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믿었던' 워시에 '금리 인상' 발등…워시 "지정학적 상황 변화가 결정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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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믿었던' 워시에 '금리 인상' 발등…워시 "지정학적 상황 변화가 결정 이유 중 하나"

프레시안 2026-09-17 20:01: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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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 넉 달 만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워시 의장은 결정 이유 중 하나로 지정학적 상황 변화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결정 뒤 연준을 맹비난했지만 일단 워시 의장 공격은 자제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조정하는 0.25%포인트(p) 인상을 발표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인상 결정은 연준 위원들 간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연준은 연말 기준금리 전망 중앙값을 4.1%로 제시해 연내 추가 인상 또한 시사했다. 워시 의장은 이날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우린 완화의 일부를 제거했다(removed a dose of accommodation)"고 밝혔다.

워시 의장은 금리 인상 결정 이유로 인플레이션, 안정적 노동시장, 지정학적 상황 변화를 꼽았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연준 경제 전망 자료를 보면 연준이 주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중앙값 전망은 올해 말 연 3.7%로 제시됐다. 최근 집계된 7월 상승률보다 높진 않지만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보다는 훨씬 높다. 연준은 내년엔 이 수치가 2.3%로 떨어질 걸로 봤다.

낮은 실업률과 경제 확장에 대한 자신감이 금리 인상 단행의 바탕이 됐다. 워시 의장은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가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며 "지난 이틀간 FOMC 내부에서 낙관적 태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실업률이 약 4.1%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구인 건수와 주간 노동시간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 노동시장 상황을 경제 강화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는 신규 고용, 기업 자본 투자 등 다른 지표들도 "최근 몇 달간 개선됐고 긍정적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을 2.3%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전망치인 2.2%에서 오른 것이다. 실업률 전망치는 6월(4.3%)보다 내렸고 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6월(3.6%)보다 올랐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향 중인 반면 노동시장 위험은 대체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에 이어 이번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금리를 동결한 7월28~29일 FOMC 회의 뒤 있었던 "지정학적 상황 변화"라며 "세계 곳곳의 분쟁 지대에서 숨을 곳은 없다. 지정학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가능성이 가장 높고 낮은지에 대한 우리 판단도 바뀌었다"고 밝혔다.

지난 FOMC 회의 뒤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으로 꼽히는 유가 상승이 중동 분쟁 격화로 두드러졌다. 미국과 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종료 뒤 지난달 말 미국과 이란 무력 충돌이 재발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전망이 멀어졌고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으로 나아가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국들의 해상 원유 수출이 더 막막해졌다.

지난달 말 배럴당 9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16일 배럴당 105.83달러로 거래를 마쳐 보름 만에 거의 18% 급등했다.

아라비아반도 양쪽 해상 통로 활성화 전망이 요원한 데다 그간 원유 가격 상승 억제에 기여했다고 평가된 중국 수요 감소도 끝나가는 것으로 보여 유가에 부담이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전쟁 전 하루 1200만배럴 이상이던 중국 원유 수입량이 6월엔 하루 710만배럴로 줄었다가 지난달 하루 890만배럴로 늘었다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9월 수입량도 하루 9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동 원유 수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중국 정유사들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분석가들은 연준의 이번 결정을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소시에테제네랄 미국 연구 책임자 수바드라 라자파는 "이번 결정과 기자회견 모두 매파적이었다. 인플레이션에 초점이 매우 많이 맞춰져 있었다. 연준이 서서히 완화 정책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워시, 트럼프에 할 말 있냐는 질문에 웃음만

이날 인상은 시장 기대엔 부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기대는 저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뒤 줄곧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이를 따르지 않는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을 "느림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파월 후임으로 워시 의장을 지명하며 "그는 여러분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준 결정을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 금리는 1%나 그 이하가 돼야 한다. 우린 세계 최고의 신용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금리를 신속히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워시 의장 개인에 대한 비난은 일단 자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취재진에 워시 의장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알다시피 (연준) 이사진이 매우 까다롭다"며 "케빈(워시 의장)에게 어차피 소용 없을 테니 다른 이사진과 함께 투표하는 게 나을 거라고 말했다. 이사진은 매우 적대적이고 매우 정치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사임 압박을 받아 온 파월 전 의장은 5월 임기 만료 뒤에도 이례적으로 연준에 남아 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도 시도했지만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워시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 전할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 즉답 없이 웃음만 지었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프리야 미스라는 "우린 오늘 연준 독립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케빈 워시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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