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MW. 현대엔지니어링의 용인 열병합발전사업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발전용량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과 이 사업을 연결하려면 그 옆에 적힌 517Gcal/h도 함께 읽어야 한다.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열의 규모다. 회사가 제시한 사업은 전기만 만드는 발전소가 아니라 전력과 열을 함께 공급하는 시설이다.
발전용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질문이 생긴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단계적으로 늘어날 때, 그 시설이 필요로 하는 전기와 열을 어떤 시간표로 공급할 것인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사업은 '큰 발전소를 하나 더 짓는다'는 이야기보다 그 질문에 가깝다.
버려질 열을 쓰는 기술, 사용할 공장이 있어야 완성된다
열병합발전은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전력과 유용한 열을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발전 과정에서 손실될 열을 회수해 난방·냉방 등에 활용하고, 일반적으로 소비지 또는 그 인근에 설치하는 기술로 설명한다.
이 구조에서는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는지만큼 열을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할지도 중요하다. 열을 회수할 수 있다는 설비의 특성과, 회수한 열이 실제 수요에 맞춰 쓰인다는 운영의 결과는 같은 말이 아니다.
따라서 517Gcal/h를 곧바로 반도체 공장의 실제 사용량으로 읽을 수는 없다. 생산능력을 제시한 숫자이지, 어느 시점부터 얼마나 소비한다는 수요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설비의 크기를 이해하는 것과 사업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여기서 갈린다.
클린룸은 먼저 열리고, 공장은 순차적으로 채워진다
SK하이닉스가 제시한 첫 용인 공장의 첫 클린룸 개방 목표는 2027년 2월이다. 첫 공장은 두 건물과 여섯 클린룸으로 구성하는 계획이다. 첫 공간을 여는 시점이 전체 생산시설을 한꺼번에 최대 규모로 가동하는 시점과 같지는 않다.
후속 투자도 단계적이다. SK하이닉스는 8월 7일 발표에서 두 번째 공장인 Y2의 첫 클린룸 목표를 2029년 6월로 제시했다. 공장은 전체 일정에 따라 건설하되, 클린룸 확장과 장비 설치는 수요에 맞춰 순차 진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발표한 용인 열병합발전소의 준공 목표는 2030년 9월이다.
이 날짜들을 나란히 놓고 곧바로 공급 공백을 주장하는 것은 성급하다. SK하이닉스는 같은 8월 발표에서 Y2 가동까지 필요한 1단계 전력·용수 기반시설의 공정률을 99%로 설명했다. 초기 기반시설과 새 열병합발전소를 하나의 공정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이 99%를 열 공급시설 전체의 완공률로 확대해석해서도 안 된다.
확인된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부족의 확정이 아니라 일정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클린룸 개방, 생산장비 투입, 후속 공장 확장, 발전소 준공은 서로 다른 단계다. 에너지 수급을 평가하려면 각각의 단계에서 필요한 양과 공급 방법을 맞춰 봐야 한다.
발전소의 준공일보다 넓은 질문
현대엔지니어링은 용인 사업에서 설계·조달·시공을 총괄할 예정이다. 다만 9월 발표의 단계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며, 약 1조7526억원은 총사업비다. 확정 계약금액이나 회사에 남을 이익과는 구별해야 한다.
건설사의 사업성과와 발전시설의 운영성과도 같지 않다. 건설사에는 담당 설비를 어떤 조건과 일정으로 완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에너지를 공급받는 생산시설에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전기와 열을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두 성과가 연결돼야 산업 인프라로서의 의미가 생긴다.
이 관점에서 용인 사업의 핵심은 발전용량을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반도체 생산시설의 수요에 맞춰 전력과 열 공급체계를 구성하는 데 있다. 발전소 한 곳의 준공 목표를 제시하는 것과 산업단지 전체의 에너지 시간표를 설명하는 것은 다른 수준의 과제다.
앞으로 사업의 실질을 평가할 기준도 분명해진다. 발표된 설비용량만 볼 것이 아니라 생산시설의 증설 단계와 공급시설의 준비 단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봐야 한다. 이는 공급 부족을 미리 단정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구체적인 일정으로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다.
반도체 경쟁력은 공장 건물을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의 생산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같은 속도로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용인 사업을 읽는 핵심도 발전소의 크기보다 그 연결에 있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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