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2천만원 넘는 결혼 예물…튀르키예 여성 장인들의 손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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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2천만원 넘는 결혼 예물…튀르키예 여성 장인들의 손기술

위키트리 2026-09-17 19:3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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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수천 종의 야생화가 산을 뒤덮고, 주민들은 주변에서 자라는 풀과 약초를 음식과 차에 활용한다. 산에서는 600마리의 양을 홀로 돌보는 목동을 만나고, 마을에서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금·은실을 엮어 수천만원대 장신구를 만드는 여성 장인들을 만난다.

9월 17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튀르키예 북동부, 소문 추적기’ 4부 ‘대박 인생의 향기’에서는 튀르크 언어학 박사 장주영이 ‘튀르키예의 알프스’라 불리는 카치카르 산맥의 안제르 고원을 시작으로 트라브존과 수멜라 수도원까지 여행한다. 약초와 목축, 전통 수공예를 통해 튀르키예 북동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EBS1 ‘세계테마기행-튀르키예 북동부, 소문 추적기’ 4부 ‘대박 인생의 향기’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수천 종 야생화가 약초가 되는 안제르 고원

첫 번째 목적지는 해발 약 2100m에 자리한 안제르 고원이다. 카치카르 산맥에 둘러싸인 이곳은 여름이면 수천 종의 야생화가 피어나 고원 전체가 거대한 꽃밭처럼 변한다.

주민들에게 이 꽃과 풀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오랫동안 식재료와 차, 약초로 활용해 온 생활의 일부다. 올해 예순 살인 파샤트 씨도 고원에서 직접 채취한 식물들을 일상적으로 이용한다.

그가 준비한 재료는 쐐기풀인 ‘으스르간’, 붉은싸리버섯으로 불리는 ‘겔린 파르마으’, 아욱인 ‘에베귀메지’ 등이다. 갓 따온 재료를 볶아 달걀과 함께 먹는가 하면 몸이 불편할 때는 약초를 데쳐 관절 부위에 붙이기도 한다.

오랜 세월 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온 민간요법이다. 의료기관이나 상점과 멀리 떨어진 고원에서 주변 자연을 활용하며 살아온 생활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안제르 고원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안제르 꿀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다양한 야생화에서 벌들이 꿀을 모으는 지역적 특성 덕분에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꿀뿐 아니라 고원의 약초와 자연환경에 관심을 갖고 건강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600마리 양을 혼자 돌보는 목동

안제르 고원을 걷던 장주영은 산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양 떼와 마주한다. 그 수만 약 600마리에 달한다. 놀랍게도 이 많은 양을 돌보는 사람은 술레이만 씨 한 명이다.

술레이만 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50년째 양을 치고 있다. 가파른 고원 산길도 익숙한 듯 고무신 차림으로 거침없이 오르내린다. 수백 마리의 양이 흩어지지 않도록 살피고 목초지를 따라 이동시키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가 수많은 양 가운데서도 유독 아끼는 한 마리가 있다. 네 개의 뿔을 가진 ‘오스만 숫양’이다. 오스만 제국 시대부터 이어진 혈통으로 알려진 이 숫양은 무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이런 숫양을 가문의 풍요를 지켜주는 특별한 존재로 여겼다고 한다. 술레이만 씨 역시 그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식용으로 팔지 않고 정성껏 돌보며 혈통을 이어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산을 오르내리며 양을 키워온 그의 삶을 통해 고원의 목축 문화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2천만원 넘는 트라브존 결혼 예물

고원을 내려와 향한 곳은 트라브존이다. 이곳에는 흑해 지역에서 최고의 결혼 예물로 꼽히는 전통 수공예품이 있다. ‘트라브존 하스르’다.

하스르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금이나 은실을 한 올씩 엮어 목걸이와 팔찌, 반지 등을 만드는 기술이다. 과거 전쟁에서 사용하던 갑옷의 조직 방식에서 착안해 발전한 것으로 전해지며 현재는 트라브존을 대표하는 전통 수공예로 자리 잡았다.

장신구 한 세트를 완성하려면 오랜 시간과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목걸이와 반지, 팔찌 등을 모두 맞추면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2000만원을 넘기도 한다.

더 특별한 점은 이 섬세한 기술을 이어가는 주인공들이 시골 마을의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장주영은 발르쾨이에서 약 40년 동안 하스르를 만들어 온 일리야오주 씨를 만난다.

마을 여성들은 한자리에 모여 금·은실을 손으로 엮으며 작업한다. 손은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이야기도 계속된다. 작업을 마친 뒤에는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펼쳐놓고 함께 식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들에게 하스르 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별도의 학교나 전문 교육기관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머니가 딸에게 손기술을 가르치고 다시 다음 세대로 전하는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눈이 쉽게 피로해질 만큼 가는 실을 오랫동안 다뤄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여성 장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손기술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값비싼 결혼 예물 하나에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여성들의 노동과 전통이 함께 담겨 있다.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진 천년 수도원

튀르키예 북동부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수멜라 수도원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붙어 있는 듯 자리한 거대한 수도원으로 트라브존을 대표하는 역사적 명소 가운데 하나다.

수멜라 수도원은 5세기 무렵 그리스인들에 의해 건설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오랜 세월 여러 차례 증축과 변화를 거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위치다. 높은 산의 수직 절벽 한가운데 거대한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어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풍경을 만든다.

수도원은 오스만 제국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적 변화를 거치면서도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거친 기암괴석과 오래된 건축물이 어우러지며 튀르키예 북동부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고원에서 이어지는 오래된 삶의 방식

이번 4부에서는 튀르키예 북동부의 자연만큼이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한다. 산에서 자라는 풀을 약초와 음식으로 사용하는 주민부터 600마리의 양을 돌보는 목동, 금·은실을 한 올씩 엮어 전통 장신구를 만드는 여성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오래된 문화를 이어간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안제르 꿀의 고장에서 발견한 약초 문화와 고원의 목축, 수천만원대 결혼 예물로 이어진 여성들의 손기술은 자연환경과 삶이 밀접하게 연결된 튀르키예 북동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절벽 위 수멜라 수도원에 올라 천년을 넘긴 역사와 카치카르 산맥의 웅장한 풍경을 마주하며 나흘간 이어진 여행을 마무리한다.

EBS1 ‘세계테마기행-튀르키예 북동부, 소문 추적기’ 4부 ‘대박 인생의 향기’는 9월 17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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