운데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99.8%였다. 도봉구·강북구·금천구는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100%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을 이끈 지역도 반드시 고가 주거지가 아니었다. 7월 실거래가격은 서울 전 생활권에서 올랐지만 동남권이 2.73%, 동북권이 2.11% 상승하며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특히 주택 규모별로 보면 초소형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의 7월 실거래가격은 전월보다 3.05% 올랐다. 135㎡ 초과 대형도 2.90% 상승했지만, 85㎡ 초과 135㎡ 이하 중대형은 1.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형 아파트도 2.28% 올라 초소형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면적대에서 가격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전세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은 전월보다 0.50% 상승했다. 동북권이 0.88%, 동남권이 0.86% 올라 매매가격과 함께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서남권은 0.13% 하락했다.
그런데 8월 전세 거래량은 7,263건으로 전월 8,855건보다 18.0% 감소했다. 월세 거래량도 7,347건으로 전월 9,264건보다 20.7% 줄었다. 전세와 월세 모두 거래가 감소하면서 전월세 전체 거래량도 14,610건으로 전월보다 19.4% 줄었다.
가격이 오르는 동시에 거래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매수심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 이동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실제로 전세시장에서는 기존 거주자가 계약을 연장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8월 전세거래 가운데 갱신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58.9%로, 7월 53.0%에서 5.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 43.7%와 비교하면 15.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비중은 48.7%로 오히려 낮아졌다. 7월 54.1%, 지난해 8월 57.0%보다 각각 5.4%포인트, 8.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이 반드시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갱신계약 비중 확대와 거래량 감소를 함께 놓고 주거 이동이 위축되는 흐름으로 분석했다.
이번 통계에서 주목할 부분은 서울 아파트 시장을 단순히 ‘강남 중심 상승’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7월 동남권의 상승률이 2.73%로 가장 높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보면 서남권이 16.06%, 동북권이 15.91%로 오히려 높았다. 서울 전체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4.56%였다.
규모별로도 차이가 컸다. 전년 동월 대비 소형 아파트 상승률은 19.79%로 전체 규모 가운데 가장 높았고, 초소형은 12.44%, 중소형은 13.52%, 중대형은 10.18%, 대형은 3.24%였다.
지난 1년간의 가격 상승이 모든 가격대와 면적에서 동일한 강도로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낮은 소형 주택의 가격 상승폭이 대형 주택보다 컸다는 점에서 최근 서울 시장에서는 수요가 움직일 수 있는 가격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향후 흐름을 판단할 때 가격 지표만으로는 시장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7월 실거래가격은 1.93% 상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한 달 뒤 거래량은 46.2% 감소했다. 매매시장에서는 15억원 이하 거래와 외곽지역 거래 비중이 높아졌고, 전세시장에서는 갱신계약 비중이 58.9%까지 올라갔다.
서울시는 7월 시장에 대해 고가 지역에서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기존 호가 수준의 일반 매매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저가 지역으로 실수요가 유입되면서 실거래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가격이 오르는 시장’인 동시에 ‘거래하기가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함께 보이고 있다. 가격 상승이 거래 확대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제한된 거래 속에서 특정 가격대와 규모의 주택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는지는 앞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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